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사람에게 사랑 받는 광양지역 대표 막걸리
광양쌀 생 막걸리

날씨가 흐렸다. 바람 많은 날이다. 하늘의 얼굴, 오래도록 들여다보지 않아도 곧 후두둑 비를 뿌릴 듯 잔뜩 찌푸렸다. 그렇다. 광양막걸리가 생각 나는 날이다. 먼저 도착한 일행들은 벌써 와서 자리를 잡고 기다리고 있다. “어따 빨리도 왔네. 오늘은 일이 없었는갑소이?”

문을 들어오는 종연 씨가 손을 부비며 인사를 건넨다. 일행들은 어제 만난 친한 벗처럼 별다른 반가움을 얼굴에 매달지 않았지만 외려 그것이 이들 사이에 켜켜이 쌓여 있는 세월의 무게를 짐작 하게 해준다. 들어서기 무섭게 인사보다 종연 씨에게 도착하는 것은 물론 술잔을 내미는 손이다.

각자 고향은 달라도 광양에서 둥지를 틀고 살면서 얼굴을 익히고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어느 사이 형님 동생 가족처럼 지내는 사람들이다. 작은 나눔모임을 만들어 이웃들에게도 웃음과 따스한 온기를 전하고 있는 어여쁜 이들이어서 매번 그 마음에 장작 하나 더 보탠다는 마음으로 함께한 세월이 얼추 십년을 바라본다.

그리고 가끔 그리울 때마다 이렇게 만나 막걸리 한 잔 기울이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안주 삼아 정을 나누는 이들이다. 이런 모임이 있는 날이면 항상 큰 형님뻘인 광양주조(주) 사장님 종현 씨가 손수 빚은 막걸리를 손에 들고 오기 마련이다.

반가움에 한 잔, 즐거워서 한 잔, 명절 끝이라 한 잔, 사는 얘기에 취해서 또 한 잔, 이래저래 한잔. 순식간에 술자리는 불콰해진다. 어느새 취기가 가득 올라왔다. 홀짝홀짝 한 잔씩 들이키더니 얼굴에 홍조가 불그레하게 돌았다. 누가 뭐래도 막걸리는 가볍지 않고 이렇게 좀 걸쭉해야 제 맛인 것이다.

▲ 광양주조공사 김종현 대표와 광양시민신문 정은영 독자위원장 등 나광모 회원들이 광양쌀생막걸리로 회포를 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광양쌀생막걸리는 이제 우리지역 대표 막걸리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런데 말이다. 남자라는 동물은 으레 둘만 만나도 그 재미없는 거대담론을 술상 앞에 부려놓기 마련이어서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르자 남북미 대화에서부터 밑바닥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경제 위기에 대한 말들이 오갔다.

더구나 5.18 광주민주항쟁을 두고 폭동이라거나 유족들을 향해 괴물집단이라는 망언을 쏟아낸 일부 몰지각한 국회의원들에 대한 이야기가 안줏 감으로 올라오자 갑자기 육두문자 가득한 욕지기가 술상에 낭자했다. 흥분이 술상 여기저기를 떠돌았다.

그래도 한때 한 시절 조국에 대한 의기로 양손에 짱돌을 들고 불온한 바이러스 같던 희뿌연 최 루탄이 횡횡하던 거리를 나섰던 청춘의 시절을 보낸 우리들이었다. 민주주의에 대한 청춘의 희생이 당연한 것이라 여겼던 맑고 철없던 청춘은 가고 없지만 가슴 한 켠에는 여전히 뜨거운 불씨 하나쯤은 갖고 있었다.

그때 일행 중 한 친구가 작은 목소리로 흥얼흥얼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 평생 나가 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 가도 산천은 안다. 태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광양 전역에 공급, 막걸리 시장 70% 점유

막걸리 한 잔에 다시 스물 몇 해를 거슬러 올라 거리에 다시 선줄 착각이라도 한 모양들이었다.

젊은 시절 따라 부르던 노래이다 보니 슬며시 옛추억이 생각나서 처음에는 작은 목소리로 흥얼거리다가 나중에는 일행들이 모두 따라 불렀다. 종현 씨가 옆 테이블 손님에게 다가가 연신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노래는 멈추지 않았다. 다 이놈의 막걸리 때문이었다.

‘광양쌀생막걸리’는 광양주조(주) 김종현 사장이 심혈을 기울여 여러 가지 난항을 겪은 끝에 내 놓은 뒤 시장을 넓혀가며 광양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광양지역 대표 막걸리다.

지난 2011년 11월, 그러니까 생긴 지 겨우 8년밖에 안됐지만 광양쌀 생막걸리는 현재 광양 전역에 막걸리를 공급하며 막걸리 시장 70%를 점유하고 있다. 20여 년 전막걸리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탔던 포천 막걸리 영업사원으로 일했던 게 종현 씨가 막걸리 세계에 발을 내딛은 인연이다.

일행들에게 그가 내놓은 광양쌀생막걸리에 대해 물었다. 다들 칭찬 일색이다. 수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광양 땅을 대표하는 지역명주는 막론하고 서민들의 술로 여겨지는 막걸리가 여수와 순천에서 생산되는 막걸리에 밀려 도태된 상황에서 광양쌀생막걸리가 만들어지면서 비로소 체면치레를 하게 됐다는 것이다.

은영 씨는 “그동안 광양사람들에게 사랑받았던 막걸리가 여수막걸리와 순천막걸리인 나누우 리에 밀려 폐업한 뒤 이들 지역막걸리에 거의 잠식된 상태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며 “그러다가 광양쌀생막걸리가 출시돼 지역막걸리로 대접받고 있는 게 광양사람으로서 매우 기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 출시됐을 때 이미 입맛을 잡은 다른 지역막걸리와 승부가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있었는데 먹어보니 성공하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며 “광양을 대표하는 막걸리를 넘어 광양을 홍보 하는 막걸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광양쌀생막걸리의 성공적인 안착에 대해 종현 씨는 “싱싱한 생김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적당히 익거나 아예 푹 삭은, 곰삭은 김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막걸리도 마찬가지다”며 “나이 드신 분들은 적당히 익거나 푹 익은 막걸리를 좋아하는데 그런 막걸리는 경로당 인근이나 구도심 주택가 등에 납품하고 반면 젊은층이 선호하는 생김치 같은 막걸리는 대학가 주변 식당가로 납품하고 있다. 그것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종연 씨는 “광양쌀생막걸리의 특징은 첫 맛은 단맛이 나면서 사이다처럼 상큼하다. 한잔 쭉 마시기에 부담이 없고 묵직하다”며 “마신 뒤 뱃속 에서 느껴지는 거부감이 없다. 새벽에 만들어 낸술인지 종현이 형님의 말처럼 생김치처럼 신선하다”고 칭찬했다. 그의 칭찬에 종현 씨의 얼굴에 웃음이 머물렀다.

익을수록 좋은 것은 비단 가을들녘을 수놓는 나락과 막걸리뿐 아닐 것이다. 알맞게 익은 좋은 나락과 좋은 쌀로 빚은 좋은 막걸리 그리고 그 막걸리를 함께 나누는 오래 익은 인연들이라면 세상 살아가는 낙이야 그것으로 족할 일이다. 좋은 인연에 광양쌀생막거리는 다만 조금 거들 뿐이다. 금상첨화가 따로 없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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