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제일대학교 교수 김귀환

▲ 순천제일대학교 김귀환 교수

신호등은 잘 지켜져야 한다. 지켜지지 않는 신호등을 없어져야 한다. 신호등이 없으면 교통 혼잡을 야기시킨다고 한다. 반면에 신호등이 교통 혼잡의 원인이라고도 한다. 이런 이유로 같은 원인을 제공한다면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이 경제적으로 찬성하는 국민들이 많을 수도 있을 것이다.

자동차와 매연으로 꽉 찬 도로는 산업사회에서 국가의 발전의 상징으로 인식되었던 적이 있다. 100여 년 전 대한제국의 황실자동차 1대로 출발한 우리나라 자동차 역사는 그 수가 2018년 현재 등록된 자동차 수가 인구 두 명 당 1대꼴의 2,300만대에 이르렀다. 오늘날에도 그것을 위해 많은 나라들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그것은 오늘날 후발 산업국가들의 목표인 것이다. 자동차 수의 급격한 증가는 많은 심각한 교통문제를 유발하였는데, 한편으로 보행자의 이동권, 다른 한편으로 자동차의 이동을 어렵고 불편하게 하였다. 이런 문제적 인식은 오랫동안 일방적으로 자동차만을 잘 움직일 수 있는 도로체계를 만드는 것이 산업사회의 의무처럼 인식되었다. 사람들은 도로교통에서 자동차를 우선하는 교통체계에 사회화되었으며, 그 수단이 신호등이라 할 수 있다.

우리에게 있어서 신호등에 대한 논의의 핵심은 도로에 신호등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속된 말로 표현한다면 사거리 같은 경우 20여개 모여 있는 떼신호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신호등의 증가 원인으로 하나는 자동차 수의 증가와 그에 따른 도로건설일 것이며 다른 하나는 불필요한 곳에 설치된 신호등의 수가 많다는 것이다. 또한 지나친 재개발과 재건축은 또 다른 신호등 증가의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재개발을 통하여 그 지역에는 없었던 도로와 보도가 만들어지면서 신호등이 설치된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도로 건설이 자동차 위주로 건설되기 때문이며, 신호등의 증가를 자동차 산업발전과 사회발전의 상징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운전자나 보행자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불필요한 곳에 설치되어 있는 신호등이다. 이는 보행자나 운전자에게 심리적 불안감을 조성하기도 할 것이다.

그 동안 산업의 고도화와 급속한 발전과 성장만이 강조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신호등의 역할은 발전의 상징으로 보행자의 안전보다는 도로에서 자동차의 원활한 흐름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 과정에서 운전자와 보행자가 모두 신호등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등 심리적 상태의 불안정이 도로상에서나 보행 중에 나타나고 있다. 과도하게 많은 신호등은 사람보다 자동차 중심의 교통체계가 과도하게 우선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유럽 국가들을 여행한다면 우리나라에서처럼 많은 신호등을 볼 기회가 별로 없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신호등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이 요구된다.

신호등은 한편으로 산업사회의 교통질서의 상징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규제와 인간에 대한 억압으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과거에는 도로에 로타리(Rotary : 회전교차로)라는 것이 있었다. 최근에 로타리의 부활 소식이 들리곤 한다. 그런데 그 위치가 자동차가 많이 다니지 않는 곳에 설치되어 있어서 신호등과 마찬가지로 설치 대비 비용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설치 목적에 비추어본다면 교통질서 유지를 위한 신호등과 자동차의 흐름의 유연함을 위한 로타리 모두가 오히려 교통에 방해나 비용의 증가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전자의 측면에서 신호등의 설치비용은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2억 원 정도가 소용된다고 한다. 또한 불필요한 신호등이나 잘못된 위치의 로타리는 자동차운행에 있어서 비용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정리한다면 그 대부분은 환경문제로서 공해문제와 도로상에서의 교통체증이 만연된다는 것이다.

보행자의 이동권과 자동차흐름과 연관하여 우리에게 있어서 도로교통은 규제나 통제를 통한 기계적 질서유지가 아닌 사람 중심의 교통문화를 위하여 배려와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신호등으로 로타리와 같은 수단은 기계적 신호등 설치의 감소로 인한 비용감소와 이동의 속도의 완화를 통한 연료 절약과 그로 인한 삶의 여유와 환경 친화적인 사회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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