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주식 기자

광양시는 최근 지난 1월 발생한 광양제철소 수재슬래그 운송과정에서 발생한 낙수행위에 대한 처벌과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승인을 받지 않고 운영한 행위를 고발하고 사건을 일단락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처리결과는 문제의 본질은 놔둔 채 헛다리만 짚은 꼴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시는 이번 사건을 처리함에 있어 슬래그 운송과정에서 발생한 낙수와 수재슬래그 처리시설에만 초점을 맞췄다.

광양시 수사결과 침출수의 성분은 구리가 0.006㎎/ℓ로 배출허용기준 대비 500분의 1수준이고 시안은 0.03㎎/ℓ으로 허용기준대비 33분의 1 수준으로 낮게 검출됐다고 한다.

시는 수사결과에 따라 포스코에 수재슬래그 생산시설을 설치·운영하는 주체로서 낙수를 방지하기 위한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 한 점이 인정되므로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또 운송업체의 경우 차량 운전원이 작업지침을 준수하지 않은 사항을 인정함에 따라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와 1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할 방침이라고 한다.

수사과정 중 광양제철소는 고로에서 발생하는 슬래그를 급냉해 수재슬래그를 생산하는 시설 총 10기를 폐기물관리법상 승인을 받지 않고 운영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에 지난 3월 15일 포스코를 폐기물관리법 제65조 및 제67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로 적발해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에 고발하고 사건을 송치했다.

광양시는 3월 15일 광양제철소 수재슬래그 처리시설에 대해 최종 설치 승인했다.

3개월가량 지역의 큰 이슈 중 하나였던 ‘낙수와 슬래그 처리시설 설치’는 이렇게 마무리 됐다.

현장을 자주 목격했던 많은 사람들을 눈뜬 바보로 만들어버린 채 사건이 종결되고 있는 것이다.

‘수재슬래그 운송과정에서 발생한 낙수행위’라고 표현된 이번 사건의 본질은 ‘슬래그’다.

슬래그를 실은 덤프트럭이 운송과정에서 침출수를 흘리면 침출수만 흘러내리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슬래그도 함께 유출된다. 이렇게 침출수와 함께 도로에 떨러진 슬래그는 도로 가장자리에 쌓이게 된다. 특히 커브 길엔 상당한 양의 슬래그가 쌓이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가뜩이나 무게가 많이 나가는 대형 차량의 통행이 잦은 태인동 도로다 보니 도로에 떨어진 슬래그는 자연스럽게 가루가 된다. 그리고 이 슬래그 분진은 차량이 일으키는 바람만으로도 비산돼 주변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해치는 오염원으로 작용했다.

광양제철소 2문에서 태인동에 있는 시멘트 회사까지의 도로에 슬래그가 유출돼 쌓인다는 것은 대부분의 태인동 주민이 다 아는 사실이다.

이는 실제 현장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됐다. 한때 태인동 도로 청소비 분담을 위해 도로에 쌓이는 물질을 조사한 결과 슬래그가 상당하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슬래그는 모래처럼 보이지만 모래와는 전혀 다른 물질이다. 손으로 만지면 유리성분이 손바닥에 박힐 정도다. 이런 슬래그가 비산먼지가 돼 태인동 주민들의 폐에 박혀있다는 생각을 하면 참으로 끔직한 일이다.

시는 침출수의 성분 파악에만 매달릴 일이 아니었다.
이처럼 지난 30여 년간 슬래그를 흘려 태인동을 오염시킨 운송업체의 진실을 파헤쳤어야 했다. 그동안 광양제철소에서 태인동으로 이동한 슬래그의 양이 얼마인가.

광양제철소가 1998년에서 2018년까지 20년 동안 생산한 슬래그는 총 9126만3천 톤이라고 한다. 그중 0.001%, 아니 0.0001%만 유출이 됐어도 그 양은 어마어마하다.

이번 사건은 ‘운송업체 차량 운전원이 작업지침을 준수하지 않은 사항을 인정함에 따라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와 1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으로 마무리 될 일이 아니다.

포스코가 진정 지역과 함께 상생하고자 한다면 지역 주민들에게 수십 년간 환경피해를 끼치고도 나 몰라라 하는 이런 업체에 계속 운송을 맡길 것인지 재고돼야 한다.

또한 광양시는 먼저 슬래그의 성분을 분석해 인체에 어떤 위해를 끼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운송업체가 그동안 태인동에 슬래그를 흘려 주민들의 건강에 해를 끼쳤다면 반드시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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