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민 광양만녹색연합 상임대표

▲ 이재민 광양만녹색연합 상임대표

전라남도는 지난 4월 24일 ‘광양제철소 브리더를 통한 고로가스 배출’건과 관련하여 ‘규정에 따라 조업정지10’을 예고했다. 같은 사안으로 충청남도는 당진 현대제철소에 7월 15일부터 조업정지 10일 조치를 내렸다.

이와 관련하여 현대제철소는 행정당국과 시민에게 심려를 끼침에 사과하고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조업정지는 과하다는 이유로 행정심판을 진행하고 있다. 광양제철소의 대응은 이와 사뭇 다르다. 브리더 개방은 현재 대체할 기술이 없으며 다른 제철소도 같은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며 행정처분이 잘못되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행정심판을 청구하고 법적 다툼까지 갈 기세다.

이 와중에 조업정지는 제철소 특성상 막대한 피해를 가져와서 지역경제 및 한국 경제를 마비시키게 될 것이라는 논리가 등장하여 지역주민을 불안하게 하고 관계기관을 찾아가 행정처분을 철회해 달라는 요구를 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문제를 제기하고 엄중한 심판을 해 달라는 환경단체나 개인은 대책없이 지역경제를 파탄으로 몰고가는 주범으로 몰리고 있다.

과연 그런가?
그것은 ‘조업정지 10일’이 갖는 행정처분의 의미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올바른 판단일 것이다.

제철 산업은 대표적인 공해산업이다. 지역에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대신 일정부분 환경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공해산업이니만큼 사업체, 시민, 행정당국이 환경에 더욱 신경을 쓰고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할 당위성 또한 존재한다.

그럼 광양 시민은 어느 정도 환경의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가? 명확하게 그 기준을 정할 순 없지만 법이나 규정에서 정한 내용만큼은 양보할 수 없는 기준이 될 것이다.

광양만녹색연합이 광양제철소를 상대로 최초의 문제제기를 한 시점은 지난 2월 고로에서 생산되어 시멘트 원료로 사용되는 수재슬러그 문제였다. 도로에 침출수를 흘리면서 운반되는 수재슬러그는 산업폐기물이라는 환경부의 유권해석과 반드시 거쳐야 되는 허가를 받지 않았음을 근거로 이의 시정을 요구하였다. 감독기관인 광양시는 위법하였다는 판단아래 서강기업에 영업정지 1개월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서강기업의 조업정지는 벌금으로 대체되고 근본적인 침출수 방지 대책으로 시설 개선안을 내놓았지만 언제 시행될지 모르는 가운데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정상가동 되고 있다.

이어서 고로 브리더를 통한 고로가스 배출 문제가 표면화되었다. 이 문제 역시 관련 규정과 환경부 등 관계기관에 확인한 자료를 근거로 비상시 자동으로 가동되어야 할 브리더 장치를 상시적 고로점검 과정에 임의로 사용해 온 사실이 불법이며 이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이를 고발하였다. 광양제철소 감독관청인 전라남도는 이에 대한 전문적 검토가 필요하다하여 환경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하였다. 환경부는 2개월 가까이 당사자인 제철소를 비롯하여 전문가를 동원하여 이 문제를 검토하였고 그 결과 규정 위반으로 결론지었다. 그 결론을 바탕으로 전라남도는 규정대로 ‘조업정지 10일’을 예고한 것이다.

항상 원고와 피고의 주장은 서로 엇갈린다. 누구의 주장이 타당한가는 이를 심판하는 자의 결정을 근거로 판단하는 것이 상식이다.

‘조업정지 10일’은 국가의 중요한 산업을 파탄으로 몰고자 하는 조치가 아니다. 어느 국가가 자기 나라의 기간산업을 무너뜨리려 한단 말인가? 전라남도의 행정조치 ‘조업정지 10일’은 그 동안 광양제철소가 불법으로 브리더를 개방해 왔으며 이제는 이를 개선하여야 한다는 관리감독 책임자의 판단을 의미하고 있다.

자기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측이 이를 수용하기 어려울 때는 절차에 따라 재심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다. 시민의 입장에도 제철소의 입장을 지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제철소가 강하게 부인할수록 문제를 제기한 측에서는 더욱 강하게 심판의 결과를 존중하라고 주장할 수밖에 없다. 상대가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존재일수록 그 경계심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지역의 경계를 넘어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연대하여 목소리를 키울 수밖에 없다.

지역의 기업이 이익을 많이 남기며 건강하게 성장하기를 바라지 않는 시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환경에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개선되어 시민과 일터의 노동자의 건강을 지키는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는 것은 환경단체의 본분이다.

무슨 성분이 포함된 가스인지 밝혀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지난 30년간 불법으로 고로 브리더를 개방해 왔다면 이 문제는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그 출발점은 광양제철소가 현대제철소처럼 잘못을 시인하고 시민에게 사과하며 시설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약속에서부터 출발함이 마땅하다. 행정처분의 부당함을 주장함은 자신의 허물이 없으므로 이와 관련한 개선을 하지 않고 이후 같은 방법으로 고로개스를 계속 방출하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조업정지 10일’대신 과징금으로 대체해 달라는 요구나 지역 협의체를 통한 해결책 모색은 그 다음의 단계다.

지금 환경부는 환경단체와 전문가가 포함된 민관협의체를 구성하여 이 문제에 대한 개선책을 강구하기 위하여 외국 현장을 둘러보는 등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 광양만녹색연합 광양환경운동연합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논란을 잠재울 시원한 대책이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일부 언론이나 단체에서 광양제철소 행정처분이 지역의 명예실추나 지역경제 위축으로 몰아간다는 주장은 ‘조업정지 10일’이 갖는 본질을 외면하고 강력한 힘과 영향력으로 무장된 광양제철소의 모처럼 찾아 온 환경개선의 기회를 아예 포기하자는 말과 다름없다.
무엇이 진정한 시민 사랑인지 되묻고 싶다.

저작권자 © 광양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