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자 독자위원, 사회복지학박사

3. 동화와 동시에 나타난 담론의 한계와 향후제안

▲ 이경자 독자위원, 사회복지학박사

지금까지 유아교사들이 교육용으로 제시하고 있는 동화와 동시에 표상된 젠더에 관한 분석을 하였다. 유아교사는 담임을 맡게 되면 연간, 월간, 주간 교육 계획안을 담당 연령의 실정에 맞게 재구성한다.

주로 국가수준의 표준보육과정이나 누리과정 지도서가 중심이 되어 구성하고 있기는 하지만 유아교사들이 현장에서 주로 사용하는 동화와 동시를 중심으로 탐색하고 싶었다. 그래서 유아교사들이 사용하는 카페 2곳에 수록되어 있는 동화와 동시를 무작위로 400여편 선정하여 해석자료를 마련하였다는 한계점을 가진다.

그러나 젠더 관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는 문장들을 발췌하여 표로 제시하고 해석하였기에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 몇 편의 동화와 동시에서 성역할고정관념, 이분화된 여성상, 왜곡된 섹슈얼리티에 대한 내용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자료를 수집할 때만 해도 우리나라의 전래동화에 성차별적인 언어가 많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자료를 수집하고 보니 전래동화 뿐만이 아니라 여러 편의 동화와 동시 매체에서 다양한 젠더편향의 문제점이 있음을 발견하였다. 하지만 유아교사들은 이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교육 현장에 동화매체를 적용하며 여성답게 또는 남성답게를 더더욱 강요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교육은 성, 계급, 외모, 장애 등에 관한 반편견 교육을 중요시하고 있다고 누리과정 지도서에 명시되어 있는데도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기존의 동화 속 글과 그림이 성역할의 고정 관념에 기여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한국의 실정에 맞는 성 평등 대안 동화의 개발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있어왔다. 그래서 한국여성 개발원을 중심으로 1990년대부터 대안 동화에 대한 연구가 실시되고 있었지만 유아교육 현장에서 대안 동화의 사용은 활발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개인적으로 대안동화가 유아교사는 물론 학부모나 유아들에게 익숙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의 사고는 여전히 19세기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아내고 있는 대안 동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앞에서 언급한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기존의 동화와 동시를 교육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멈추고 대안 동화로 무조건 바꾸는 것만이 방법은 아닐 것이다. 기존의 동화들이 지니고 있는 가치는 계승하되 동화와 동시에 내재되어 있는 여성에 대한 인권과 고정적 성 관념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펼쳐 나갈 것인가에 대한 방법이 제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어린아이가 젠더에 대해 뭘 안다고 호들갑을 떠느냐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페미니즘 정치학교를 통해 배운 내용들을 떠올리며 동화와 동시를 분석하려고 노력하였다. 그 결과 미약하지만 몇 가지 문제를 발견하였는데 그 중에 하나가 과거나 현재나 사회가 정한 젠더를 당연시하고 살아왔고 또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실을 알게 된 이후에는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그 방법으로 유아교육 현장에서 유아들과 함께 생활하며 영향을 미치는 유아교사들에게 보수교육을 통하여 여성학을 교육할 것을 제안한다. 또한 유아교육 현장에서 주제별로 사용 가능한 동화와 동시 목록 외에, 젠더형성에 적합하지 않은 동화와 동시 목록을 구체적으로 작성하여 소개하는 역할도 필요할 것이며 대안동화의 적극적인 개발도 필요하다.

나는 보육교사 14년의 경력이 있지만 유아교사의 젠더감수성을 함양할 수 있는 교양교육을 받지 못했고 그 필요성도 느껴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하여 미래의 아이들이 지금의 나와 같은 고민을 하지 않도록 차별이 아닌 차이를 인정하는 아이들로 자라기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함을 깨달았다.

미래의 주인공은 우리가 아닌 아이들이다. 그렇다면 동화와 동시의 작가인 어른이 동화와 동시를 읽을 아이들을 생각해야 함은 당연하다. 이들이 간접 경험한 올바른 가치관으로 다음 세대를 형성하는 밑거름을 만들어 가야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외할머니가 살아계셨던 1980년을 생각 한다. 마루에 걸터앉아 동생과 내가 학교 숙제를 하고 있었을 때였다. 외할머니는 호미 자루 하나를 마당에 던지시며 말씀하셨다. “니가 공부는 해서 뭐할라고 한다냐? 마당에 풀이나 좀 매거라”나는 그 때 외할머니 말씀이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막연히 알 수 있었지만 저항하지 못했다.

그 당시는 내가 아무리 공부를 잘했어도 가정에 꼭 필요한 존재는 아들인 내 동생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제‘가장 개인 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말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이나영, 성별화된 섹슈얼리티와 여성주의 성 정치학, 사회와 젠더, 172p). 나의 사적 영역에 철저하게 감추어 졌던 문제들 뿐 만 아니라 생리, 강간, 성폭력, 낙태와 같은 여성들이 알아서 처리해야 했던 일들 모두 정치적으로 공론화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유아들의 동화와 동시에 등장하는 내용도 마땅히 공론화 되어 동화 속에서 강요하는 위법 행위들의 요소에 대해 과감한 변화를 시도함이 당연한 것이다. 이를 위해 지금 우리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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