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시민과의 대화, 의견수렴은 100%, 이행은 0%?

시민 “현장 아는 실무담당자 의견 듣고 대답했어야”

“즉시 시행토록 하겠다”
“담당부서는 오늘 당장 현장을 확인하고 조치하라”

지난 2월 14일부터 2월 22일까지 진행된 ‘2019 시민과의 대화’에서 계속해서 등장했던 정현복 시장의 즉답이다.

그러나 민원에 적극적인 대응으로 시민들의 호평을 얻었던 이 즉답은 시민들의 의견만 수렴하고, 이행은 전혀 되지않은 것으로 밝혀져 시민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시민과의 대화가 끝난 지 한달이 지났지만 정 시장의 답변처럼 ‘즉각 조치’가 이루어진 곳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양시에 따르면 6일 간의 시민과의 대화에서 제기된 민원은 모두 313건으로, 이중 추진 중인 민원은 171건, 답변 완료 96건, 불가 46건이다. 시민신문은 시민과의 대화가 끝나고 한 달이 지나는 시점에서 정 시장이 당장 처리하겠다고 시민들과 약속했던 민원들을 점검해봤다.

먼저 봉강면민과의 대화에서 한 주민은 “버스정류장이 지곡교 바로 우측에 위치해있어 교통사고 등 안전을 위협한다”며 광양읍 쪽으로 30m정도 이설을 요구했다.
정현복 시장은 “주민안전이 우선이다. 이설부지가 하천부지인 만큼 즉시 시행토록 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 봉강면 지곡교 옆에 위치한 버스정류장

현장 확인결과 이설을 즉시 시행하겠다는 답변과는 달리 달라진 것은 없었다. 이에 대해 시는 “이설부지 석축이 돌과 철근으로 되어있어 안전상의 문제로 이설이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중마동 주민과의 대화에서는 한 주민이 와우 호수공원 운동기구가 파손되어 있으며, 데크가 훼손되어있으니 이를 정비해 달라고 요구하자 정현복 시장은 또 다시 “바로 해드리겠다”고 답했다.

▲ 제 기능을 잃은 와우호수공원 운동기구

하지만 민원이 제기된 지 한 달이 가까워짐에도 훼손된 채 보수되지 않은 데크는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운동기구 또한 제 기능을 하지 못한채 무용지물로 방치돼 있었으며, 날카롭게 찢긴 발판은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또 광양읍 주민과의 대화에는 주민들이 “대림아파트 벽화가 흉물스럽게 방치되어 있다”며 개선을 요구했고, 정 시장은 “현장을 살펴보니 관리가 안 된 부분이 있어 안타깝게 생각했다”며 2월 중 협의를 진행하기로 약속했다.

시는 현재 진행상황에 대해 “3월 14일부터 20일까지 7가지 시안을 토대로 3가지를 선발했으며, 아파트 안내게시판에 게시해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한 가지를 선택하기로 했다”며 “선택된 디자인으로 4~6월의 기한을 두고 벽화를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노후화 된 광양읍 대림아파트 벽화

당초 협의를 예정한 2월이 아닌 3월에 협의를 시작해 6월에 마무리 되는 것처럼 민원에 따라 그 즉시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예산과 시간 등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른다. 정현복 시장의 답변처럼 빠른 시일 내에 민원을 즉각 조치하기에는 사실상 어렵다는 것.

이밖에 태인동 태금중학교 뒤 공원도 마찬가지다. 쓰레기가 쌓여있다는 주민들의 지적에 정 시장은 다음 주까지 청소를 마치겠다고 답했으나, 시민신문이 직접 방문한 공원의 모습은 온갖 쓰레기들로 뒤 덮여 처참하기까지 했다.

▲ 흉물스럽게 방치된 태인동 공원

이에 대해 한 시민은 “민원을 해결하기 위한 예산이 아무리 빨리 나온다 해도 한 달 안에 뚝딱 나오는 것이 아닐 테고, 민원을 해소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막무가내 식 즉답이 아닌 현장을 제일 잘 아는 실무부서의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했어야 했다.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즉각 처리해주겠다는 정 시장의 대답은 주민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함이거나 그곳에 참여한 시민들의 인기를 얻기 위한 책임지지 못할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약속이란 의미는 개인과 개인사이에서도 중요하게 여겨진다. 행정과 시민의 약속은 이보다 더 중요시 될 수밖에 없다. ‘즉시 시행키로 하겠습니다’라고 했으면 행정은 그대로 지켜야 한다”며 “만약 어떠한 이유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면 그 사유를 고지해줘야 한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시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면 시민과의 약속을 어기는 것은 물론, 시민을 기만하는 행위로 보여 진다”고 질타했다.

또 다른 시민은 “신문에 보도된 시민과의 대화를 보고 지나는 길에 시장님이 우리 동 민원인들의 의견을 듣고 당장시행하겠다고 했던 사업들이 어떻게 집행되고 있는지 궁금했다”며 “하지만 확인결과 바로 시행 조치하겠다는 답변과는 달리 딱히 달라진 것 없이 여전히 그대로였다”고 말했다.

그는 “바로 시행할 수 없는 이유를 민원인 당사자에게만 따로 통보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즉각 조치’라는 약속과는 달리 한 달이 지나가도 변화가 없어 ‘시민과의 대화’는 말 그대로 그저 ‘대화’만 주고받았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현복 시장은 지난 시민과의 대화에서 올해 민선 7기 중점사업으로 지역경제 살리기, 좋은 일자리 창출, 문화·관광자원 재발, 신산업 육성 등을 제시하며 함께 잘 사는 좋은 도시를 만드는데 시민들의 동참과 협조를 당부했으며, 시는 이번 시민과의 대화에서 제시된 의견을 부서 검토를 거쳐 건의자에게 처리계획을 통보하고 추진상황 보고회를 개최하는 등 건의된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나갈 계획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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