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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강제징병 희생자 유골이 안치된 유텐지(祐天寺)역사칼럼-도쿄 여행 속 역사의 발자취 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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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10  18: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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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보예 쓰쿠바대학교 교육학 박사과정수료

“당신의 여행에서 1시간만 마음을 써 주세요” 내 칼럼의 슬로건이다. 나는 당신에게 반일감정을 자극하기 위해 이 칼럼을 쓰기 시작한 것이 아니다. 정보 부족과 무관심으로 인해, 추도 받아야 할 장소에는 인적이 드문 현실에 마음 한켠이 서늘해졌으며, 우리의 무관심에 대해 되돌아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칼럼을 쓰기 시작했다. 민간 차원에서 움직이는 우리의 작은 관심이 일본에도 자극을 줄 것이고, 그 소소한 자극이 모여 역사 문제를 진심으로 되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해 줄 것이다. ‘사랑의 반대말은 증오가 아니고 무관심’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무관심으로 인해 우리의 아픔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내가 가장 처음으로 역사의 흔적을 찾아 답사를 하러 간 곳은 도쿄에 있는 사찰 ‘유텐지(祐天寺)’이다. 유텐지는 세계 제2차 대전 당시 끌려간 한국인 강제징병 희생자의 유골이 안치되어 있다. 일제의 군인, 군대 소속자로 강제징병 되어 아시아 각지에서 목숨을 잃은 분들이 모여 계신 곳이라고 할 수 있다.

▲ 유텐지 입구

나는 유텐지 사무소의 도움으로 일본 후생노동성(우리나라의 보건복지부에 해당함)의 연락처를 안내받아, 유텐지에 얽힌 이야기를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1958년, 2,326위의 한국인 유골이 수습되어 후생노동성의 위안실에 안치된다. 하지만, 후생노동성의 위안실은 일반인에게 개방된 곳이 아니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재일교포(조선총련계) 단체에서 일반인들도 쉽게 방문할 수 있는 곳으로 유골을 이전해 달라고 요구했고, 1971년 6월에 ‘유텐지’로 유골이 이전된다. 그리하여 우리 선조들의 유골은 유텐지의사탑에 안치되게 되었다.

▲ 한국인 강제 징용 희생자 유골이 안치되어 있는 사탑

이 이야기를 듣고 나는 유텐지 사무소에 있는 방문자 목록을 되짚어 보았다. 약 1년간의 방문 기록 중에서 한국인의 이름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순간 가슴이 먹먹해져 왔다. 후생노동성의 위안실에 안치되어 있을 때는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었기 때문에 찾아뵐 수 없었다는 변명이라도 할 수 있지만, ‘유텐지’의 경우는 우리의 무관심이 빚어낸 허탈한 상황이었다. 우리 선조에게는 유텐지도 후생노동성의 위안실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다.

‘유텐지’에는 현재 700위(남한 출신자 275위, 북한 출신자 425위)의 유골이 안치되어 있다. 이 중 309명은 구육군, 342명은 구해군, 나머지 49명은 군소속 가족이었다. 유텐지에 안치된 유골이 처음보다 다수 줄어든 이유는 한국(남한)의 유가족에게 반환되었기 때문이다. 반환 작업은 1974년 11월부터 2010년 5월까지 9번에 걸쳐서 이루어졌다. 하지만 마지막 반환 작업 이후, 정치적인 이해관계의 악화로 인해 지금까지 중단된 상태이다.

나는 칼럼 작성을 위해 유텐지를 다수 방문했는데, 마지막으로 유텐지를 방문한 날은 벚꽃이 만발한 3월 말이었다. 벚꽃을 보기 위해 관광객이 몰려드는 3월 말의 도쿄. 그 속에서 유텐지는 아주 한적하니 조용했다.

▲ 유텐지 전경

도쿄 벚꽃 여행을 꿈꿔 본 사람이라면 ‘메구로 강’을 한 번쯤 들어 봤을 것이다. 일본의 벚꽃 명소로 매년 봄마다 SNS를 뜨겁게 달구는 장소이다. 유텐지는 메구로 강으로부터 도보 20분, 메구로 강에서 가장 가까운 나카메구로 역(中目黒駅)은 유텐지 역(祐天寺駅)에서 전철로 한 정거장 거리에 있다. 유텐지 역에서 유텐지까지는 도보로 5분정도 걸린다. 유텐지에 답사를 온 김에 메구로 강의 벚꽃을 보러 가니 벚꽃만큼이나 사람이 붐볐다. 그리고 한국어가 바람을 타고 내 귀에 들려왔다. 들려온 말에 의하면 또 다른 벚꽃 명소로 꼽히는 신주쿠 교엔(신주쿠에 있는 공원)은 사람이 너무 많아 출입이 제안되었다고 한다. 신주쿠 교엔 또한 유텐지에서 불과 전철로 30분 이내에 위치하고 있다.

▲ 메구로 강 벚꽃 전경
▲ 신주쿠 교엔 벚꽃 전경

유텐지와 상반된 모습에 마음이 쓸쓸해졌다. 지금껏 역사를 외면했던 것은 일본이 아닌 우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 여행에서 단 1시간만 투자하면 충분히 다녀올 수 있는 곳이다. 생각하는 것 보다 우리의 아픈 역사는 우리 가까이에 자리하고 있다.

강제징병 희생자분들을 추도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입장료는 필요 없으나, 유텐지 사무실 직원의 안내를 받아야 한다. 때문에, 사무소 운영 시간에 맞추어 가야만 애도를 표할 수 있다. 사무소는 평일 09:00~17:00까지 하며, 사무소에 가서 “한국인 강제징병 희생자를 추도하기 위해 왔다”라고 말하면 방명록을 하나 보여준다. 그 방명록에는 이름, 주소, 전화번호, 소속 등을 적는 난이 있으나, 이름만 적어도 무관하다. 혹시, 추모하고 싶으나 일본어를 못해서 걱정이신 분이 있으신가? 프랑스어를 할 줄 아는 사람만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를 보러 가진 않는다. 당신의 따듯한 마음과 관심만으로 충분하다.

사진제공=심오선 (snap the5/Right45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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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희
작가님의 칼럼 슬로건에서 무관심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저 역시 일본여행에서 벚꽃에 감탄하면서도 무관심으로 희생자들을 추모할 생각은 안했으니 제 자신이 부끄러워 이 시간 반성합니다. 살고 싶지도, 죽고싶지도 않았겠지만, 죽어야 벗어날 수 있었던 공포의 막장에서 참혹한 강제노역으로 희생된 분들을 추모합니다.
(2019-06-11 02: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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