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이기는 것을 나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10년 후 부모님을 내 요양원에 모시는 게 꿈”
“맞긴 했지만, 기분은 좋아요. KO패 안 당한 것만도 감사하구요. 충분히 만족합니다. 부지런히 연습하면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욕심도 생겨요”
지난 20일 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제4회 광양시무술(킥복싱)협회장배 대회에 앞서 신인전 무대에 오른 조미정 선수는 “정말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태산이었으나 막상 링에 오르니 죽더라도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며 “8살이나 어린나이에 운동경력도 많은 선수를 만나 이정도 했으면 충분히 만족한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할 수 있다는 것을 자신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나를 이기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인데, 나를 이기는 것을 나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며 “한번 해보니 해볼 만하다. 더 열심히 훈련을 해 기회가주어진다면 또 출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나이 50대 중반. 킥복싱 세계에서는 또래의 상대를 찾기가 힘든 나이다. 그래서 이날도 8살이나 어린 선수와 경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선수로 나서고자 하는 것은 아니니 나이가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언젠가 링에 올라 상대와 겨뤄보고 싶은 것이 그동안 미정 씨의 버킷리스트. 인생에 한번밖에 없을 기회일 수도 있으니 최선을 다했다. 이날은 꼭 한번은 해보고 싶은 일을 이룬 날이다.
미정 씨가 킥복싱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6월이다.
어쩌면 그의 몸이 이제 더 운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신호에 반응을 한 것인지도 모른다. 광양읍 LF스퀘어 ‘지고트’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미정 씨는 높은 힐을 신고 종일 서 있어야 하는 게 고역이다. 사람을 상대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정맥 수술을 했고, 다리가 저려서 잠을 설치는 밤도 늘어만 갔다.
뭔가 운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 그는 할 만한 운동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10시가 넘어 매장 일을 끝내고 운동을 할 수 있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친구가 순천에서 ‘암낫짐 조례지관’이라는 킥복싱 체육관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킥복싱’이란 운동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었지만, 활동적인 운동을 좋아했던 그는 친구에 대한 반가움과 믿음까지 더해 한달음 에 달려가 등록을 했다.
킥복싱을 시작하면서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체력이 향상되면서 다리 저림 현상도 없어지고, 체지방은 줄고 근육량이 늘어 다이어트 효과도 거뒀다. 샌드백 치면서 매장에서 사람을 상대하며 받은 스트레스도 해소할 수 있었다. 골목길에서 누군가를 만났을 때 자신을 보호할 정도는 된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미정 씨는 “지금이 내 인생에서 제일 건강한 때다. 몸이 건강하니 마음도 행복하다. 무엇보다 건강과 함께 찾아온 자심감이 하루하루의 생활을 밝고 활기차게 이끌고 있다”며 “무슨 운동을 할까 고민하고 있는 여성분들이 있다면 킥복싱에 도전해 볼 것”을 추천했다.
LF스퀘어 여성복 ‘지고트’ 매장을 운영하며 킥복싱을 하기도 벅찬 미정 씨지만 이에 안주하지 않고 순천대 사회서비스 상담학과에 진학, 사회복지와 상담을 함께 공부하며 미래의 소중한 꿈을 키워가고 있다.
나이를 더 먹고 매장 일을 계속하기 벅차지면 노인요양원이나 복지시설을 운영해보고 싶은 소망이다. 사회복지와 상담 공부를 하면서 간호사와 상담사인 여동생 3명과 함께 네 자매가 요양원을 해봤으면 하는 꿈이 생긴 것이다.
미정 씨는 “아직 젊으신 부모님이 계셔서 늘 감사합니다. 언젠가 어머니 아버지를 내 요양원에 모시고 싶은 마음”이라며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을 유지하면서 열심히 공부해 반드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