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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해주고 싶은 이야기들(4)이종태 전)농협중앙회 광양·여수·순천시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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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14  21:4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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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태 전)농협중앙회 광양·여수·순천시지부장

나는 둥근 것을 많이 보고 좋아하며 자랐다, 학창시절 추수가 끝난 뒤 마을 뒷산 에서 내려다본 읍내는 군청 등 관공서와 몇 집을 제외하고는 노란 볏짚으로 인 지붕이 둥글둥글 이웃하고 있어 참으로 보기 좋았다.

둥근 초가지붕에는 둥근 박이 열리고, 둥그스름한 황토고갯길 옆에는 둥그스름한 묘들이 낮잠을 자고 있었다. 학교 앞 구멍가게의 사탕도 동글동글 했고 우리 집 우물가에 열린 배와 단감도 둥글둥글했다.

아버지의 갈퀴 나뭇짐도 둥글했고, 어머니가 따온 호박도 둥글둥글 했다. 꼬불꼬불 마을길을 우리들은 둥글한 굴렁쇠를 굴리며 신나게 놀았다. 마당 멍석위에 말리는 콩들도 동글동글 했고 명절 때면 먹는 부침개도 동글하게 만들었다.

군에 간 형님의 반가운 편지를 전해주는 우체부 아저씨의 자전거 바퀴도 둥글었고, 아버지의 등허리에 수형처럼 뿔이 된 지게를 대신해준 고마운 리어카 바퀴도 둥굴었으며, 옅은 구름 뒤 해와 달도, 비 오는 날 산마루에 걸친 무지개도 둥글었다.

세월이 흘러 지적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머리가 조금은 더 둥그스름하다고 느끼며, 그래서 항시 웃는 모습이고 사람들에게 호의적인 걸까? 생각이 들어 이런 꿈을 가져보았다. 착한마음으로 바램의 높이를 낮추고, 부지런히 움직여 부족함을 채워, 우리 모두가 지평선처럼 수평을 이룰 때, 모두 손에 손을 잡고 둥글게 원을 만들며 올려 보지도 내려 보지도 않는 둥글 동글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우리는 밥상머리에서, 마을 당산에서, 일상 접하는 자연에서, 학교에서 받는 교육보다 소중한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이웃마을을 이어주는 오르막 고갯길은 한번쯤 쉬며 푸른 하늘을 처다 보고가라 했고, 동서천 징검다리는 깨끗하고 푸른 물을 잠시 들여다본 후 건너라했다.

정초 온 마을에 복을 불러오고 액을 막아준다는 농악놀이를 따라다니며 같이 먹은 무선과 콩나물국은 혼자 먹는 것 보다 서로 쳐다보며, 같이 웃고 먹는 것이 몇 배 더 맛있다고 가르쳐 주었다.

신작로에서 우리 마을로 들어오는 울퉁불퉁, 꼬불꾸불한 농로는 무심코 가지 말고, 들에서 고생하는 이웃들도 보고 위로인사하며 가라 했다. 뜨거운 국물이 놓인 밥상은 어린아이 위로 넘기지 말라며 애시 당초 위험한일은 하지 말라고 당부 했다.

아이들이 크게 잘못하여도 감정을 실어 손찌검을 하다보면 손에 살이 내린 경우 일생을 두고 후회할 일이 생길 수도 있다며 가는 회초리를 찾으며 감정을 추수리라고도 했다. 높은 나무 위를 오르거나 깊은 물에 들어가는 것은 결코 자랑할 것이 못된다고 주의를 받았다.

두레박은 물이 새도 장독이 새지 않으면 물이고이나 두레박이 물이 새지 않아도 장독이 물이새면 물이 채워지지 않는다며 남편의 수입보다 아내의 절약정신이 더 소중하다고 했다.

어머니는 고추나무를 보고 빨리 자라 많이 열려주라 당부도 하고, 잎만 무성한 호박덩굴을 회초리로 때리시고 호박을 충실이 달지 않으면 더 혼을 내주겠다고 나무라시며, 농작물도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다고 말씀하셨다.

배고픈 설움을 모두가 너무나 잘 알기에 정성 드려 기른 콩, 감자 등 작물을 서리 맞아도, 그저 허허하고 웃고 말 따름, 험담이나 저주는 결코 하지 않았다. 팽이를 돌리고 제기를 차면서도 “움직임 속에는 마음을 풍요롭게 하고 꿈을 실현하는 힘이 있다”며 놀 때에는 놀아도 일손이 부족할 땐 어릴 적부터라도 도와야 한다는 말을 귀에 달고 살았다.

마을 우물가 빨래터는 세탁기를 사용하는 것 보다 손이 시리고 고달퍼도 서로 만나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웠고, 길쌈 방 주고받는 신세타령과 우스갯소리는 멍멍이도 알아듣고 좋아라 컹컹 짖으며 우울증 같은 것은 얼씬도 못하게 지켜주었다.

봄엔 아지랑이가, 여름엔 무지개가. 가을엔 오곡백과(五穀百果)가, 겨울엔 가지마다 눈꽃이 철따라 곱게 피워주었다. 심고 기른 꽃보다 더 아름다운 들꽃들이 계절 따라 지천에 피고, 하천과 들판에는 온갖 물고기와 곤충들이 여러 가지 모습들을 뽐내곤 했다.

중동이 세상 지혜의 중심이 되던 시절, 바그다드에 수도를 둔 아바스왕조시대 현자 알자히즈는 92세까지 책속에 묻혀 살며 찰스다윈 보다 1천년이나 앞서 동물의 생존을 위한 투쟁과 생명의 진화를 이야기하며, 이 세상에서 가장 나쁜 죄는 ‘교만’이며 자비 보다 더 좋은 최고의 행위는 ‘겸손’이라고 했다.

각이진 아파트가 아닌 둥글한 초가에서 살고, 하늘의 처분을 공손히 기다리며 농사를 짓고, 익으면 고개를 숙이는 벼나 수수 등을 보며 자라서일까?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 ‘겸손’이라는 아름다운 삶의 방식 하나를 배우고 익히며 살았다.

‘부족함’은 경쟁이 아니라 나눔의 소중함을 아는 지혜라는 귀띔을 들었고, 무엇 하나 귀하지 않은게 없다고 일러주었다. 소중한 추억들은 삶이 무료하고 힘들 때 내 등을 다독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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