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자 독자위원, 사회복지학박사

▲ 이경자 독자위원, 사회복지학박사

2) 이분화 된 여성상

유아들과 여름 바닷가 이야기를 하게 되면 꼭 등장하는 동화는 인어공주이다. 유아들은 예쁘고 착한 인어공주가 헤어진 왕자님과 언제 다시 만나게 되는지 궁금해 하며 동화책을 보고 또 보게 된다. 하지만 이 책 속에는 여성혐오를 느낄 수 있는 몇 가지 장면이 존재하며 여성을 성녀와 악녀로 구분한다. 왕자를 구하고도 다른 여성에게 결혼의 기회를 뺏기더니 마녀에게는 목소리를 빼앗긴다. 그러자 언니들은 인어공주에게 왕자를 죽여야만 살 수 있다고 가르쳐 주었다.

백설 공주는 어떤가?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 사람이 백설 공주라는 거울의 대답에 왕비는 독 사과를 들고 마녀로 변장하여 찾아가는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더래요’ 라는 노래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이분화 된 여성상이 드러나고 있었다. 동화 속 여주인공의 특징은 한없이 착하고 저항하지 않으며 남성과의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함은 물론 행복하기 위해 미모를 쟁취해야 한다. 그러고 나면 언제나 백마 탄 왕자님이 등장하여 주인공(공주)의 목숨을 살려주고 신분상승 시켜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주인공(공주)의 행복을 방해하고 나쁜 계락을 꾸미는 사람은 바로 여자였다. 계모, 이복자매, 마녀로 구성 된 악녀들에 의해 여성이 여성을 증오하거나 혐오하게 만드는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프레임을 형성한 것이다. 이처럼 유아들이 좋아하는 명작동화는 왜곡된 여성상을 심어 주고 있었다.

명작동화에는 19세기 유럽 시민들이 가졌던 시민 계급의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시대는 가부장제에 대한 어떤 문제도 제기 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성은 남성의 보조적인 역할이었고 이러한 사상 속에서 여성이 취할 수 있는 최고의 가치는 외적 아름다움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동화에 재현 된 여성상 또한 수동적인 천사형과 추하고 사악하며 적극적인 악녀형으로 양극화를 만들어 여성을 지배할 수 있는 이데올로기를 형성했던 것은 아닐까? 이런 동화를 유아들이 21세기에도 읽고 또 읽으며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것을 어릴 때부터 서서히 내면화하고 있다. 질투와 공격성, 따돌림, 복수와 시기는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다. 하지만 남성에게는 개인적인 해석이 부여될 수 있어도 여성에게는 그냥 여성들 전체의 문제로 해석해 버린다.

이는 수년 간 존속해온 가부장제의 역사가 남성은 주체로, 여성은 객체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가부장제 사회구조 안에서 여성의 역할을 제한적이고 폐쇄적으로 만들며 여성들끼리 경쟁하도록 만들어갔던 것이다. 여성의 주체성이나 지위는 남성들에 의해 결정 된다는 것을 동화 속에서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아니였을까?

왜 여성은 자신의 삶에 주체가 되지 못하고 ‘타자’로 취급되어야 했을까?‘여성에 대한 타자화’는 남성중심 사회에서 꾸준히 만들어지고 축척되어진 산물로서 철저하게 여성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성은 극과 극이다’라는 주장을 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여성은 자아에 대한 긍정성을 회복하고 독립적인 인격을 획득하기 위한 개개인의 성찰적인 노력과 함께 공동체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김현미, 젠더와 사회구조, 젠더와 사회, 92p).

< 표 3 > 성녀와 악녀로 나타난 동화와 동시 문장

제 목

내 용

인어공주

(명작동화)

인어공주가 왕자님을 바다 위로 끌어 올렸습니다.

그 때 한 예쁜 아가씨가 나타나자 인어공주는 바위 뒤로 숨었습니다.

“ 당신이 나를 구해주었나요?” 왕자는 자신을 구해준 아가씨와 결혼을 했습니다.

“ 제발 사람이 되게 해주세요” (인어공주의 말)

“ 그럼 넌 그 예쁜 목소리를 나에게 주어야 돼” (마녀의 말)

“아니 안 돼 왕자님을 죽이느니 내가 죽는 게 낫겠어”

동화책 (동시)

나쁜 마녀가 요술을 부리면 천사의 웃음이 혼내주고요.

백설공주

(명작동화)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지?" 거울이 대답했습니다.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 사람은 백설공주 입니다."

"뭐? 백설공주가 제일 예쁘다고? 말도 안돼!"

