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서 (광양여고 1학년)

▲ 김민서 (광양여고 1학년)

지난주에 집에 가다가 계단에서 넘어진 적이 있었다. 무릎에 파란 멍이 들 정도로 심하게 넘어졌지만 아프다는 생각보다 그 상황만을 빨리 모면하고 싶어 집에 가는 걸음을 재촉할 뿐이었다. 부끄러움이 무릎의 파란 멍보다 더해서 아픈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릴 땐 길을 걸으면 모든 사람이 나를 쳐다본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정작 난 길 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신경을 쓰거나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우리가 이토록 남의 시선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사춘기를 겪는 청소년 뿐 아니라 어른들 역시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많이 쓴다. 이렇게 남에게 얽매이며 살아가야 하는지 회의가 든다.

오승현 작가의 ‘내 얼굴이 어때서’라는 책에서는 청소년기 외모 콤플렉스와, 남들이 나를 주목한다는 상상적 관중이라는 주제로 책의 서문을 연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고민하는 얼굴과, 다이어트에 대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생각을 유도하기에 청소년이 읽기에 적합한 책이었다. 단순히 미적인 부분에 대한 내용만 있는 건 아니다. 대한민국의 입시제도가 불러일으킨 경쟁사회, 학생들의 정치참여가 갖는 의의 등 학생들을 ‘교복 입은 시민’이라고 부르며 우리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과연 어떤 자세와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청소년기는 미래의 올바른 사회구성원으로서 성장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을 의미 있게 살아가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야 할 중요한 시기이다. 사회의 축소판인 학교에서 겪는 여러 일들은 조금씩 굳혀갈 가치관과 삶에 대한 태도를 차근차근 세우게 하는 곳이다. 또한 내가 살아갈 미래, 인생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좌절하며 성장해 갈 때이다. 정립되지 않은 갖가지 일들로 불안정한 때이기에 청소년기에 마주하는 끈질긴 성찰과 반성은 올바른 인격형성에 도움이 될 것이다. 살아가며 마주할 많은 불합리한 상황 속에서 지표를 찾을 수 있는 기본틀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학교 밖을 나가면 전쟁이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사회가,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짐작되지 않는 부분을 상상하며 나는 아침마다 교복을 입고 수업을 들으러 가고 친구들과 만나 수다를 떨며 공부를 한다. 매일이 비슷한 생활에 불만은 없지만 딱히 재미있다고 느낀 적 역시 없다. 친구들이 단조로운 생활에 환풍구가 되고 즐거움을 얻는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필연적이며 차츰 성인에 가까워지고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어른이 되는 것에 지레 겁을 먹게 되었다. 모든 일을 내 힘으로 해야 하는 것과, 더 이상 모른다는 것이 충분한 이유가 되어 나를 대변하지 않을 거란 사실은 생각보다 상당히 무서운 일이다.

무겁고 힘에 겨워 무지한채로 타인의 시선에만 신경을 쓰며 주체의식 없이 성장하고 싶지 않다. 그 날 그 날이 당연한 쌍둥이 같은 날이라 해도 치열하게 생각하고 갈등하며 삶의 방향을 바르게 찾아가는 ‘나’이고 싶다. 무심코 똑같이 투표를 하고 정치에 참여하는 어른이 아닌 사회에 발을 들이며 마주해야 할 여러 문제의식에 귀를 세울 것이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어른이 된다고 갖출 수 있는 덕목이 아니기에 청소년 우리 모두는 교복 입은 시민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루하루를 잘 다듬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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