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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이야기(1)이종태 전)농협중앙회 광양·여수·순천시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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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11  09:3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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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태 전)농협중앙회 광양·여수·순천시지부장

오늘부터는 매일 한차례 뒷산을 오르기로 했다. 마흔도 늦다고들 하는데 칠십이 넘어 책을 읽고 글을 쓴답시고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이 늘어나다보니 시력과 근력과 지구력에 무리가 느껴져 이틀간격으로 두시간정도 하는 산행을 시간은 줄이고 매일 하기로 한 것 이다.

몸을 더 움직여주고 콘디션 조절을 해보기 위해서다, 날씨가 싸늘해지다 보니 산에 오르는 사람이 많이 줄었다. 스산한 바람이 떨어진 낙엽을 굴리고 오늘따라 썩어가는 구르터기 들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자식들이 이따금 비타민제나 원두커피를 보내오는 것을 보고, 이제는 내가 자식들에 의지하고 산다는 생각과 함께 내가하고 싶은 일 마음껏 해보자며 책을 펼쳐 들었으나 어느 샌가 노쇠가 찾아 왔다는 것을 실감 해본다.

하긴 생각해보니 이런 가까운, 잠깐의 산행과 달리 히말라야 트래킹같이 멀고 긴 산행의 경우는 가이드가 ‘롯지’라는 휴식공간을 기준으로 두 시간 정도 산행을 할 때 마다 먼저 오른 사람은 쉬며 기다리라 하고 늦은 사람은 챙겨주며 더불어 올라감의 소중함과 보조를 맞추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심어준 덕에 그 높은 산을 같이 오르지 않았던가.

살아보니 세상사는 이치도 똑같아 언제부터인가는 임플란트를 해야한다하고, 때가되었다며 돋보기도 끼워보라 하고, 남들이 겪는 무릎과 허리의 통증도 너 또한 겪어보라하며 이렇게 공감하며 벗들과 더불어 큰 차이 없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살아가는 것이 순리라고 타이르는 것도 같다.

『백년을 살아보니』라는 책으로 많은 국민들에게 삶의 성찰을 준 김형석 선생께서는 한 텔레비전 프로에서 “98세가 본인인생에서 가장 많은 일을 한 한해였다”고 회고하였으나 그것이 어디 보통사람의 일인가. 형장에서 사형이 집행되기 전, 5분의 생각시간을 허락받은 러시아의 도스토예프스키는 최선을 다하지 않은 지난날의 삶을 뼈저리게 후회하며, 살아있음의 소중함을 생각하든 차에 사형집행이 중단되며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카라마조프 가의형제들』 등 불후의 명작들을 쓰고 대문호가 된 것 역시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어린학창시절 나는 턱걸이 하나밖에 못한다는 생각에서 ‘오늘은 하나 반까지는 하고야만다’는 생각으로 발전하면서 불가능할 것 같았던 목표 횟수도 가능해짐을 경험한 생각이 난다. 우리 모두는 평범함 속에서 편안함을 찾지만 의지와 노력으로 목표한 턱걸이를 달성하고 한호 하던 그때의 마음을 잊을 수 또한 없다.

떨쳐버릴 수 없는 나만의 자존심과 성취의 즐거움을 위해, 등산에서 구색과 균형을 갖추듯, 내 몸에 맞는 배낭하나쯤 메고, 아끼고 소중한 그 무엇 몇 개쯤은 담고 그렇게 산을, 아니 인생길을 걷고 싶은 건 무엇 때문일까? 우리 몫만큼의 무언가 의미를 찾아 무료와 권태를 이겨내고 이 사회가 조금은 나아지게 벽돌 한 장, 흙 한 삽, 보폭한걸음만 더 쌓고, 파고, 나가 보자는 생각을 해본다.

농민들이 즐겨 쓰는 “철없는 사람”의 ‘철’이라는 말의 의미가 생각난다. ‘철들다’ 의 ‘철’이아니라 ‘제철’할 때 ‘철’이라는 뜻이다. 농민들은 농사를 짓는데 생각이나 철학은 당장 필요 없어도 계절의 변화를 읽고 파종을 하는 시기를 놓쳐서는 절대 안 된다며 주의를 환기 시키는 말이다. 부질없는 이야기지만 지금의 나의생각과 의지를 40대에만 가졌어도 하는 생각을 해볼 때가 종종 있다.

숨을 고르려 평평한 바위에 앉아본다. 그런데 바위란 놈이 말을 한다. 땅속 조금아래 묻어 있는 친구바위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다. “친구야 너 참 불쌍하구나. 나는 이렇게 가만히 있어도 계절 따라 피어나는 온갖 꽃들을 보고, 하늘을 가로지르는 기러기의 날개 짓도 보고, 철따라 찾아오는 새들의 노래도 듣고, 등산 오는 아저씨•아주머니들이 들려주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듣고 사는데 너는 깊은 어둠속에서 얼마나 답답하겠니?” “고마워, 너무 걱정 하지 마! 너는 눈과 비와 바람을 맞으면서 하루하루 깎기며 작아지고 있지 않니? 언젠가는 너의 몸은 부서지며 흙이 되어 이곳저곳으로 흩어지겠지. 그렇게 되면 나도 세상구경을 할 날이 오고말거야.” 바위들의 이야기가 곱고 착하다. 세상에서 제일 높은 히말라야 산맥이 지각운동으로 바다 밑에서 솟아오르듯 깎이고 흘러 다시 쌓임이 세상 이치임을 아는가 보다.

혼자 산행을 하다보면 이것저것 생각해보며 실소를 하기도 한다. 사람의 인성이야 쉬 바꿀 수 없겠지마는 글을 쓰다 보니 양심이 눈을 부릅뜨고 언행일치를 하라며 지켜보겠다며 벼른다. 혹 하나를 달고 가는 기분이라 내리막길임에도 조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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