화가 난 왕비는 사냥꾼에게 공주를 죽이라고 명령했습니다.

백설공주는 낮에 일을 해야 하는 난쟁이들 대신 빨래와 식사준비, 청소 등 집안일을 했습니다.

신데렐라

(명작동화)

“신데렐라...이 먼지가 뭐니? 벽난로 청소는 한거야?

“어휴~더러워.,,저리가저리가, 재투성이잖아. 킥킥킥”

“나의 사랑하는 딸들아. 오늘 왕 자가 초대했으니 가장 예쁜 옷을 입고 가자꾸나”

신데렐라는 새 엄마가 시키신 청소를 하느라고 파티에 가지 못했어요.

3> 동화와 동시 속 왜곡된 섹슈얼리티

동화와 동시는 유아의 전반적인 발달을 총체적으로 다루는 힘을 가지고 있다. 정신분석학자였던 프로이드는 유아기의 기억들이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다가 인간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이론대로라면 우리의 생각과 행동은 이미 유아기 인생 초기의 경험들에 의한 지배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표 4>에 소개 된 동화와 동시를 제공 받은 유아들은 무의식 속에 무엇을 저장해 두었을까? 깊이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동화와 동시의 문장 속에서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는 부분을 발췌하여 본 결과 아직 판단력이 부족한 유아들에게 소개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아기는(만 3~5세) 프로이트의 심리성적 발달단계 중 남근기에 해당한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엘렉트라 콤플렉스를 경험하는 시기이며 동성의 부모를 대상으로 한 동일시가 일어나는 시기이다. 여아에게는 남근 선망이 나타나며 성기에 대한 관심이 성정체성과 성역할의 발달로 이어져 자아인식과 자아존중감의 발달을 이끌어 낸다(박사빈, 2015).

이러한 이유로 만 3~5세에 대한 동화와 동시 활동이 매우 신중하게 다루어져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아쉬움이 많다. ‘처녀 물고기 늦을세라 밀려가네’‘ 저희가 위로해 드리려고 왔어요’‘ 봄 아가씨 님 찾아오지’‘일 년에 한 번씩 여자 아이를 바치면’‘예쁜 아이를 꿀꺽’‘네 신랑감을 찾아올게’‘덥석 색시를 껴안았어요’‘내가 이기면 색시를 데려가겠다’‘마음대로 골라서 결혼하려므나’와 같은 내용에 대한 문제점을 객관적 입장에서 해석해보고자 한다.

문길자(2000)는 아동성폭력을 신체적, 언어적 혹은 감정적인 것들이 포함된다고 보았으며, 이현혜(2014)는 힘의 차이인 연령, 성별, 물리적인 힘, 지위 등을 이용하여 아동에게 가해지는 모든 성적 행위를 의미한다고 하였다. 어디까지나 객관적인 해석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아동 성폭력의 입장으로 해석하는 것이 마땅한지에 대한 고민을 하였다.

하지만 섹슈얼리티에 관한 논의는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포르노, 레즈비어니즘과 퀴어, 소비자본주의의 성적 재현, 여성의 몸과 성적 통제, 국가에 의한 여성폭력의 문제 등 다양한 주제를 포괄한다(이나영, 성별화된 섹슈얼리티와 여성주의 성 정치학, 사회와 젠더, 173p). 이에 제시 된 동화와 동시의 문장은 여성이 자연스럽게 남성에게 종속된 존재로 표현하고 있으며 성적 통제와 폭력은 물론 착취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남성-지배와 여성- 복종을 정상적인 원칙으로 보고 여성을 남성의 성적 자극과 욕구를 만족시켜주는 젠더로 규정하는 성애화된 지배를 하고 있는 것이다(이나영, 성별화된 섹슈얼리티와 여성주의 성 정치학, 사회와 젠더, 177p). 이 동화를 통해 유아들은 무의식의 저장고에 여성의 성이 남성의 소유물이라는 오랜 가부장적 전통성을 저장해 둘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미셀푸코에 의하면 권력의 갈등 속에서 지식이 형성 된다고 하였다. 지식은 권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권력자들에 의해 지식도 달라진다고 해석한 것이다(이나영, 성별화된 섹슈얼리티와 여성주의 성 정치학, 사회와 젠더, 171p). 미셀 푸코의 말처럼 몇 편의 동화와 동시에서 여성의 성이 가족과 권력, 지위에 의해 결정 될 수도 있다는 우려 또한 제기 할 수 있다.

