▲ 김세광 하조나라 대표

얼마 전 용강에 있는 창덕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들어갔다가 우연히 모서리에 있는 벽면에 자전거들이 가득 쌓여 있는 광경을 보았다.

아마도 여러 개의 아파트 동마다 방치되어있던, 오랫동안 주인이 찾아가지 않는 자전거일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 많은 자전거들은 분명코 아직 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머지않아 고철로 사라질 운명에 놓여있었는데 그 순간 한 생각이 떠올랐다.

어느 한 여행상품 기획자가 한 지역의 골목을 여행하는 중 걷다보니 골목이 너무 길어 자전거를 빌리기로 마음먹었다.

그 때 길가 후미진 곳에서 나이가 지극하신 어른이 누군가가 버리고 간 자전거를 회수해서 고치고 칠해서 마을 아이들에게 무료로 주는 것을 보았다.

지역의 아이들이 자신이 고쳐놓은 자전거를 타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그분의 사는 즐거움이며 큰 보람이었다.
그 역시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무료로 자전거를 빌릴 수 있었다.

이 친구는 자전거를 통해 얻어지는 할아버지의 보람과 아이들의 즐거움의 관계를 보고 ‘바로 이것이다 !’ 라며 무릎을 쳤다.
그리고 서울로 돌아가 그 골목길을 자전거를 타고 여행 할 수 있는 새로운 여행 상품을 하나 만들었다.

그 골목길을 여행하는 여행자들이 지닌 안내장에는 그 할아버지를 찾아 자전거를 빌릴 수 있도록 할아버지의 연락처와 할아버지에 대한 소개를 덧붙였다.
할아버지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폐자전거를 고치고 나누어 주는 것을 큰 보람으로 여기는 훌륭한 인격을 가진 분임을.......

그래서 당신들도 자전거를 아주 저렴하게 빌릴 수 있으니 그 분께 감사하며 정중하게 대해줄 것을 일러두었다.
물론 여행 기획자는 이미 할아버지와 자전거 대여 계약을 체결한 상태였다.

그 후로 그 골목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자전거를 빌릴 때마다 할아버지에게 깍듯이 인사를 했고 존경을 표했다.

할아버지는 자신을 대하는 젊은이들을 보며 자신이 하는 일에 한층 더 큰 보람과 즐거움을 누렸다.
그러한 훈훈한 이야기가 있는 골목 풍경으로 인해 골목은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관광지가 되었다.

사랑이 중심이 되는 삶의 따뜻함과 여행의 참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이야기이다.

우리가 사는 주변에는 아파트 지하 뿐 아니라 외부 주차장 자전거 거치대에서 아깝게 녹슬어가는 자전거가 의외로 많이 있었다.

실용의 가치가 충분함에도 흉물처럼 버려진 자전거를 밖으로 끌어내어 많은 사람들이 공유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는 길이 광양에는 생각보다 훨씬 많이 있었다.

“광양시는 광양읍 세풍리 동일터널~광양장례식 2.7㎞ 구간을 자전거도로와 테마꽃길로, 광양장례식장~유당공원 사거리 1.3㎞ 구간을 도립미술관과 연계한 아름드리 예술거리로 조성할 계획이다. 또 유당공원 사거리~목성지구계 0.9㎞를 공원으로, 목성지구계~사라실예술촌 1.6㎞를 아트경관터널과 힐링 산책로로 조성한다. 사라실예술촌~다압면 신원리 24.5㎞ 구간은 생태녹지 관광길로 꾸민다.”(신문 기사 중에서)

어느 곳이든 새로운 볼거리나 관광지가 생겨나면 그곳을 찾아가는 길이 중요하다.

여행객에게는 정작 여행의 최종 목적지보다는 그곳으로 향하는 길이 얼마나 수월하고 분위기에 맞게 조성되어 있느냐에 따라 관심도에서 차이가 난다.

요즘은 과거의 버스를 이용한 단체여행의 일괄적인 여행패턴에서 개별적인 여행으로 변화되고 있다.

여행 대상지역을 천천히 자유롭게 느껴 보고픈 개인의 욕구가 점차 강해지기 때문이다.

버스나 차량을 이용하면 훌쩍 스쳐지나가기 마련이지만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하면 대상지역을 비교적 자유롭게 자세히 볼 수 있고 여행객을 그 지역에 오랫동안 머물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여행의 가장 편하고 친숙한 방법은 두발로 걷는 것일 테지만 장시간을 걷는 것은 누구에게든 부담스럽다.

