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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으로 산다는 것(9)칠순에 여의봉을 꿈꾼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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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07  22: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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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태 전)농협중앙회 광양·여수·순천시지부장

칠순기념으로 도전한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에서 거의 하루 일곱 시간씩 삼일동안 고된 산행을 한 후 고도 3700m 마차프라레 베이스캠프 롯지(숙소) 에서 맞는 아침은 내 삶에 가장 큰 새로움으로 다가 왔다. 나는 자연이보여주는 절대적 현실성 앞에 어떤 인위적 기교도 압도하는, 오직 바람과 비와 눈이 만들어낸 순수와 장엄과 침묵의 위력 앞에 감격하였다. 이를 경험으로 한참 뒤지만 안나푸르나에 잠든 위대한 산악인 고 김창호의 “가장 어려웠던 순간이 가장 행복한순간이었다.”라는 말에 공감하며 나는 삶의 의미를 넓히며 살아감에 추동력으로 삼고 있다. 고도4130m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로 향하는 마지막 날 등정은 고산증이 결정하였다. 나는 부모님 음덕인지 고산증 에서 자유로웠다. 평소 꾸준한 산행도 도움이 되어 준 것도 같다. 50대 이하 동행인들보다 30여분 이상 빨리 목적지에 도착한 나는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솟아있는 안나푸르나 등 여섯 봉우리들의 위용을 보며 지금까지의 고단함을 깨끗이 지울 수가 있었다.

동료들을 기다리다 배낭을 의지하여 잠이 들었을까? 내 앞에는 손오공이 나를 내려다보며 서있는 것이 아닌가. 손오공 뒤에는 10만8천리를 한 번에 난다는 근두운이 보였고, 손오공 손에는 여의봉이 쥐어져 있었다. 삼장법사를 모시고 그 먼 천축국(인도)으로 불교경전을 구하러 갔다는 손오공이 아닌가. 나는 머리를 조아리며 손오공에게 간절한 부탁을 했다. 제가 사는 한국은 짧은 기간에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룩하였으나 압축성장이 가져온 경쟁의 심화로 빈부격차는 심해지고 윤리와 법치는 물론 지혜와 양심은 멀어지고, 관용과 인간성마저 파괴되고, 혐오와 남탓만이 넘치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수명은 놀라울 정도로 늘어났으나 이는 축복이아니라 세대 간의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고, 노년의 삶은 무료함과 고달픔으로 변하여 자살로이어지며 삶의 의미가 실종되고 있습니다. 바라옵건대 저에게 근두운과 여의봉을 빌려주십시오. “무엇에 쓰려고?”손오공의 짧은 물음이 돌아왔다. 그 어려운 시기에도 우리조상들은 노동요로 허리심을 보태고 판소리 한 가락으로 고달픔을 삭혔습니다. 우리는 곰 할머니의 자손이라 고단함은 비교적 잘 참을지언정 재미없는 것은 견디지 못합니다. 그러나 정치인들이나 능력이 있다는 사회지도자들은 청문회 등에서 보여주듯 투기, 부정, 위조 등으로 모든 것을 더 많이 가지려하고, 몰염치와 억지주장으로 시간을 보내며 나눔과 보살핌의 미덕은 남의일이 되었습니다. 종교 또한 잘은 모르나 미국 등 선진국의 국민들은 종교국가의 자리를 기꺼이 벗어던지고 있고, 국민들 중 종교인비중이 높은 나라일수록 빈곤이나 정치적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후진국으로 남아있습니다. 철학이나 문학예술이라는 것도 빈부격차처럼 지식인들의 전유물이 되고 차별이 심해서 그 깊은 뜻을 이해하고 삶에 활력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저의 경우 10년을 공부하니 겨우 문해력이 생겨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 근두운과 변화무쌍한 여의봉을 빌려주신다면 ‘종자지식’이 부족한 이 사람이지만, 손오공께서 천계의 오만한 신들에 대항하며 이 땅에 내려오셔서 무지몽매한 백성들을 지혜로 인도할 불교경전을 구하기 위해 삼장법사님을 모시고 먼 천축국을 가고오시며 온갖 요괴들을 물리치고 권선징악의 큰 뜻을 펼치심을 본받고, 세상을 재미있게 하는 전능한 재주를 빌려 무료한 벗들과 재미를 잊어버린 이웃들을 위해, 실로 부족하고 미천한 재주지만 ‘글로써’ 육자배기도하고 남사당, 오광대놀음 같은 신나는 놀이판 한번 질펀하게 벌려보고 싶은 것이 소원입니다.

부처님도 들소 치는 소년이나 우유 짜는 처녀를 유독 사랑했다 들었습니다. 허기진 몸으로 길쌈을 하면서도 밝고 맑은 웃음소리가 울을 넘고, 새끼 꼬고 짚신 짓던 사랑방에서도 객기 넘치고 꾸밈없는 소담(笑談)스런 이야기로 밤을 지새 던 그 시대가 그립습니다. 사람과 사람을 비교하지 않고, 다름과 차이가 평가의 대상이아니라 구색과 조화의 소중함으로 인정되는 사회이기를 소망해봅니다, 오르는 계단에 윗돌, 아랫돌 차이가 없듯 서로 맡은 일에 충실하며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그렇게 존재함 위에 따뜻한 햇살이 고루내리고 산들바람 지나며 쓰다듬어 주기를 희망합니다. 네 잎 클로버 보다 세 잎 클로버가 이 땅을 푸르게 하듯 소수의 엘리트가 아니라 다수인 우리 보통사람들이 서로위로해주고 품앗이하듯 도우면서 욕심 없이 살고 싶습니다. “편안함에 익숙해져 오토운전도 귀찮다며 자율주행차를 꿈꾸는 당신들이 한참 굳어진 몸으로 근두운은 준다해 도 탈 수는 없을 것이고.” “부탁이간절하고 나또한 재미없는 것은 질색이라 여의봉은 주고 싶지만 감당할 수 있을 런지.” “형님 대단하십니다. 우리는 이제사 올라왔습니다.”이 말은 누구 말이고 저 말은 누구 말인가. 유별난 행동 뒤에 유별난 경험인가! 비경도 한봉(韓蜂)먹듯 많이 보면 취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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