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노동청 “임금체불 아니다”…근로계약서 미작성만 기소의견

노무사 “임금체불 감독기관이 나서서 면죄부…재수사 필요”

광양항컨테이너부두 관련 퇴직자 40여명이 소속 항운회사로부터 체불임금을 받지 못했다며 고용노동부 여수지청에 진정서를 제출했으나 고용노동부가 이 사안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리면서 재수사를 촉구하는 등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들의 사건을 수임한 노무사에 따르면 광양항 컨테이너부두에서 선박에 실린 컨테이너 고박작업을 수행했던 N항운과 K항운 소속이던 퇴직자 40여명은 최저임금 위반과 시간외수당 미달지급 등을 호소하며 지난해 7월 고용노동부 여수지청에 진정을 접수했다.

이들은 진정서를 통해 선박에서 하는 고박작업은 힘들고 위험하기도 해 위험수당이 별도 책정돼 있고 작업자들은 일정한 출퇴근 시간조차 없이 항운업체측 지시를 받고 출근해 적게는 12시간에서 많게는 48시간에 이르는 고강도 작업을 수행했지만 정상급여를 받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이 같은 진정에 대해 여수지청은 항운업체의 임금체불이 없다며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고 다만 근로계약서는 작성하지 않은 혐의가 인정된다며 기소 의견으로 지난달 초 광주지검 순천지청에 사건을 이첩했다.

임금체불 건에 대한 ‘혐의 없음’ 처분이 내려지자 진정을 낸 퇴직자들은 이를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지난 달 7일 여수노동청 앞에서 재수사를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이는 등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진정인들은 해당 항운업체의 근로자들이 제출한 월급명세서와 회사측의 급여대장 상에 최저임금법 위반이 확인됨에도 무혐의로 본 까닭에 의문부호를 달았다. 무엇보다 근로감독관에 대해 사용자와 근로자측이 제출한 자료가 서로 맞지 않거나 모순되는 부분이 있을 경우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히기 위해 상호간 해명기회나 대질신문이 진행됐어야 함에도 그 같은 절차 없이 수사를 종결한 지점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진정인들은 “근로자들이 제출한 월급 명세서나 급여대장상 최저임금 위반이 확인되고 지급된 시간외수당도 통상시급의 1.5배에 이르지 못하는 4~5천원 수준인데 노동청이 무혐의로 잘못 판단했다"며 "사용자측 자료와 근로자측 자료가 서로 다르면 근로자측에 해명을 요청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해야 하는데 해명기회나 대질신문·소환조사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더구나 “항운업체가 재직자들에게 진정을 제기하지 않는 조건으로 체불임금 명목의 100만원~500만 원을 지급한 사실에 대한 노조위원장 확인서를 노동청이 증거자료로 채택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진정을 낸 퇴직자들에 접근해 일부 진정인들이 재입사와 호봉인상, 현금지급 등의 조건으로 진정을 취하하게까지 했다”고 노동청과 해당 항운업체를 싸잡아 비판했다.

이에 대해 여수노동청은 “급여명세서만 보면 최저임금 위반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실제 수령한 총액 등 종합적으로 따지면 미지급금이 없다”며 “진정인 측 공인노무사가 자료를 계속 제출하는 등 노사 대질신문 등을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항운업체가 재직자들에게 지급한 명목은 위로금으로, 진정을 제기하지 않는 조건의 체불임금 형태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유형 노무사는 “근로감독관이 최저임금 위반 문제와 시간외수당 미달지급 등에 대해 포괄임금제 계약이 적법하므로 문제없다는 식의 답변을 하고 있으나 근로계약서 작성사실도 모르고 근로계약서 교부도 없었음에도 포괄임금제 계약의 유효성을 인정한 부분은 이해하거나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근로자들이 제출한 월급명세서 상 최저임금에 미달하고 209시간을 초과한 부분에 대한 시간외수당을 주고 있기 때문에 설령 포괄임금제 계약이 체결됐다 하더라도 이는 근로자에 불이익 주기 때문에 무효”라고 지적했다.

또 “이번 사건과 관련해 근로감독관은 해당업체에서 노무사를 포함한 진정인측에 일체 자료를 제공해 주지 말라고 했기에 아무것도 줄 수 없다는 입장이고 거듭 된 자료제공요구에도 불구하고 제공할 의무는 없다는 식의 답변을 하고 있다”며 “이러한 깜깜이 조사에 의한 납득할 수 없는 결과에 대해 어떠한 판단기준과 어떤 자료를 근거로 무혐의로 판단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노동당국을 비판했다.

이 노무사는 “사용자측의 잘못된 관행이나 법위반에 대한 엄정한 조사와 법집행을 해야 하는 노동청과 검찰 등 감독기관이 나서서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어서 재수사가 필요하다”며 “추후 권익위원회 진정과 함께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근로감독관의 무혐의 처분의 적정성 및 공정한 재수사를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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