<표 4>를 살펴보면 대부분 전래동화에서 제시한 문장들에서 왜곡된 성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는 내용구성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여성운동이 활발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동화를 보고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뿌리 깊은 가부장제 사회였기 때문일 것이다.

전래동화란 민담이나 우화, 전설과 설화 등의 옛 이야기를 동심의 수준에 맞게 개작, 재화한 작품을 말한다. 하지만 최소한 성평등이라는 조건이나 성적 자기결정권의 입장에서 개작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유아들에게 제시되는 동화속의 성이 직접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 안에 내포된 전통과 풍습, 우리나라 사람들의 가치관과 역사를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이 동화와 동시를 유아교육 현장에 사용한다면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충분한 토론이 필요할 것이다. 그 이유는 < 표 4 >와 같은 내용의 동화와 동시들이 한쪽으로 치우친 젠더를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 표 4 > 성애화된 지배와 권력이 나타난 동화와 동시의 문장

제 목

내 용

바닷속(동시)

용궁 왕자님 너무 멋있어. 처녀물고기 늦을 세라 밀려가네

봄이 왔어요

(동시)

살랑살랑 봄바람이 봄 찾아오면 살금살금 봄 아가씨 님 찾아오지

세가지 보물

(전래동화)

그러자 이번에는 갑자기 예쁜 여자들이 우르르 들어오더니 인사를 했어요.

“오랫동안 수고하셨어요. 저희가 위로해드리려고 왔어요.”

그러더니 예쁜 여자들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것이었어요.

남자들도 여럿이 나타나서 말했어요.

“시키실 일이 있으면 무엇이든지 해 드리겠습니다.”

남자들은 막내가 지시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들어 주었어요.

빨간모자

(명작동화)

숲 속에 예쁜 여자 아이가 살고 있었어요.“으흐흐흐..... 저 딸기와 함께 예쁜 아이를 꿀꺽.....”

쥐의결혼

(전래동화)

짹짹이가 거리를 지나가면 같은 마을의 쥐들이 누구나 쳐다보고, 󰡒야아! 짹짹이가 지나간다. 예쁘기도 해라.

짹짹이는 마음씨가 착한 아가씨예요. 휼륭한 신랑에게 시집을 보내야 해요“

“짹짹이야! 훌륭한 네 신랑을 찾아 올게.

”짹잭이는 예쁜 신부 옷을 입고 면사포를 쓰고 얌전하게 섰습니다.

찍찍이는 새로 맞춘 양복을 입고 점잖게 섰습니다.

우렁이 색시와 젊은이

(전래동화)

“누구랑 먹고 살자고 이 밭을 갈지!”

“저랑 먹고 살지요. 저를 데려다 길러 주시면 좋은 일이 생길 거예요.”

젊은이가 나간 뒤에 항아리에서 우렁이가 나오더니 예쁜 색시로 변했어요.

젊은이는 우렁이 색시 모르게 뒤로 가서 덥석 색시를 껴안았어요.

임금님은 우물가를 지나가다 물을 긷는 예쁜 색시를 보고 탐을 냈어요.

“너와 저 논의 벼 베기 내기를 하겠다. 만약 벼 베기에서 네가 이기면 나라의 반을 주고, 그렇지 않고 내가 이기면 색시를 데려가겠다.”

개구리와구렁이

(전래동화)

구렁이는 이렇게 말했어요.

“한 달에 한 번씩 먹을 것을 주고, 일 년에 한 번씩 여자 아이를 바치면 마을을 건드리지 않겠다.”

어쩔 수 없이 마을 사람들을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을 했어요.

마을 사람들은 어느 여자 아이를 구렁이한테 바칠 것인지 제비뽑기를 했어요. 그런데 이웃의 여자 아이가 뽑혔어요.

‘내가 구렁이 밥이 되면 마을을 구할 수 있어.’

동쪽으로가세요

(전래동화)

할머니에게는 두 딸이 있었는데 큰딸은 얼굴이 못생기고, 둘째 딸은 예뻐서 누구에게 두 딸을 주어야 할지 고민이 들었어요.

“참으로 훌륭한 재주구나. 이런 너희들 중 누구에게 둘째 딸을 줄 지 알 수가 없구나. 내가 오늘 밤에 두 딸을 동쪽 방과 서쪽 방에 앉혀 놓을 테니 너희 마음대로 골라서 결혼하려무나.”

밤이 되자 금동이와 은동이가 제비를 뽑아 뽑힌 사람이 먼저 방에 들어가기로 했어요.

명궁 아닌 명궁

(전래동화)

“고맙소.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노인은 총각과 자신의 딸을 결혼시켰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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