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인철 기자

양을 치는 소년이 심심풀이로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을 하고 소란을 일으킨다. 동네 사람들은 소년의 거짓말에 속아 무기를 가져오고 늑대를 쫓기 위해 달려갔지만 헛수고로 끝난다.

양치기 소년은 이런 거짓말을 세번 반복했고 그때마다 동네사람들은 허겁지겁 쫓아갔지만 매번 허탕을 쳐야 했다. 어느 날은 정말 늑대가 나타났다.

소년은 다급하게 “정말 늑대가 나타났다”고 외쳤지만 동네 사람들은 더이상 양치기 소년의 말을 믿지 않았고 아무도 도우러 가지 않았다. 결국 마을의 모든 양이 늑대에 의해 죽었다.

너무도 유명한 양치기소년 이야기다. 여러 차례 말을 바꾸거나 거짓말을 계속하면 나중에 아무리 진실을 말해도 사람들이 그 말을 신뢰하지 않게 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이책을 읽은 후 어린 초등학생은 어렴 풋하게나마 거짓말의 무서움을 알게 됐다.

새삼스럽게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를 꺼내 든 것은 상습적인 말 바꾸기가 정책을 추진하는데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요즘 광양경제청이 몸소 보여주고 있는 까닭이다.

세풍산단 광양알루미늄공장 유치를 둘러싸고 최근까지 보여준 광양경제청의 행태가 딱 양치기 소년을 닮았다는 것이다. 결과도 딱히 다르지 않다. 잦은 말 바꾸기 이후 전반적으로 유치에 동의하던 세풍산단 주변마을 분위기가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 바 불신의 확장이다.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실현해 내는 공직기관의 말은 시민사회의 삶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더 없이 진중 해야 한다. 이를 공개하기 전에 스스로 관련 정보를 취득하고 전문가들과의 논의를 거치는 등 수많은 과정 을 통해 정책의 당위성을 스스로 획득해야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광양경제청이 지금껏 보여준 행태는 투자유치라는 지향점에만 시선을 고정한 채 사업자체에 대한 충분한 정보와 자료검토 없이 표피만 대충 살펴보고 서둘러 사업을 추진했다는 의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그러니까 말이 때마다 뒤집힌다.

사업유치의 필요에만 눈을 돌린채 사업전반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는 일에 무관심했던 결과는 곧바로 주민불신으로 이어졌다. 발생한 사안에 대해 “단순 행정실수”라거나 “자료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말을 너무도 쉽게 뱉어내는 이 조직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 믿음은 강요해서 수용되는 것이 아니다.

김 청장이 부임 직후 광양경제청을 투자유치전문그룹으로 탈바꿈 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투자유치에서 있어 프로가 되겠다는 선언이다. 그러나 이번 광양알루미늄 공장유치를 추진하는 과정에 프로는 찾아볼 수 없다.

청장 본인은 물론 공직사회 내부는 여전히 아마 추어리즘을 벗어나지 못한 모양새다. 그들 스스로 전문가가 되기 위한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시민사회의 불신을 키운 것은 다름 아닌 무능한 광양경제청, 자신이 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만약 밍타이그룹의 한국투자가 결국 좌절된다 하더라도 이 같은 사실은 뒤집어질 수 없다.

노파심에서 한 마디를 덧붙인다. 만약 이번 사업이 철회된다고 하더 라도 그 원인을 세풍산단 주변마을 주민과 시민사회의 반대에서 찾는 우를 범하지 말 일이다. 이는 공직기관으로서 올바른 태도가 아닐뿐더러 매우 졸렬하고 비겁한 출구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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