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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가야 할 ‘우리’
박주식 기자  |  taein@gycitiz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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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24  19:5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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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식 발행인

환경단체와 일부언론의 포스코 광양제철소 환경문제 제기와 지역사회의 대응이 극한 대립양상으로 치닫는 모습에 많은 시민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1월 수재슬래그 운송차량 침출수 유출과 폐기물처리시설을 설치승인을 받지 않고 운영한 행위를 고발하면서 시작된 광양제철소 환경문제 제기는 이어 한 언론에서 고로 정비 후 '브리더'라는 비상밸브를 통해 유독 가스와 분진을 여과 없이 뿜어내고 있다는 지적으로 이어졌다.

이에 광양만녹색연합은 광양제철소에 슬래그 불법 반출 중단과 고로의 분진을 증기와 함께 배출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처럼 광양제철소가 환경문제로 매도당하자 광양상공회의소가 먼저 진화에 나섰다.

광양상의는 “광양제철소의 오염물질 무단배출은 유감이나, 언론보도와 주장들이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고 포스코를 미세먼지의 주범인인 것처럼 부정적 낙인찍기가 된다거나, 마치 광양이 사람이 살수 없는 환경오염의 도시인양 과장되고 왜곡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최소한 관계기관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판단을 유보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광양시 지속가능한 환경협의회는 포스코 광양제철소 오염물질 배출 사태와 관련 보다 체계적이고 분명한 관리방안을 수립하고 정기적인 조사와 모니터링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키로 협의했다.

더나가 지역 청년단체(광양JC·동광양JC)는 ‘더 이상 기업의 발목잡기로 기업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는 삼가하자’는 성명을 발표했고, 광양제철소 협력사 협회는 “환경문제를 악의적으로 생산하고 이용하는 개인과 단체는 이러한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요구하며, 만약 이러한 문제가 재발 시에는 협력사의 존립을 위협하는 행위로 간주하여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광양만녹색연합은 지난 22일에도 성명을 내고 ‘침출수 유출에 대한 광양시의 솜방망이 행정처분’ 지적과 함께 ‘저감 시설 없는 고로가스 배출로 인한 주민과 노동자들의 건강 영향을 조사할 것’을 요구했다.

광양제철소의 환경오염행위가 있었고,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환경단체가 당연히 할 일이고, 이에 동조하는 시민도 상당하다.

그리고 도시 이미지 실추와 기업 활동 위축을 우려하는 단체와 기업의 입장 또한 당연한 주장이다.

문제는 광양이라는 한 울타리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입장과 주장이 언제까지나 둘로 나뉘어 반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광양제철소의 약속

광양제철소의 환경오염발생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30여년 전 제철소 가동과 함께 시작된 일이며 그동안 지속적으로 발생돼 왔다. 하지만 환경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마치 처음 일어난 일처럼 호들갑을 떠는 모습은 이제 지양돼야 한다.

이미 광양제철소는 충분히 환경문제에 대한 지적을 받았고, 환경단체는 물론 지역사회가 무엇을 어떻게 하길 원하는지, 광양제철소 스스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번 일이 환경단체는 과거를 공부하고, 광양제철소는 약속을 지키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일관제철소인 광양제철소는 가동 초기부터 지역주민들로부터 환경오염에 따른 문제 제기가 계속돼 왔다.

이중 2003년 광양환경운동연합의 기업감시운동은 광양제철소의 환경문제를 구체적으로 해결하고자 했던 첫 사례라 할 수 있다.

환경연합은 2003년 광양제철소의 345kv 송전선(가야산 송전탑) 건설에 따른 문제제기를 시작으로 광양제철소와 힘겨운 싸움을 시작했다. 2004년엔 광양제철소가 시안이 함유된 응축수를 섬진강 하구에 무단 방류한 사건이 알려졌다.

이에 환경연합은 광양제철소의 가장 심각한 환경문제인 대기오염에 대한 자료를 조사해 광양제철소의 환경오염 전반에 걸쳐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을 요구했다.

포스코 기업감시운동은 2004년 4월 ‘최악의 공해기업 포스코’ 고발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이후 환경운동연합 전국조직의 지원과 참여 속에 길고도 험난한 활동을 전개했다. 당시 광양제철소는 대량 오염배출기업으로 주변지역 주민에게 직접적 피해를 끼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적 규제 이하의 배출과 환경투자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오히려 문제를 제기하는 쪽에 나쁜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 같은 광양제철소의 입장은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실시한 광양제철소 주변지역 주민건강실태조사 및 환경위해요인 평가 용역 결과가 나오며 설득력을 잃었다. 용역결과 환경연합의 주장이 사실이며 광양제철소의 오염원 배출로 주변지역 주민들이 심각한 건강상 피해를 입고 있음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광양제철소 오염물질 배출로 주변지역 주민 2명중 한명이 호흡기 질환 유병 율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전국대비 5배나 높고, 특히 15-19세 청소년(남)의 경우 만성호흡기질환이 전국대비 무려 53.8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처럼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도는 건강상의 질병들이 광양제철소의 오염원 배출로 인한 결과임을 일관되게 지적한 것이다.

