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주 민중당 광양시위원회 위원장

▲ 유현주 민중당 광양시위원회 위원장

지난 10여일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선언, 톨게이트 수납원 노동자들의 대법원 판결 승소, 선거제도개혁 입법안 상정 등 국민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만한 일들도 있었다.

나는 정부가 지소미아 폐기 결정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을 가졌었다. 미국 눈치 보느라 이도저도 아닌 결정을 하거나, 폐기를 못할 수도 있겠구나 라고 생각했었다. 결과적으로 지소미아 폐기를 결정해 국가 자존심을 지킨 정부의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의 다음 날 브리핑 내용이었다.

김차장은 브리핑 말미에 ‘아울러, 정부는 앞으로 국방예산 증액, 군 정찰위성 등 전략자산 확충을 통한 우리의 안보 역량 강화를 적극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당당하고 주도적으로 우리가 안보역량을 강화해 나간다면 이는 미국이 희망하는 동맹국의 안보 기여 증대에도 부합할 것이고, 종국적으로는 한미동맹의 강화로 이어질 것입니다’ 라고 했다.

미국은 한일관계가 악화되고, 일본이 자주권 침해, 외교적 결례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암묵적으로 일본 편을 들었다. 더불어 우리 정부의 ‘공식적 발언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지소미아 폐기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무슨 얼어죽을 동맹인가.

더군다나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반일투쟁을 벌이고 있을 때 슬그머니 와서는, 뭐 맡겨놓은 거 찾아가는 사람처럼 방위비 분담금 증액과 무기 구입을 강요하고 돌아간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미국은 현재보다 5배나 많은 방위비 분담금(약 5조원)을 요구했고, 국방예산은 역대 최고인 7.6% 증가율을 넘겨 50조원대 돌파를 예견하고 있다. ‘당당하고 주도적으로’ 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문제는 이런 와중에 민생은 거덜나고 빨간불이 깜박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있던 날 통계청은 2분기 가계동향조사를 발표했는데, 하위 20%와 상위 20%의 소득 격차가 평균 810만원으로 소득 양극화가 최악이었다.

정부는 내년 고교 2, 3학년 무상교육 지원예산으로 약 6천 600억 원을 책정했다고 발표했다. 2021년까지 전투기 40대를 구매하는 비용은 7조 4천억 원이라고 하니, 단순 계산으로 전투기 3대를 안사면 내년 고교 무상교육 지원예산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안한다면? 와우, 할 수 있는 일이 어마어마하다.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은 ‘단계적 군축’을 합의했다. 북미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의 지속적•안정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평화체제를 만들기 위해 군축을 합의했는데 국방예산과 전략무기 구입이 전례 없이 늘어나는 것은 무언가 앞뒤가 안맞는 것 아닐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우리나라 최고의 안보는 남과 북이 평화와 통일을 향해 손잡고 나아가는 것이다. 최고의 민생 살리기도 여기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예산이 국회로 넘어가는 지금 이 시점에 눈 크게 뜨고 지켜 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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