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그리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방승희’ 아동문학작가

6월, 본격적인 한여름이 시작됐다. 이따금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에 소소히 웃음 짓는 달이기도 하다. 그날도 그랬다.

고등학교 졸업, 대학교 졸업, 결혼 그리고 육아. 나의 인생사도 남들과 다를 것 없이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찾아오듯 자연스러운 나이테를 그려나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문학가가 되고 싶었던 어릴 적 꿈은 천추의 한으로 남았다. 절실한 마음으로 결단을 내렸고, 아이가 7살이 되던 해 방통대 국문학과에 편입하며 평범한 시민이라는 타이틀을 벗어던졌다. 그리고 ‘문학 작가’라는 새로운 곡선을 그려나가며 갈증에 맞섰다. 방승희 작가의 이야기다.

▲ 방승희 아동문학작가

아동 ‘문학’
인생 ‘2막’

각박했던 서울살이와 고단했던 두 번째 스무 살을 무사히 마쳤다. 고전문학 등단을 시작으로 각종 동인모임에 참석하며 글을 뽐내던 그가 글벗을 서울에 두고 아무 연고도 없는 광양에서 인생 2막을 시작한 사연은 15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엔 그저 경험하지 못했던 섬진강의 풍경이 좋아서 머물렀다. 지금도 SNS에 ‘섬진강 지킴이’를 자처할 정도니 말 다했다.

그러다 동시, 동요, 동화, 그림책 출판 등 하나 둘 일을 벌이기 시작했고, 이젠 이 흥미로운 삶속에 적응해 광양을 떠나려야 떠날 수 없는 여건이 됐다.

올해 그림책 3권의 출판을 앞두고 있다는 그에게 ‘아동문학’을 시작한 계기를 물었다. 그는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뗄 준비를 했다. 몇 십 년간 많은 사람들이 물었던 질문인 모양이다.

방승희 작가는 “제게 문학을 알려 주시던 은사님께서 어느 날 제게 그러시더라고요. 네 글에서 아이를 향한 마음이 느껴진다고요. 이렇게 아동 관련 글재주가 뛰어난데, 그렇다면 지금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무엇으로든 기여해야 하지 않겠냐고요. 그때부터였던 거 같아요. ‘아동문학을 시작해보자’고 마음먹게 된 계기는요”라고 답했다.

그가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 펼치는 동시 교육이 학부모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는 정보를 가지고 있었던 터라 특별한 지도 방법이 따로 있는지 궁금해졌다. 아이들의 이야기가 나오자 그의 표정이 자동으로 밝아졌다.

방 작가는 “혹시 8살, 9살 아이들의 동시를 읽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라며 되물었다. 그러면서 “어린 아이들의 글은 정말 느끼는 바가 많아요. 초등학교 3~4학년만 되도 본인의 감정을 숨기지만 저학년 아이들의 글은 참 솔직해요. ‘밥을 먹었다’처럼 사실 그대로를 쓰죠. 제 역할은 그 이후부터에요. 사고 확장을 위해 아이들에게 ‘느낌이 어땠어?’라고 속마음을 물으며 감정표현을 돕죠. ‘기분이 좋았겠구나’ 혹은 ‘나빴겠구나’ 다독이면서요”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조그만 아이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부모에게 말 못했던 것들을 적어낼 땐 그 글을 안고 펑펑 울 때도 많아요. 글로 감정표현을 함으로써 상처를 치유해 가는 과정은 감동을 주죠. 정말 이 일에 보람을 많이 느껴요. 존경하는 은사님의 말씀처럼 아이들을 위해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도 느끼고요”라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아이를 생각하는 방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초등학생뿐만 아니라 중·고등부 제자들도 가르치고 있어요.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게 독후감 논술을 통한 완편의 글을 써내도록 지도하고 있죠. ‘완편을 써낼 수 있다는 건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뭐든 잘 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가진 것이란다’는 말과 함께요”

그가 설명을 이어갔다. “완편을 써냈다는 건 말 그대로 서론·본론·결론이라는 글의 구조를 정확히 파악해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 시켰다는 뜻이잖아요.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정규 교과 과정을 포함한 모든 공부의 과정들이 알고 보면 다 이런 식의 구조 형태를 갖추고 있어요. 결국 글쓰기를 정확히 할 줄 안다는 것은 뭐가 됐건 ‘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말할 수 있는 거죠”

그는 일반적인 글 교육이 아닌 치유와 소통, 그리고 꿈과 희망을 심어 주는 교육 방침을 통해 보는 이로 하여금 훌륭한 귀감이 되고 있었다.

방승희 작가는 다른 건 몰라도 광양에서 어린이 관련 프로그램이 진행된다면 무엇이 됐던 적극 참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놀라웠다. 광양출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보다 ‘아이 양육하기 좋은 도시 광양’이라는 시책에 걸 맞는 역할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덧붙여 방 작가는 “문학은 단순히 ‘글’이라는 개념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그 나라의 수준을 알 수 있는 ‘지표’라고 생각해요”라고 강조하며 미래에 여건만 갖춘다면 마동 저수지 옆에 ‘작은 도서관’을 열었으면 한다는 구체적인 꿈도 나열했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운동장에서 뛰어놀다가 도서관에 들어와서 그림책도 읽고, 아이들을 위한 ‘북 콘서트’도 진행하고 싶어요. ‘도서관 할머니’로 불리고도 싶고요”

방승희 작가는 앞으로도 변함없이 문학을 통해 아이들과 교감을 지속할 것을 약속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사진을 찍기 위해 그에게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리자 방승희 작가의 눈빛이 반짝인다. 그의 남다른 열정처럼.

*칠성초, 마동초, 광양서초등학교 아이들의 동시는 광양시민신문에 연재되는 방승희 작가의 칼럼을 통해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약력
1999 「조선문학」 수필집
2000 「아동문학연구」 동시 등단
2004 「문학과 어린이」 동화 등단
2016 ‘아름다운 글’ 문학상 수상
2017 동시집 「의사 삼형제」 출간
2018 ‘목포 문학상’ 본상 수상 (동시)
2018 ‘광양이야기’ 수필 대상 수상
2018 나만의 그림책 「달님이 빨아놓은 양털 이불」 출간

소속협회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동요문화협회 회원
한국동요작사작곡가협회 회원

현)아동문학연구회 기획의원
한국아동문학회 이사
초록동요사랑회 총무국장
초등학교 글쓰기 강사
중·고등부 논술·독서토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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