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문화, 가사歌辭로 노래하다
광영동 바다 건너 양지바른 산동네
가는 길 동네 이름 모두 다 낯설지만
꼭 한번 살고픈 그림 같은 마을이다
기해년 봄비가 메마른 감성 적셔오니
건넛마을 산자락이 손짓하듯 유혹한다
봄비와 차 향기가 어울리는 오후에
언제고 가보리라던 선망의 꿈 이루러
짝꿍이랑 나란히 선포 마을 도착했다
동네 어귀 들어서니 매화들이 방긋방긋
마을 앞 뻘밭에는 아낙네들 조개잡이
마을 회관 건너편 집 시멘트 담장에는
21세기를 무색케 하는 간첩신고 벽 글씨
그 옆에는 쪼그맣게 개소주 전화번호
동네 가운데 마을 회관에 펄럭이는 국기까지
아! 아! 광양 땅에 이런 곳이 남았다니!
감흥 끝에 생각 없이 카메라를 눌러대니
뭣 하는 사람이요? 의아하게 묻는 어른
간첩신고 글귀 앞이라 움찔하며 뒷걸음질
경운기 끌고 오던 동네 아저씨 힐끔힐끔
이방인 방문 반가운지 넌지시 웃음 웃네
광양 8포 중에서도 살아남은 선포 포구
아직도 조각배들 선창 가에 정박하니
제철소 들어선 후 보기 드문 풍경이라
한참을 바라보며 고향 생각 떠올렸다
진하면과 월포면을 통합하여 진월면
지금은 진월면 진정리 선포 마을
진씨가 처음으로 정착하여 살았고
성주배씨 입촌하여 마을 이뤄 살았다지
본래 이름 섬포蟾浦라니 두꺼비랑 관련될까
전해오는 자료 없어 추정하기 어렵지만
선포 마을 지명처럼 조용하고 살기 좋은 곳
덕석바구 매봉재 부엉데미 여수골
구석구석 신비롭고 아름다운 동네 향기
마을을 돌아 나와 바다 건너 바라보니
아파트에 공사장에 허리 잘린 산자락까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상반되는 마을 형세
여보게 벗님네들 자연 훼손 그만하고
자손만대 물려줄 이 강토 보존하여
맑은 공기 맑은 바다 맑은 바람 넘겨주세
봄비가 부슬부슬 머리카락 적셔오고
봄바람이 살랑살랑 이마를 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