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주 민중당 광양시위원회 위원장

▲ 유현주 민중당 광양시위원회 위원장

얼마 전 국회에서 난장판이 벌어졌다.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을 둘러싸고 자유한국당이 난동을 부렸기 때문이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안건은 국회 상임위 180일, 법사위 90일, 본회의 60일을 기한으로 반드시 처리되게 된다.

최장 330일이 걸리니 ‘그게 무슨 신속처리냐’ 할 수도 있겠지만 수많은 법안들이 국회의원 임기 4년 안에 처리되지 못하고 표류하다 사멸되는 상황에서는 그렇다.

이번에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안건은 3가지인데 선거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공수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법이다.

이중 선거제도개혁의 내용을 담은 선거법 개정안은 진보정당의 오랜 요구이기도 하다. 내가 찍은 표가 보다 정확하게 의석수에 반영된다는 기대감으로 사표심리를 줄이고, 결과적으로 국회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면에서 매우 중요한 변화다.

‘연동형비례대표제’(50% 적용)로 압축되는 개정안은 약간 아쉽기는 해도 시작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정당득표율을 지역구와 연결해 비례 의석수에 반영하겠다는 것인데 다음의 예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A당이 총선에서 지역구 70석을 얻고 정당득표 30%를 달성했다면{(300석*30%)-70석}*50%로 10석이 비례의석으로 우선 배분된다는 것이다. B당이 총선에서 지역구 110석을 얻고 정당득표 30%를 달성했다면{(300석*30%)-110석}*50%로 -10석인데 이런 경우 비례의석을 배분하지 않는다. C당이 지역구에서 2석을 얻고 정당득표 10%를 달성했다면{(300석*10%)-2석}*50%로 14석의 비례의석을 우선 배분받는다. 물론 나머지 비례의석은 정당득표율에 따라 다시 배분하니 모든 당은 +α의 비례의석을 얻게 된다. 여기에 권역별 배분과 석패율제 도입 등의 복잡한 문제들이 있지만 골자는 위와 같다. 비례의석수를 현행 47석에서 75석으로 늘렸고, 투표연령을 만18세로 낮추는 내용도 포함된다.

이렇게 올라간 법안이 아직 통과된 것은 아니다. 험난한 과정이 앞에 놓여있다.

이미 자유한국당이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보여주지 않았나. 자당에 유불리함만을 따져 반대함으로써 민심에 역행하고 있고, 고위공직자 비리를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는데 몽니를 부린다. 국회 난동으로 자신들이 주도해 만든 국회선진화법을 스스럼없이 짓뭉개더니 국회 밖으로 쏟아져 나와 3차례나 막말이 난무하는 주말집회를 개최했다. 기득권으로서의 특권을 지켜보겠다는 발악이다.

민주당의 태도도 확고하지 못하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지정은...법안 통과를 강제하는 행위가 아니라 대화와 협상을 강제하는 것이다”는 애매모호한 말로 자유한국당과의 협상 여지를 열어두었다.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자유한국당과 협상한다면 지금도 부족한 법안들이 어떻게 변질될지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선례가 있어 더 우려스럽다.

내년 총선을 흔히 정초(定礎)선거라 한다. 주춧돌을 놓듯 시작한다는 의미다. 촛불혁명을 완성하려면 법, 제도에 대한 개혁이 필수적인데 지금의 국회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2020년 총선은 촛불혁명 완성을 위한 새로운 국회구조를 만드는 선거이고 앞으로의 30년, 50년을 규정할 새로운 체제가 시작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 여겨진다. 지금의 자유한국당이 마지막 발악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우리 사회를 본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코앞으로 다가와 있다.

국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우리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민 대심판의 날은 바로 내년 4월 15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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