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진 효천고등학교 1학년

▲ 이종진 (효천고등학교 1학년)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이슬람교’ 하면 머리 속에 극단주의 세력, 사회악이라는 관념이 박혀 있었다. 거리에서 히잡을 두른 사람을 마주칠 때면 괜히 겁부터 먹었고 날선 시선을 그 사람에게 보냈다. 하지만 ‘처음 만나는 이슬람’이라는 책을 읽고 무슬림에 대한 생각은 전환점을 맞이했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무슬림은 대중매체에서 접했던 극단주의 세력과는 너무도 달랐다. 종교적 교리에 순응하며 알라신을 예찬하는 그들의 순수한 모습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고 스스로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문학이 내 생각과 가치관에 영향을 끼친 또 하나의 경험이 되었다.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자신이 속한 정당에 유리하게 여론을 조작하는, 진실이 왜곡되고 거짓이 진실을 대신하는 사회에서 문학은 내가 속한 사회를 투영하는 눈이며 세상을 밝게 비추는 스포트라이트가 되었다.

거짓 정보들이 넘쳐나는 현대사회에서만 문학이 현실을 조명했던 것은 아니다.

문학은 인종, 종교, 민족 등을 초월해 언제 어디에서나 우리들의 삶과 함께였다.

스마트폰, 인터넷과 같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마땅한 매개체가 없었던 과거에는 그 가치가 더욱 빛났다. 게다가 당시의 사회모습은 글자라는 그릇에 담겨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다. 홍길동전, 사씨남정기 같은 고전소설들은 더욱 그러하다.

특히 사씨남정기는 유한림의 처인 서씨와 첩인 교씨의 갈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사씨남정기는 낭군의 사랑을 독차지하려는 첩 교씨의 교활한 행동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한 집안의 문제를 넘어서 그 당시의 정치적 상황을 폭로한 소설로 치열한 당파싸움의 이면을 엿볼 수 있다.

‘사씨남정기’를 한글로 풀이해보면 “남쪽을 정벌하다”는 의미이다. 이 소설이 쓰였던 때는 붕당정치가 붕괴되고 서인과 남인으로 나뉘어 극심한 대립이 이어지던 시기였다. 그러던 중 남인의 지지를 받던 장희빈이 숙종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인현왕후를 비롯한 서인들을 죄인으로 몰아 정계에서 쫓아냈다. 이런 상황에서 서인의 대표 학자 김만중은 ‘사씨남정기’를 쓰게 되었다. 다시 말해 조선 후기 서인, 남인의 싸움에서 인현황후가 쫓겨나고 남인 세력이 지지하던 장씨가 그 자리를 꿰찬 상황에서 김만중이 이 소설을 통해 서인의 부흥을 염원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요즘에는 글자뿐만 아니라 영화 같은 영상매체를 통해서도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문제들을 재조명하는 경우가 잦다. 소설 ‘도가니’가 발간된 이후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영화로까지 각색된 일명‘도가니 사건’이라고도 불리는 2005년 6월 22일 광주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은 그런 문학과 예술이 현실의 문제를 예리하게 짚고 넘어가 사회를 변화시킨 대표적인 예이다.

드라마 ‘도깨비’로 잘 알려진 배우 공유가 주인공을 맡았던 영화 ‘도가니’는 대중들에게 해당 사건을 보다 사실적으로 재조명했다. 영화라는 대중매체를 통해 우리나라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문제의 실태를 낱낱이 드러낸 영화 ‘도가니’는 결국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일으켰고 2011년 아동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을 강화하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개정을 이끌어냈다. 만약 문학을 통해 이 사건이 고발되지 않았더라면, 법조계의 솜방망이식 처벌과 언론의 무관심으로 인해 사건은 금방 잊혀졌을 것이고 피해자들은 여전히 고독하고 암울한 투쟁을 이어가고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문학은 당연시 된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낼 뿐만 아니라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 있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편리함으로 인해 사유나 사색은 줄어들었다. 뛰어난 문학작품이 있어도 사람들의 관심이 없다면 그 가치는 묻힐 것이다. 진정한 독자를 만나지 못한 문학작품이 과거나 현재를 생생하게 조명해 주어도 사회를 변화시키는 순기능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문학은 단순한 글자로 엮어진 기록물이 아닌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연결고리이며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이다. 문학에 대한 진지한 관심이 보다 양질의 삶을 보장한다는 것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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