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마초 학부모, LH행복주택 건립 두고 크게 반발
“중마초 보내지 않을 것”…사업대상지 이전 요구
LH건설·광양시 “법적 결격사유 없다. 이전 불가능”
광양읍 칠성리 호북마을 일원에 추진 중이던 ‘행복주택’이 주민 반발로 중단된 가운데, 중동 중마초 인근에 건립 예정인 ‘행복주택’도 학부모와 주민들이 이전을 요구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행복주택은 대학생, 신혼부부, 사회초년생 등 젊은 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직장과 학교가 가까운 곳이나 대중교통이 편리한 곳에 건설해 시세보다 20~40% 이상 저렴한 임대료로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으로 그동안 주거복지 혜택에서 소외됐던 젊은 층과 노인, 취약계층에게 공급하며 다양한 주민편의시설도 함께 설치되는 국가주택정책 사업이다.
광양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는 시유지인 중동 1512-12번지 일원에 21㎡(7평) 54세대, 26㎡(8평) 45세대, 36㎡(11평) 75세대, 44㎡(14평) 26세대 등 모두 200세대가 입주할 행복주택을 건립할 계획이다.
광양시 시정조정위원회는 지난 2017년 LH가 이곳에 ‘행복주택’ 건립을 위해 무상임대를 요구하자 당시 공사 중이던 중마단설유치원 조망권 침해로 민원발생이 예상된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50년 무상임대를 결정했으며, 이어 지난해 12월 제275회 광양시의회의 의결을 받았다. 이에 LH는 지난해 말 경남기업(주)를 시공사로 선정해 내년 9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에 착수 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공사 준비가 시작되자 중마초와 중마유치원 학부모,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행복주택 건립현장에서 불과 10여m 거리에 중마초(600면)와 중마유치원(105명)이 있는 어린이 보호구역임에도 사전에 학부모·주민 설명회가 없었다며 광양시에 지난달 28일 공청회를 개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광양시는 지난달 21일 중마초 교장과 학부모 3인, 중마유치원 원장외 3인 등과 간담회를 통해 민원사항 대책마련을 논의함에 따라 공청회를 미 개최키로 한다고 통보했다.
대신 공청회 개최를 요구한 지난달 28일 광양시와 LH, 경남기업 관계자 등은 중마초 학생회의실에서 중마초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시공사인 경남기업은 공사 시 비산먼지 발생억제, 미진동 굴착과 정밀진동제어발파로 소음과 안전 확보 등 공사에 따른 민원대책을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2017년 LH에 사업을 건의 후 현재 놀고 있는 중마초 일원 부지에 LH청년행복주택을 짓기로 결정했다. 이 사업은 국가정책사업으로 지역 활성화 차원에서 부지를 제공한 것으로 현 위치에 행복주택이 지어지는 것에는 법적으로 아무런 결격사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아무리 좋은 취지로 추진하는 ‘행복주택’일지라도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는 학부모로서 아이들의 통학로 안전과 학습권을 담보할 수 없다며 사업 부지를 다른 곳으로 옮겨줄 것을 요구했다.
한 학부모는 “사전에 설명한번 없이 갑자기 공사를 시행하니 당황스럽다. 이곳 현장을 직접 방문해 아이들이 등하교 하는 모습을 보고 결정한 게 맞느냐”며 “행복주택이 생기지 않아도 이미 교통 혼잡으로 인해 아이들은 목숨 걸고 학교를 오고 가고 있는 와중에 10m안팎의 거리에 초등학교와 유치원이 있는 곳에 아파트 공사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그는 “아무리 9m높이로 가름막을 설치한다고 해도 바람이 학교 쪽으로 많이 불기 때문에 비산먼지는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체육수업을 운동장에서 진행하지 못하고 강당에서만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며 “내 아이만 생각한다면 전학 보내면 그만이지만 남은 아이들이 무슨 죄냐. 이것은 소수의 의견이 아니다. 학부모 모두가 다 같은 의견”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내년 중마초 입학을 앞둔 7살 자녀의 부모로서 굳이 이 학교를 보내서 안전사고 위험에 빠지게 할 필요는 없다고 보여 진다. 저는 제 아이를 절대 중마초등학교에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또 “이렇게 학부모 모두가 불안해하고, 위험하다 말하는데도 그저 ‘문제없다’는 법적인 근거만을 들먹이며 민원을 해소하려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고 사업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이게 정녕 ‘아이 양육하기 좋은 도시 광양시’의 모습이 맞냐”며 “행복주택 건립을 꼭 해야만 한다면 다른 곳으로 옮겨 사업을 추진 할 것”을 요구했다.
중마초 측도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중마초 이상인 교장은 “학부모님들과 주민들의 의견수렴이 이루어지지 않고 진행됐기 때문에 공사 시작의 모든 일련의 과정들을 학부모님들께서는 알 수 없었을 터”라며 “개인적으로 LH행복주택이 건립되는 부지가 공원이나 유치원들 아이들의 놀이공간으로 할애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보는데, 이미 건립이 확정지어진 것에 대해 학교 측도 막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LH건설 관계자는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이 없다. 오늘 이 자리는 공청회가 아닌, 앞으로의 사업 설명과 계획, 안전사고 문제에 대한 방안 등을 발표하는 자리로 알고 있다”며 “이전을 논할 시기가 이미 지난 상황이다. 우려하시는 안전사고에 대한 대책을 마련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결국 “상부에 보고 단계를 거쳐 민원을 검토하겠다”며 “행복주택 사업부지 이전 문제와 관련한 요구는 학부모들이 시에 제출한 의견서에 답변할 때 함께 답할 것”을 약속했다.
한편, 중마초 학부모들은 광양시에 행복주택 건립 관련 정확한 자료 요구와 함께 향후 원만한 협의를 하지 못할 경우, 반대서명 및 집회, 학생 등교거부까지 불사하겠다는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