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진(효천고등학교 1학년)

▲ 이종진(효천고등학교 1학년)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수탉의 우렁찬 울음소리로 시작되어야 할 아침이 만약 암탉의 울음소리로 시작된다면 집안이 망한다는 뜻입니다. ‘치마폭이 넓다’도 한번쯤은 들어 보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옛말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성리학질서’라는 테두리 안에서 남녀 차별을 당연시해왔습니다. 또한 노동력을 중시하는 농경사회였기 때문에 여성의 지위는 더욱 낮아졌습니다. 과부의 재가 금지, 일부다처제 등이 사라진 것은 100년도 채 안된 일입니다.

이처럼 남녀차별은 반만년이라는 기나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의 역사와 함께 존재해왔습니다. 한반도 깊숙이 뿌리내린 성에 대한 차별적인 인식은 대한민국 사람이면 누구나 가진 일종의 공통 DNA가 되었습니다. 물론 오늘날에는 양성평등이 중시되면서 양성평등임용목표제 시행, 양성평등 기본법 제정 등의 노력으로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남녀차별이 일부 해소되었다는 의견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당연한 일입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존중 받아야할 권리가 지금까지 묵살되어왔을 뿐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여성들은 수많은 차별들을 견디고 있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카페를 운영하고 계십니다. 오전 9시에 출근하셔서 오후 11시까지 카페에서 일을 하시고 빨래가 있거나 밥 때가 되면 집에 오셔서 집안일을 하십니다. 카페 업무하랴 집안일 하랴 어머니는 항상 힘들다고 하십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당연히 집안일은 여자가 해야 된다고 말씀하시면서 집안일을 거의 돕지 않으십니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가 이해가 안 되기도 합니다.

이 문제는 저희 집만의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어느 집을 가나 가사는 대부분 어머니들의 몫입니다. 아버지들은 바깥일에 지쳐 있다는 핑계로 집안일을 돕지 않으십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맞벌이 부부 비율은 2016년 통계청 자료 기준 45.5%입니다. 이 수치는 대한민국 어머니들 중 절반 이상이 회사일이 끝나면 집에 와서 가사에 시달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사와 육아는 가족 구성원 모두의 책임입니다. 가족 구성원들은 집안일을 적절하게 분담하여 어머니들의 파업을 막아야합니다.

2017년 3월 10일은 전임 대통령이 탄핵된 날입니다. 대한민국은 민중들의 환호로 가득 차 있었고 세계 각지의 언론들도 위대한 민주주의의 실현이라며 예찬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네티즌들은 이번 사건을 “이래서 여자는 정치를 하면 안된다”라고 평가했습니다. 한 사람의 행동을 보고 여성 모두를 일반화하는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존경받아 마땅한 여성들이 많은데도 말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한비야’가 있습니다.

한비야는 월드비전 긴급 구호 팀장이었으며 현재 월드비전 세계시민학교에서 교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그녀는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네팔,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등 긴급구호가 필요한 나라들을 떠돌아 다녔습니다. 그곳들에서 집을 잃어버린 이재민부터 말라리아로 고통 받고 있는 어린아이들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녀는 구호 활동을 하면서 세상은 먹거나 먹히는 약육강식의 논리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자신의 직업을 ‘긴급구호전문가’라고 말할 때마다 가슴이 뛴다고 합니다.

그녀는 매우 도전적인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녀의 본래 직업은 국제홍보회사를 다니던 회사원이었습니다. 하지만 35살이 되던 해, 회사를 그만두고 7년간 오지 여행을 다닙니다. 여행에서 경험했던 체험을 바탕으로 책도 썼습니다. 그리고 여행하면서 난민들을 만난 이후로 난민 구호 활동에 몸을 던졌고 지금은 교장선생님으로 있습니다. 그녀가 지금까지 가졌던 직업들을 살펴보면 총 5가지입니다.

‘한비야’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여성들은 남성 못지않은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물론 소방관, 경찰관 같은 뛰어난 육체 능력을 요구하는 직업군에서는 남성에 비해 불리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여성들도 단련을 통해 경찰관이 될 수도, 군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음악, 미술과 같은 섬세함과 감수성을 요하는 직업군에서는 남성의 능력을 웃돕니다. 지금까지 우리사회는 너무도 남성 중심적인 사고를 해왔습니다. 우리는 남성이 할 수 있는 일이면 여성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합니다.

하지만 최근 대한민국 젊은 여성층들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전파된 페미니스트운동소식을 접할 때면 과연 그들이 양성평등을 추구하는 것이 맞는지 의심하게 됩니다. 물론 ‘페미니즘’이라는 단어 자체는 여성과 남성의 권리 및 기회의 평등을 주장하는 매우 올바른 운동입니다. 다만, 한국식 페미니즘은 남성을 무비판적으로 비난하는 운동으로 본연의 의미를 잃어버렸습니다. 통계자료를 조작하거나 여성9와 남성1의 비율로 경찰을 채용하라는 그들의 주장을 듣고 매우 화가 났습니다. 그들이 반대로 남성들을 역차별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듭니다.

오늘날 우리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는 ‘공감’입니다. 우리 사회는 개인주의적 가치관의 확산과 함께 이기적으로 변모했습니다. 각자의 이익을 위해 이성을 이용하는 ‘계약 결혼’이 만연하고 심지어는 앞서 말한 한국식 페미니즘처럼 이성을 혐오하는 사람들까지 생겼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서로의 입장에서 상대방을 배려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위들 둘러보면 쉽게 배려거리들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연인들은 데이트 비용을 더치페이 할 수도 있고 아이가 있는 부부들은 남편이 육아를 보고 부인이 그동안 집안일을 하는 방식으로 적절하게 분업을 할 수도 있습니다. 제도적으로는 채용 시 남녀를 동일하게 뽑도록 하거나 임금을 공평하게 지급하는 등의 법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작은 실천들이 모이고 모이면 반만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답습되어 왔던 고정관념들은 말끔히 사라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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