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태 전)농협중앙회 광양·여수·순천시지부장

▲ 이종태 전)농협중앙회 광양·여수·순천시지부장

백성을 사랑한 맹자, 정약용은 “향촌에서는 나이가 많은 사람이 어른이라 했다” 고대 로마의 현인 키케로는 “원숙함이란 재능 따위가 아니라 시간이 가르쳐주는 미덕이다”라며 나이 듦에 의미를 두었다. 주위로부터 ‘할아버지’나 ‘어르신’으로 자주 불리어 지며 ‘나이 값’이라는 말이 삽살개처럼 따라붙는다.

어떻게 사는 것이 나이 값하며 사는 것일까? 20살에 턱걸이하던 평균수명이 81세를 넘어서며, 사회가 급격히 고령화 하면서 공원과 관광지와 병원과 약국에는 노인들로 넘쳐나고 있다.

‘예로부터 몹시 드묾(古來稀)’으로 대접은 못 받을망정 불편한 천덕꾸러기 취급은 받지 않기 위해 어른으로서의 위치와 처신을 한번쯤 생각해 봐야할 것 같다.

먼저 반성부터 해보자. 가장 큰 문제는 65세 이상 노인들의 의료 진료비가 2017년 기준으로 1인당 425만원 이상으로 국민평균의 3배가 넘고 있으며 노인 인구는 14.4%이나 전체의료비는 40%를 넘어서고 있다.

병원을 찾는 횟수도 년17회로 OECD국 평균의 2배 이상이라고도 한다. 말로는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깨끗한 상태의 편안함인 강령(康寧)과 일생을 건강하게 살다 고통 없이 생을 마감하는 고종명(考終命)을 염원하면서도 스스로 자기 몸을 관리하려는 의지와 노력보다는 약과 의술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이웃 일본보다 높고 OECD국 중에서도 최고수준이며, 좋은 한글 덕분으로 문맹률은 러시아나 유럽선진국과 같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그러나 책읽기를 싫어하고, 과학·문화 등의 전문용어 및 신문이나 책들의 해석과 이해(산문문해), 지도나 차트 등의 이해(문서문해), 계산능력이나 기하학의 이해 (수량문해)등의 수준이 낮아 ‘실질문맹률’에서는 OECD회원국 중 가장 높은 상반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한다.

그러다보니 노인사회에서도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이나 지혜의 대화는 복잡하다며 싫어하고, 오직 음식 이야기나 웃고 넘기는 단순한 대화가 주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 다.

여기서 어른의 역할에 고뇌하며 충실한 우리조 상들이 나이가 들며 집이나 서원에 붙어두고 즐겨 생각했던 글자들을 몇 가지 찾아보자. 먼저 향원익청(香遠益淸)이다. ‘향기는 멀수록 맑다’는 이야기다. 쇄락(灑落)은 물을 뿌린 뒤처럼 ‘기분이나 몸이 상쾌하고 깨끗하다’는 뜻이다.

광풍제 월(光風霽月)은 ‘맑은 날의 바람과 비 갠 날의 달’ 을 뜻하며 훌륭한 인품을 비유하여 쓰는 말이다.

호연지기(浩然之氣)는 공명정대하여 흔들림도 부끄러움도 없는 바르고 큰마음이다. 이러한 모든 생각들은 의리와 지조, 인격의 완성을 위해 끊임없이 학문과 덕성을 키우며, 대의를 위해 목숨까지도 버릴 수 있다는 소중한 ‘선비정신’으로 집약된다.

솔잎사이를 흐르는 바람소리까지도 귀기울이며 몸과 마음을 올 곧게 추스리려 노력하였다. 벼슬에서 물러나면 후학양성과 학문정진으로 삶의 유의미를 찾고 이어나갔다.

일반백성들도 시간이 있을 때 마다 짚으로 새끼를 꼬고 짚신을 만들며, 싸리나무로 산태미와 바지개를 만들고, 대나무나 버드나무로 광주리 등을 만들었다.

무언가를 만들면서 자신감을 얻고, 유능하고 독창적인 자아발견까지는 아니라도 최소한 무료함을 이겨낼 수는 있었다. “오늘날과 같이 만드는 것과 소비하는 것이 분리된 시대에서 겪는 공허함, 단절감, 무력함”을 이겨내며 경제적 생산의미를 죽는 날까지 이어갔다.

모두가 부족함이 많은 시대이다 보니 이웃에 대한 원망이나 시기는 꿈도 꾸지 않았고 배우지는 못해도 가족을 먹여살려야한다는 사명감만으 로도 모두는 착하고 정직해질 수 있었고 좋은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었다.

2천년대 초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단편 『황혼의 반란』에서 모든 경제의 국가적 어려움이 노인의 증가에 있다고 보고, 노인들에 대해 점진적으로 의료혜택을 축소하고, 특정지역의 출입 제한에 이어 마침내 공권력에 의한 수용 및 살해를 한다는 공상소설을 썼다.

최근 일본작가 가키야 미우는 『70세 사망 법안, 가결』 이라는 소설에서 모든 국민의 총체적행복을 위해 부양할 자식이 없거나 스스로 삶을 원활하게 영위할 수 없는 70세 이상 노인들을 안락사 시킨다는 법안이 가결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무리한 논리 속에서도 삶의 소중함과 의미를 각성케 하고 있다.

인간은 개별성과 함께 인류사에서 완성이 아닌 징검다리와 같은 과정물이기도하다. 플라톤이 말한 “인생에서 제일 좋은 자리는 관중석이다” 는 말은 노년의 삶에 좋은 조언이기도 하다. 그러나 후손들에게 하품하는 무료의 흐트러짐 보다는 삶의 의미를 찾는 고뇌하는 모습은 보여줘야 한다. 의존이 아닌 자존의 당당함을 보여 줘야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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