결국 2004년 10월 국회 환경노동위 소속의원들이 광양제철소 현장을 방문해 환경실태를 점검하고, 영산강유역환경청 국정감사장에 광양제철소장을 증인으로 채택해 심문했다.

그동안 광양제철소의 환경파괴로 주변지역 주민들이 피해를 받고 있음에도 그에 대한 적절한 노력이 없었음에 대한 질책과 환경개선을 위한 광양제철소의 대책을 추궁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광양제철소는 비로소 환경오염과 주변지역에 피해를 끼치고 있음을 인정하고 이후 성실한 협의와 환경개선에 나설 것을 약속했다.

광양제철소가 사상처음으로 환경오염에 대해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한 것이다.

이에 따라 광양제철소는 2005년 5월 광양시민과 환경운동연합에 광양제철소 환경 개선에 대한 10개항의 약속을 담은 확약서를 제출했다.

광양제철소는 확약서를 통해 △광양제철소 주변에 대한 환경영향조사 △환경현황 설명회 △환경복원 및 대책수립과 공정개선 △지방자치단체와 환경협약 체결 △환경정보의 신속하고 최대한 공개와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환경보고서 년 1회 발간 배포 △불측 환경사고 대비 대책수립과 지역 환경보전 활동 등 환경개선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추진할 것을 시민과 약속했다.

반목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개선 방안 강구

광양제철소가 확약서를 제출한지 14년이 경과하고 있다. 그동안 광양제철소도 끊임없는 투자를 통해 많은 환경 개선을 이뤄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상당수의 시민은 광양제철소의 환경저감 노력을 여전히 불신한다.

이는 저감을 한다고는 하나 여전히 환경오염물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제철소 공정의 특성에 기인한다고도 할 수 있으나, 광양제철소가 시민과 한 약속을 얼마나 잘 지켰는지도 따져볼 일다.

문제해결의 시작은 광양제철소가 약속을 지키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환경정보의 공개와 시민을 위한 솔직한 환경개선활동만이 끊임없는 고발성 환경오염문제 제기가 아닌 지역과 기업이 환경문제를 함께 풀어갈 수 있는 여건 조성의 지름길이다.

광양제철소의 환경문제를 해소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제철소 가동을 중단하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광양제철소 직원들 사이에서는 단체와 언론으로부터 광양제철소가 부도덕한 환경오염 기업으로 매도되는 것을 두고 “차라리 문을 닫으라고 하지 그러냐”는 볼멘소리도 들려온다.

하지만 광양제철소가 없어진다는 것에 동의할 시민은 그렇게 많지가 않다.

광양은 포스코 기업도시로 광양제철소의 흥망성쇠를 함께할 공동운명체가 돼 버린 지 오래전이기 때문이다. 언제까지나 함께 살아가가야 할 ‘우리’라면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더 이상 자제해야 한다.

20여 년 광양의 환경운동 중 적어도 15년은 광양제철소의 환경문제제기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나름의 노력의 역사다. 그리고 지금도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설령 부족하고 불만족스럽더라도 계속 진행형이다. 이는 과거의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슬래그도 고로도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문제를 제기 했던 일이다. 언제까지나 문제 제기만 할 수는 없다. 그동안 숱한 문제를 제기했고, 약속을 받아냈고,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세상일에 늘 정답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싸움은 서로 말이 통하지 않을 때나 억지를 부릴 때 하게 된다. 그래도 이왕이면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이다. 구지 끝까지 싸워 이기려고 한다면, 이길 수도 없을뿐더러 서로가 다 패자가 될 수밖에 없다.

광양제철소는 그동안 시민과 한 약속을 되새겨야한다. 끊임없는 고발성 환경문제 제기는 시민과 한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임을 깨달아야 한다. 광양제철소가 약속을 이행함으로써 더 이상 광양제철소의 오염행위가 폭로로 내비치지 않고 스스로가 죄인에서 벗어날 수 있길 기대한다.

환경단체도 그동안의 운동성과를 되돌아보자. 반복되는 문제제기보다는 이미 이뤄놓은 성과물을 확인하고, 이를 근거로 요구하고 개선해 나가길 바란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이해관계자들의 입장표명도 자제하자.

단체도 기업도 모두가 시민을 위하는 일이 최우선이어야 한다.

이제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자. 그리고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함께 강구함으로써 시민의 우려를 해소해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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