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주 민중당 광양시위원회 위원장

▲ 유현주 민중당 광양시위원회 위원장

4월에는 기억해야 할 굵직한 사건들이 많다. 4.19 혁명에 4.26 강경대 열사 사건(1991)이 보태지고, 4.16 세월호 참사(2014)가 보태졌다. 굳이 ‘4월은 잔인한 달’ 이라고 한 외국 시인의 말을 떠올리지 않아도, 4월은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으로 핏빛이다. 다 국가폭력이었다.

그나마 4.27 판문점선언(2018)이 보태져 숨통 트이는 4월이 되지 않았나 싶다. 나에게는 그렇다.

지난해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이 만났을 때 우리는 촛불혁명의 보람을 느꼈다.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이 만났을 때 한반도 평화정착에 큰 기대를 감출 수 없었다. 평양에서 남북정상이 다시 만났을 때 한반도 평화와 번영, 자주통일이 실행 단계에 들어설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개성공단이 다시 열리겠구나, 각계각층의 민간 교류가 다시 시작되겠구나, 금강산, 백두산, 평양 여행이 멀지 않았구나, 국방비가 줄어들고 복지가 늘어나겠구나. 눈치 빠른 몇몇은 방해세력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텐데 걱정도 했지만. 그러나 기대는 현실이 되지 않았고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소멸될 것 같았던 적페세력은 역사 왜곡과 방미외교, 아무데나 갖다 붙이는 ‘종북좌 파’ 척결로 태극기 휘날리며(성조기 휘날리며인가) 대동단결, 부활하고 있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무산되고, 대북제재는 여전해 민간교류는 난망하며, 2019년 국방예산은 사상 최대 폭으로 늘어났다.

‘평화와 번영’, ‘새로운 미래’ 라는 슬로건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구시대적 관행과 제도가 여전한 것이다. 이건 무언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느끼는 게 정상이다.

그동안 남과 북이 합의한 문서들의 첫 자리에는 항상 ‘자주’라는 문구가 들어있다. 6.15남북공 동선언, 10.4남북정상선언, 4.27판문점선언, 9.19 평양공동선언은 물론이고, 심지어 박정희 때 합의한 7.4남북공동성명에서도 ‘자주·평화·민족대단결’ 원칙을 천명한다. 도대체 왜!

이런 노래가사가 있다. ‘일본 놈들이 쫓겨 나가고 미국 놈들 들어와서 해방인 줄 알았더니 그 놈이 그 놈이더라~’ (위대하신 미국에게 감히 ‘놈’이 라는 천박한 말을 붙이다니. 변방의 보잘 것 없는 정당인에게까지 신경 쓸 트럼프는 아니겠지만 혹시 몰라 미리 말해둔다. 이건 어디까지나 노래가 사다.) 자주독립의 꿈을 짓밟은 일본은 36년 동안 주인행세 하다 쫓겨 갔지만, 해방과 더불어 들어와 자주독립의 꿈을 분단으로 막아버린 미국은 74년째 주인행세다.

우리의 ‘승인’ 없인 아무것도 못한다 라거나, 무기 많이 사줘서 고마워 라거나 하는 트럼프의 오만한 뻘소리에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 않으면 정상이 아닌거다. 그래서 ‘자주’는 외세의 간섭 없이 진정한 주인이 되고픈 우리 민족의 염원이자, 헌법 1조를 온전히 실현하고 싶은 민주시민의 의지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감히 얘기한다. “미국은 이제 ‘종전선언’이나 하고 빠지세요.” 그 다음은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다. 주인이니까.

판문점 선언 1주년을 맞는 지금 민간평화통일 세력이 힘을 모아 추진하고 있는 ‘DMZ 평화인간 띠잇기’와 전국농민회총연맹의 ‘통일트랙터’ 사업이 큰 의미로 다가온다.

정부가 못하는 일을 민간이 해내고 있고, 판문 점선언을 온몸으로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 곳곳에뿌리 내린 자주를 지향하는 ‘민民’은 변함없이 위대하다. 그 위대함은 4월 27일 임진각에서, DMZ에서 아름다운 인간띠로 형상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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