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량 늘었는데 가공업체 매입계획 없어‘ 답답’

지난 겨울 날씨가 평년보다 2주가량 일찍 개화한 매화. 이를 두고 우리지역 매실농가 등은 냉해 등으로 생산량 저하를 우려했으나 걱정과는 달리 올해 광양지역 매실생산량은 평년작보다 다소 웃돌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매실농가의 얼굴은 그다지 밝지 않다. 외려 판로확보에 빨간불이 커졌기 때문이다. 뒤늦게 매실재배에 뛰어든 순천이나 하동, 구례, 순창 등 전국 매실농가의 생산량 역시 상당량 늘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 같은 농가의 우려는 현실로 다가온 상태다.

광양시와 지역농협 등에 따르면 올해 전국 매실 수확 예상량은 지난해보다 10% 증가한 3만8000톤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매실 재배면적 확대와 생산량 증가에 따라 가격하락이 불 보듯 뻔한 데다 매실 수요 역시 감소세가 전국적인 현상으로 나타나면서 최근 대체작목 개발이나 새로운 가공제품 개발 등 안정적인 소비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한 매실농가는 “보통 수확초기 단가가 다소 높게 형성되기 마련인데 올해의 경우 지난해보다 빨리 매실단가의 하락세가 빨리 나타나고 있는 사실”이라며 “어쩔 수 없이 수확을 하고 있지만 일찌감치 기대를 접고 수매통장에 찍히는 입금액조차 확인하지 않고 있다”고 울상을 지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부분은 우리지역 매실판매의 30%를 차지하던 매실가공업체 대부분 올해 매실매입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매실음료나 매실주 등을 만드는 업계에 농협 측이 문의한 결과 지난해 확보한 매실 보유량이 많아 올해 추가로 매실을 매입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잖아도 힘든 농가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아예 전국매실생산자협의회는 숙고 끝에 망매실을 폐기 처분키로 결정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광양농협 등 지역농협은 공용 매실 일부를 사들여 산지 폐기하는 방안도 고심 중이다. 허순구 광양농협 조합장은 “올해는 매실가공업체들이 재고가 많이 남았다는 이유로 구입 계획이 거의 없다”면서 “청매실 판매는 그나마 낫지만 가공용 매실은 판로가 막혀 수확을 포기하거나 폐기 처분해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허 조합장은 “현재 농협중앙회와 지역농협들이 가공용 매실을 일부 매입해 산지 폐기하는 방식으로 농민들의 부담을 덜어드리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가공용으로 쓰이는 매실 중 생리장애, 병충해로 인해 상품성이 크게 떨어지는 매실을 제외하고 약 1000톤 정도를 지역농협에서 입한 뒤 산지 폐기하겠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해진 바에 따르면 산지폐기에 소요되는 예산은 농협중앙회가 절반을 부담하고 지역농협과 지자체에서 나머지를 부담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으나 광양시는 산지폐기 매실매입비용을 부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져 이마저도 무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 같은 사정을 전해들은 정인화 국회의원도 강병원 농협중앙회장과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을 만나 매실농가 지원대책 등을 요구한 상황이다. 정 의원은 “망매실 폐기처분 결정에 마음이 아프다”며 “폐기비용이라도 보전 받아야 농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농협은 물론 정부 차원의 비용보조 등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선 매실재배면적을 줄이는 등 방만해진 지역매실산업의 현실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순천이나 하동, 구례 등 매실재배면적이 늘면서 광양매실산업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매실생산량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 매실관련 업계 관계자는 “매실소비가 줄고 있다. 이는 전국적인 현상”이라며 “생산량은 늘고 판로는 줄어들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매실산업에 대한 정책의 변화가 반드시 마련돼야 할 시점이다. 필요하다면 매실을 대체할 작목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헀다.

또 “단순히 장아찌 등 가공품에 머물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매실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며 “이를 테면 화장품이나 의약품 개발의 기초자재로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서둘러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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