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어린이집 반발, 지역사회와 소통·속도조절 필요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공동직장 어린이집 개원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 내 어린이집을 운영 중인 원장들과 어린이집 관계자들의 반발이 만만찮아 갈등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해마다 폐원을 결정하는 어린이집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직장어린이집이 개원할 경우 운영난을 가속화 하는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게 어린이집 관계자들의 우려다.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근로복지공단과 함께 사업비 77억원(근로복지공단 20억원 포스코 57억원)을 들여 금호동 823번지 일원에 중소기업 공동직장어린이집 건립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은 포스코가 최정우 회장 취임 이후 기업시민을 표방하면서 중소기업 공동직장어린이집을 100대 실천과제로 선정된 뒤 본격적인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포스코는 지난 4월 말 근로복지공단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협력사 등 중소기업 노동자가 함께 이용하는 중소기업 공동직장 어린이집을 건립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양측은 협약을 통해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직장보육 수혜 확대와 양질의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할 방침이다.

근로자복지공단은 설치비의 90% 범위 내 최대 20억원, 인건비 최대 120만원과 운영비 월 최대 520만원 등을 지원하고, 포스코는 중소기업 공동직장 어린이집 설치를 위한 장소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정부 지원금 외에 추가 소용되는 설치·운영 비용을 돕게 된다.

이번 협약을 바탕으로 포스코는 2020년 상반기 중 광양과 포항에 공동직장 어린이집 개원을 추진 중이다. 총 원아수 200명의 수용이 가능한 어린이집 시설을 갖추기로 하고 현재 사업대상지를 확정하는 등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이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은 향후 중소기업 공동직장 어린이집 설치·운영 관련 맞춤형 상담을 하고 공동직장 어린이집에 필요한 재정 지원에 협력하는 한편 이미 직원 전용 직장어린이집 11곳을 운영하는 있는 포스코는 중소기업 공동직장 어린이집을 통해 협력사 등 중소기업 근로자 자녀에게 수준 높은 보육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심경우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그간 대기업의 경우 자사 노동자를 위해 단독으로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했으나 포스코는 기업시민 활동 차원에서 협력사와 인근 중소기업이 이용 가능한 상생형 공동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한다는 점에서 대·중소기업이 서로 상생하는 좋은 모델”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광양시어린이집연합회측은 광양제철소 공동직장어린이집 설립이 지역 내 어린이집 경영과 운영을 크게 위협할 것이라며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사업추진에 제동을 걸고 나선 상태. 비대위 측은 광양제철소 공동직장어린이집 건립 계획 소식이 알려지자 광양제철소 측과 수차례 면담을 통해 이견을 좁히고자 했으나 마땅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광양지역 내 어린이집은 모두 130개소가 운영 중이며 원아수는 5600여명에 이른다. 하지만 원아수 감소로 인해 폐원하는 어린이집이 늘고 있는 등 부침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만 13곳의 어린이집이 폐원했다.

한 어린이집 관계자는 “원아수 감소 등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마다 폐원을 결정하는 어린이집이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200명 규모의 경쟁력을 갖춘 포스코 공동직장어린이집이 개원하면 당장 가정 어린이집 등 소규모 어린이집 등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어린이집 폐원은 보육교사의 직장과 생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포스코 직장어린이집 개원을 결코 단순하게 생각할 수는 없는 문제”라며 “여기에 대한 고민이나 고려 없이 개원을 추진하기 보다 지역상황를 살펴보고 대안을 마련해 줄 것을 포스코 측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광양시 관계자는 “신규로 들어오는 사립 어린이집의 경우 지자체가 통제할 수 있지만 정부의 방침 때문에 국공립 어린이집이 신규 허가를 신청할 때는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광양제철소 직장어린이집 개원을 둘러싸고 현재 운영 중인 어린이집과 정부의 시책 사이에서 고민이 크다. 일자리와 가정의 양립을 도모한다는 직장어린이집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실제 운영난을 겪고 있는 지역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보육교사 우선 채용 등 포스코와 지역 어린이집 측이 협의를 통해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속도를 조절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광양제철소 측은 “몇 차례 비대위 측과 면담을 진행하는 등 협의를 하고 있다”고만 했다. 광양시민신문은 어린이집 비상대책위원회의 의견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여러 사정상 명확한 입장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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