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과 광양항 칼럼

▲ 김현덕 순천대학교 미래융합대학 학장

‘기업의 바텀라인이 살아있다.’란 말이 있다. 재무적 성과가 양호하다는 의미이다. 바텀라인은 기업이 작성한 손익계산서의 맨 마지막 줄로 순이익이나 순손실을 보여준다. 과거 기업 경영의 전형적인 스타일 중의 하나는 바텀라인(bottom line)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즉, 경제적 가치를 중요시하였다. 이제 더블바텀라인(double bottom line) 바람이 거세다. 기업의 바텀라인에 한 줄이 추가되어 더블바텀라인이다. 사회적 가치를 경제적 가치 아래 표기하는 것으로 사회적 가치 실현이 중요해지고 있다.

사회적 가치는 사회적 문제 해결을 통해 실현될 수 있다. 사회적 문제는 구성원 다수가 개인의 노력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를 말한다. 노동, 빈곤, 실업, 인권, 환경보호, 교육 및 사회적 약자 지원 등이 그것이다. 사회 현안문제 개선이나 해결을 통해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지향하고 실현하는 것이 사회적 가치이다. 이는 공익의 실현으로 전체 효용의 극대화를 말한다. 바람직하고 올바른 가치의 실현, 보편적으로 공유되는 공동의 이익 등 다양하게 이해될 수 있다.

사회적 가치를 사회책임과 공유가치로 구분하여 보자. 사회책임은 기업의 비즈니스 활동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말한다. 이는 추가적인 비용지출을 유발한다. 반면, 공유가치(shared value)는 공동체의 경제적, 사회적 조건을 개선하면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두는 가치이다. 공유가치는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창출할 때 생성된다. 사회책임이 기업이 발생한 사회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라면, 공유가치는 사회 현안문제를 비즈니스를 통해서 해결하는 것이다.

바텀라인, 경제적 가치가 기업의 모든 것을 다 보여 주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실현했는지는 경제적 가치만으로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단기적 재무적 성과가 기업의 바텀라인을 눈에 띄게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기업의 지속성장 가능성과 사회적 가치 실현의 실마리가 될 수는 없다. 이는 바텀라인은 기업의 지속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보여주지 못하는 맹점이 있어서이다.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것이 빠르게 확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블바텀라인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고 역설한다. 기업의 수익도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단순히 경제적 가치만을 추구하는 기업은 오래 가기 쉽지 않다. 경제적 가치는 사회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실현하는 과정의 결과로서 발생한다고 한다. 사회적 가치 실현을 도외시 한 채 단기적 재무적 성과에 전념한 기업이나 조직의 끝은 그리 멀지 않다. 장기적으로 경제적 가치는 사회적 가치 실현을 통해 창출되는 결과로서 이해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도 사회적 가치 실현을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기업이나 공공기관도 사회적 가치 실현을 강화하고 있다. 여수광양항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세상은 바뀌는 데 물동량 중시(경제적 가치)의 양적 관행에서 빠져 나오지 않는다면 항만과 관련된 그 누구도 더 이상 행복할 수 없다. ‘다함께 행복한 항만’은 사회적 가치 실현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가령, 일자리 창출, 사회적 약자 지원, 항만체험교육 확대, 물류창업지원, 유·무형 항만 자원 공동 활용 및 개방, 해양환경보호, 인력양성 지원 등이 그것이다.

경쟁력 있는 21세기형 항만은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항만이다. 경제적 가치 실현도 물론 등한시 할 수 없다. 사회적 가치 실현을 강화하는 것도 장기적으로는 그리 손해 볼 일이 아니다. 사회적 가치 실현은 결국 경제적 가치 창출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항만운영의 사회적 성과를 측정하고 이를 외부에 제공할 수 있는 기반 구축도 필요하다. 지금이 바로 여수광양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공유가치를 항만운영 비즈니스에 내재화하고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야 할 시기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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