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인사 등 불법 현수막 수거량 평소 3배, 철거팀 4인방, 시간외 근무 자처해도 역부족, 전량 폐기 처분…처리 비용 세수 부담 ↑ , 지정게시대 추가 설치 및 의식 개선 필요

“고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행복한 한가위 되세요. 00동00회 ”
명절이면 주요 도로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명절 인사 현수막.

▲ 왼쪽부터 강진구 공익근무요원, 서고은 도시재생과 도시경관팀장, 강순원 도시재생과 주무관, 강기남 현수막철거 전담원요

정을 나누고 반가운 마음을 전하는 데 이만한 효과가 없기에 불법인 줄 알면서도 너나할 것 없이 자리만 생기면 갖다 붙이는 게 어느새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명절이 지나면 어떨까? 붙이는 사람은 많지만 자발적으로 떼는 사람이 거의 없기에 허공에 나부끼는 빛바랜 쓰레기로 전락한 처치곤란 ‘불법 현수막’이다. 철거를 위해 누군가는 연휴 끝자락을 반납하고 새벽 이슬을 맞으며 철거 작업을 수행해야만 시민들이 깨끗한 환경에서 명절 후유증을 이긴 채 또다시 일상을 시작할 수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시 안전도시국 도시재생과 도시경관팀 소속 불법 현수막 철거 4인방.
서고은 도시재생과 도시경관팀장과 강순원 주무관, 강기남 현수막 철거 전담요원 등은 연휴 끝날이자 일요일인 지난 15일 오후부터 각종 명절 불법 현수막 철거를 위해 진땀을 흘렸다. 월요일 출근해서 철거작업을 시작해도 누구하나 손가락질 할 사람은 없겠지만, 이들은 명절 끝자락 시민들의 유쾌한 출근길을 위해 미리 작업을 해놓자는 일념으로 휴일 근무를 자처했다.


이날 수거된 현수막만 200여장. 명절이 아닌 기간 하루 평균 70~80장의 세배가 넘는 양이다. 주요 도로변에 있는 현수막들은 거의 철거한 셈이지만, 아직 손길이 닿지 않은 곳들이 남아있기에 다음날인 16일도 종일 철거 작업에 매달려야 했다.

그래서 16일 오후 ‘불법 현수막’ 철거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동행한 구간은 중마동에서 출발해 광양읍을 거쳐 옥룡면까지로, 1시간 정도였으며 강순원 주무관, 강기남 요원, 강진구 공익근무요원과 함께 했다. (그 전에도, 이후에도 작업은 계속됐다.)
건장한 청년 3명이 이날 1시간 동안 트럭에서 타고 내리기만 수십번, 높은 트럭을 올랐다 내렸다 하는 것만으로도 벌써 팔이 다 후들거렸다.

▲ 이번 추석 연휴가 끝난 후 수거된 불법 현수막들이 1톤 트럭 짐칸에 한가득이다.

불법 현수막 철거 전 후 사진촬영은 필수, 자신이 붙인 현수막을 왜 떼어버렸냐는 민원에 대응하기 위한 채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손도 닿지 않는 높은 곳에 있는 현수막 철거를 위해서 자체적으로 2.5m짜리 장대에 커터칼을 붙인 특수장비(?)도 제작했다.
날이 너무 더워 작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철거팀들은 땀범벅이 됐다. 해서 항상 차에는 수건을 가지고 다닌다고.


옥룡면 초입에 다다르자 각 단체에서 붙인 불법 명절 인사 현수막들이 도로를 가로질러 1m에 하나씩 수십개가 붙어있었다.
지나는 시민 한분은 땀을 뻘뻘 흘려 작업하는 철거팀을 보자 “불법을 저지르면 안될 사람들이 앞 다퉈 명절이면 불법 현수막을 붙이는 게 문제”라면서 “시민들도 명절인사 받았다고 좋아만하지 말고 모두가 불법을 행하지 않도록 이런 문화를 없애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로를 가로지르다 보니 지나가는 차에 부딪히지 않게 교통을 통제하고 작업하느라 더 시간이 걸렸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사진 찍고 1명은 차량 소통하고 양쪽에서 제거하며 1명은 돌돌말아 트럭 짐칸에 잘 정리했다. 잘 쌓지 않으면 바람에 날려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에 정리도 잘해야 한다. 이 모든 작업은 3분~5분만에 끝났다. 이들은 불법현수막이 있다면 나무덩굴 숲, 난간도 마다하지 않았다.


강기남 요원은 “운전하면서 좌우 살피고 다니느라 작업에 익숙해지기 전까지 신경 쓸 게 너무 많아 사고 위험도 여러 번 있었다”면서 “금요일 오후부터 주말에 몰래 게시되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월요일이 가장 작업량이 많다”고 말했다.


단순하지만 업무 강도가 높기 때문에 불법 현수막 철거 인력들의 근로 지속기간이 1년 이상 가기가 힘들다는 후문.
1시간 여만에 80여장의 불법 현수막을 철거했다. 철거만으로 이들의 업무는 끝나지 않는다. 나무지지대와 천, 끈 부분을 분리해 시청 한켠에 마련된 폐기물 처리함에 담는 일까지가 철거팀의 몫이다. 폐기물 처리비용은 광양 시민들이 납부한 세금으로 지불된다. 미처 정리하지 못한 끈들은 전신주 등에 뒤엉켜 화재 위험도 있기에 올해 초 사다리차를 불러 제거 작업을 진행했다.


강순원 주무관의 일은 불법 현수막과 관련된 민원 응대와 처리 업무까지 더해진다. 지난달 강 주무관이 처리한 국민신문고 민원만 200여건이 넘었다.
한번은 “불법 현수막 철거해달라”는 민원 전화를 받았는데, “전화 받을 시간에 나가서 한 장이라도 더 걷어라”는 말을 듣고는 힘이 쏙 빠지기도 했다고.
강 주무관은 “민원 전화를 받으면 즉시 철거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한정된 인력이 광활한 지역을 담당하고 있다보니 동선에 따라 시간차가 발생하기도 한다”면서 “철거팀도 사람인지라 지나쳐서 빠뜨리는 경우는 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조금 여유를 갖고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신고 되지 않은 장소에 설치된 현수막은 관련법에 규정된 예외 조항(관혼상제, 학교행사나 종교의식, 시설물의 보호ㆍ관리, 정치활동이나 노동운동 관련 행사 집회, 안전사고 예방, 교통 안내, 긴급사고 안내, 미아 찾기, 교통사고 목격자 찾기, 선거관련 홍보 현수막 등)을 제외하고는 전량 철거가 원칙이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등과 관련된 현수막도 지자체별로 이견이 있지만 광양시는 철거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강 주무관은 “우리 시의 지정 게시대는 77곳으로, 같은 규모의 타·시도에 비해 적은 편이라 원하는 곳에, 필요한 날짜에 맞춰 걸기에 조금 경쟁이 치열한 것 같다”면서 “새로 생긴 도로변 등에 신규 게시대 20여 곳을 설치하는 방안을 제안해 내년 예산에 반영할 계획이니 시민들께서도 지정된 장소를 활용해 줄 것”을 주문했다.

저작권자 © 광양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