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주(민중당 광양시위원회 위원장)

▲ 유현주(민중당 광양시위원회 위원장)

비정규직. 지금이야 이 이름이 익숙하다지만 97년 IMF 이전이라면 ‘그게 뭐야?’라고 되물었을 이름. 내가 아는 수많은 ‘비정규직’ 당신들이 7월 3일부터 5일까지 대한민국을 뒤흔든 총파업투쟁을 성사시켰어요. 그곳에 당신이 있었지요.

머리를 빡빡 깎은 당신을 보았어요. 잘 어울린다 농담도 해보지만 그냥 울컥. 6년 임기 동안 세 번이나 머리를 깎아 나는 당신이 단발머리 이상으로 긴 머리카락을 가진 것을 본지가 너무 오래네요. 그리고 당신은 1년 후면 정년을 맞습니다.
당신의 꿈은 소박하지요. 공무원 시켜달라는 것도 아니고, 정규직과 똑같은 임금을 달라는 것도 아니라고 해서 오히려 제가 깜짝 놀랐어요. 공무원 최하직급 평균 80% 상당의 임금과 학교비정규직이라는 이름대신 ‘교육공무직’이라는 이름을 원한다고 하셨어요. 학교 현장에서 유령이 아니라 사람이고 싶다고요. 일하던 학교에서 보람있게 정년을 맞고 싶다고요.
그런 당신이 총파업대회 무대에 섰습니다. 쩌렁쩌렁한 목소리, ‘우리 아이들에게 비정규직 철폐의 구호를 물려주시겠습니까,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물려주시겠습니까!’

톨게이트 앞에서 환하게 웃는 당신을 보았어요. 회의 마치고 집으로 가는 늦은 시간, 남순천 톨게이트를 지날 때 반갑게 맞아주던 당신이 아닌 머리띠를 질끈 동여맨 당신이었습니다. 여전히 수줍은 듯 반가운 웃음이었지만 이제는 동지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남편은 그만하고 그냥 자회사로 가래. 하지만 어떻게 그래. 끝까지 가볼라고.’ 당신은 회사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버텨 결국 해고자 1,500명 중 한사람이 되었네요. 오래전 한국도로공사 직원이었던 당신은 갑자기 용역회사 직원이 되었지요. 노동조합을 만들고 이게 과연 정당한 것인지 법원의 판결이 듣고 싶었어요. 고등법원에서 한국도로공사가 채용해야 한다고 했는데, 대법원 판결도 남았는데, 느닷없이 사장도 같은 자회사를 만든 거랬어요. 자회사로 가지 않으면 해고라고 협박하면서요.
당신의 꿈은 소박하지요. 임금을 더 달라는 것도 아니고, 도로공사에서 직접 고용하고 일하던 곳에서 계속 일하게 해달라고요.

공공부문 곳곳에서 ‘비정규직’ 이름의 당신을 보았어요. 당신의 꿈은 정말 소박합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대통령의 공약,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을 없애겠다는 그 공약을 꼭 지켜달라고 했어요. 지금 당장 정규직과 똑같이 만들어달라는 것 아니니까 당신들의 말 좀 들어달라는 것이지요. 그게 뭐 어려울까요.

소박한 당신의 꿈을 알고 저는 부끄러워졌어요. 그 소박한 꿈을 지켜주지 못해서, 그 소박한 꿈이 아직 실현되지 않아서. 그래서 저는 당신들의 든든한 ‘당신’이 되고자 합니다. 당신도 보셨겠지요. 응원하는 든든한 당신들이 점점 더 많아져 ‘우리’가 되고 있는 것을. 그러니 이제는 이렇게 외칩시다. ‘우리들의 소박한 꿈을 꼭 실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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