대신 자전거를 이용한다면 보는 즐거움에 달리는 신선한 기분도 추가될 것이다.

위 신문 기사에 실렸던 것처럼 시의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자전거를 통해 광양읍에는 새로운 인문 문화를 접목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으리란 기대가 생긴다.

도립미술관이 완공되고 주변 폐창고를 리모델링하면 공연장이나 복합문화 예술 공간이 생겨나고 주변 일대는 청년들이 모이고 각종 갤러리와 미술 공예 거리가 생겨나는 것은 물론이고 원도심 골목으로 활기찬 행보가 이어질 것이다.

자전거 길을 통한다면 광양읍에 산재된 유명 문학인의 거리를 하나로 이을 수도 있다.

한국문단에서 이름을 떨친 유명 문학인이 광양에 유난히 많다.

김승옥, 정채봉, 이균영, 강호무, 주동후 등 이들은 그들이 생전에 이룬 문학적인 성과와 영향이 대단했음에도 아직도 빛을 보지 못한 채 어두운 곳에 머물러 있다.

김승옥과 강호무는 동갑으로 과거 유명세를 떨쳤던 ‘산문시대’ 창간 동인으로 활동한 바 있다.

지금 공사가 진행중인 도립미술관 앞 복합 문화 예술 공간에서 인동숲과 광양읍내 골목길, 동천에서 서천으로 이어지는 산책로, 서천에서 매천 황현 생가(소설가 김승옥 생가)로 이어지는 길,

지금 추진 중인 도시재생사업의 중심이 되는 벅수길(원님길)에서 한옥과 골목의 범주를 다양화하고 이어가는 목성 옛 골목길 까지도.......

읍내 역사문화관을 중심으로 동화작가 정채봉 생가에서 광양중학교를 지나 소설가 이균영 생가로 통하는 길, 유기점이었던 소설가 강호무의 생가에서 소설가 주동후 생가에 이르기까지

(물론 읍내에 이들 유명 작가를 기념할 수 있는 문학공원이나 문학관이 생겨나면 더 큰 시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장소를 끌어내어 지역문인들을 조명할 수 있는 기념물을 만들고 자전거 길로 연결하면 스토리가 매우 풍성한 관광지로 거듭날 수 있다.

그러자면 보행자 겸용 자전거 도로가 마련되어야하고 도로 바닥에 위치 표시를 한다거나 다양한 디자인의 안내 표지판을 만드는 세부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폐기될 예정인 자전거를 모아서 수리하고 각각의 진입로 또는 길이 합쳐지는 중간 지점에 대여 장소(휴식처 겸용)를 설치한다면 읍내 어디든 여행이 용이할 것이다.

그리고 비용이 저렴하다면 여행하는 사람이면 누구든 자전거를 이용하려 할 것이고, 일반 시민들 까지도 자전거를 타는 빈도가 높아질 것이다.

자전거 대여소를 운영하는 사람은 직접 자전거 수리도 하고 낡은 자전거를 재생하여 관광객이나 일반 시민에게 저렴하게(버스비보다 저렴한) 빌려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자전거가 일반시민이나 여행객에게 보편화되고 일상화되면 광양은 자전거 타고 여행하기에 편하고 유쾌한 도시로 알려지게 될 것이다.

이쯤에서 사람들의 입을 통해 광양의 도시이미지가 바꿔질 수도 있을 것이다.

‘자전거 여행 천국 광양 !’

이러한 홍보나 예찬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시민들이 자유롭게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문화가 자리 잡게 되면 앞으로 지역의 문화와 비어있던 골목의 문화도 새롭게 바뀌어질 것이고 더 많은 관광객이 찾아올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또 지금 시에서 기획하거나 공사 중인 문화예술에 관련된 다양한 사업들을 하나의 통합적인 관광시스템으로 연결한다면 시너지가 큰 관광자원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 지역에 관광할 곳이 마땅치 않다고 손을 놓고 있기보다는 보유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지역이든 창의적인 아이디어 하나가 그 지역을 새롭게 변모시키는 결과를 자주 보아왔다. 산맥의 큰 줄기가 힘차게 흐르다보면 이웃하는 작은 산들도 힘을 내어 그 흐름에 힘을 보태어 주기 마련이다.

저작권자 © 광양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