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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수 외길 30년, 금실농원 오길석·이양숙 부부 새농민상맨손으로 일군 조경수 농원…“지식은 나눌 때 비로소 가치”
최인철  |  hwakae72@gycitiz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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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08  21:5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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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한기가 몸속 깊이 파고들었다. 호기롭게 회사를 퇴직하고 땅을 일구고 살겠다는 소박한 마음으로 선택한 농사꾼의 삶은 그러나 녹록하지 않았다. 아니 혹독하다는 표현이 딱 맞았다.

1992년, 광양제철소 황색 근무복을 벗을 당시 동료들은 한사코 그를 말렸다. 한결같이 모두가 부러워하는 굴지의 대기업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한 그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뒤따랐다. 황색 근무복이 아무런 의심을 받지 않고 신원을 보장할 만큼 당시 세상은 그의 직장을 부러워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세상과 대면한 뒤 가난은 늘 그의 삶을 옥죄는 올무였으므로 평생 보장된 안온한 미래를 버리고 땅을 선택한 그의 결정은 사실 주변뿐 아니라 그조차도 온전히 이해가 되지 않을 일이었다.

가족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특히 가진 것이라곤 착한 심성에다 든든하게 생활을 지탱해줄 그의 직장 하나 믿고 “다른 건 몰라도 금쪽같은 내 딸아이 굶기지는 않겠구나”라는 생각에 선뜻 결혼을 허락한 처가의 반대는 막막한 들판을 휘몰아치며 얼굴을 할퀴는 겨울 칼바람처럼 차가웠다.

무엇보다 갓 시집온 곱디고운 아내에게 미안했다. 그가 손에 쥔 것이라곤 몇 푼 안 되는 퇴직금이 전부였고 땅을 희망했지만 정작 배추 한 포기 심을 코딱지만 한 한 평 땅조차 없었으니 무모하다는 주변의 황당한 시선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으나 말수가 적던 아내는 그의 결정을 애써 말리지 않았다. 그것이 더 아프고 사무쳤다. 광양읍의 낡고 좁은 한 칸 월세방을 나서는 그의 손에 잔뜩 힘이 들어간 이유였다.

금실농원 오길석·이양숙 부부가 지난 2일 농협중앙회가 선정한 ‘이달의 새농민상’을 수상했다. 안락했을 평범한 미래를 버리고 땅을 선택한 지 30년 만이다. 이날 농협중앙회 김병원 회장은 이들 부부가 자립과 과학, 협동의 새농민운동의 정신에 가장 부합하고 농업과 농촌을 이끌어가는 선도 농업인으로, 타의 모범이 되는 농업인으로 평가하며 이달의 새농민상 수상자로 결정했다.

1차 지역농협 선정심사와 2차 지역본부 심사를 거쳐 중앙본부 선정심사에 이르는 총 3단계 엄정한 심사를 거쳐 진행되기 때문에 새농민상 수상은 농업인에게 커다란 자긍심을 안겨주는 영예로운 상이다. 농업인으로써의 인고의 삶을 인정하는 증표와 같기 때문이다.

금실농원은 현재 5만여평의 부지에 30여종의 나무와 약 2천평의 논에 친환경 벼를 재배하고 있다. 부부는 무엇보다 마가목 등 고부가가치를 지닌 나무와 꽃을 키우면서 우리지역을 대표하는 조경농원을 일구어냈다.

광양농협 관계자에 따르면 오길석 대표는 항상 나무연구에 열정을 쏟고 있는 농업인으로 평가 받는다. 새로운 수종이나 작목법이 있는 곳이면 전국 어디든 찾아가기를 주저하지 않는 대표 강소농이라는 것이다.

광양농협 관계자는 “오길석 이양숙 부부 농업인은 영농초기부터 메모하는 습관을 갖고 시간이 나는 대로 복습하는 열정을 쏟아왔고 반드시 기록, 분석해 자료로 남겨 이를 주변 농업인과 공유해 왔다”며 “특히 농가소득 10억원 달성 농업인 모임을 이끌면서 젊은 귀농인들에게 꽃과 나무에 대한 재배기술을 컨설팅하고 있는 보배 같은 농업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들 부부의 새농민상 수상은 단지 개인의 영예로 끝나는 게 아니다. 광양농업의 성장을 대내외에 널리 알리는 일이기도 하다”며 “이를 통해 광양의 조경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역농업인들에게 확산되는 시너지 효과로 선진 농업인 육성을 위한 발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길석 대표를 직접 만났다. 오 대표는 “포스코 퇴직 후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시작한 귀농이었다. 결혼 6개월 만이었다. 가난이 무서웠겠지만 못난 남편의 선택을 믿고 묵묵히 따라와 준 귀농의 동반자인 아내가 새농민상의 진짜 주인공”이라며 아내 이양숙 씨에게 수상의 몫을 돌렸다.

또 “맨몸으로 땅을 선택하고 일구고 가꾸고 살아온 지 30년 만에 받은 영예로운 상”이라며 “그동안 우리 부부가 땅의 정직함을 믿고 열정을 바쳐온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인정해 주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도 참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의 얼굴에서 30년 세월이 주마등처럼 지나는 듯했다.

귀농을 결심하고 그가 시작한 일은 조경재배가 앞섰던 경남 진주 등지에서 수목을 가져다가 시장에 내다 파는 일이었다. 당시 매번 월세방을 옮겨 다녀야 할 만큼 가진 게 없어서 땅을 사거나 임대하는 건 엄두도 못 낼 때였다. 두 식구 어떻게든 굶지 않기 위해 시작한 일,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이었던 건 그나마 다행이었다.

▲ 금실농원 오길석·이양숙 부부

오 대표는 “삼사십대는 정말 열심히 사느라 어떻게 지나왔는지 기억이 없다. 거기에다 고향이 아니다 보니 적응도 쉽지 않았다. 열 배 이상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어려서부터 나무를 참 좋아했던 까닭인지 손에 금방 익었다. 이를테면 나무중개업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거래처 농가를 돌아다니면서 재배기술을 꼼꼼히 배웠다. 언제가 나도 나무를 키우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그때 당시 나도 모르게 맘에 품었던 게 아닌가 싶다”며 “지금 생각하면 나무와 나는 참 좋은 인연”이라고 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오 대표는 “지식은 나눌 때 가치가 있는 법”이라며 “특히 젊은 귀농인들의 정착을 도울 수 있는 일이면 어디든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수 없는 시행착오를 겪어온 터라 이제 농사를 시작한 젊은 귀농인들에게 자신의 귀농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해줄 생각이다. 자신이 걸어온 길이 이들에게 지침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다.

한 가지 계획이 더 있다. 광양시승격 30주년을 기념해 기념공원을 조성할 생각이다. 서울대남부연습림 인근 공한지에 수령 30년 된 나무들로만 말이다. “내 광양 살이 역시 30년이니 참 맞아떨어지는 조합 아니냐”며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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