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교통 99번, 99-1번 버스 운전원 성민호씨 힘든 일 기피로 인력 미스매치 현상 벌어지는 청년 취업 시장에 귀감

대한민국 사상 최고의 청년 실업률을 기록 중이지만 또 한 켠에서는 일할 사람이 없어 아우성인 인력 미스매치 현상이 취업시장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역내 유일한 시내버스 운송업체인 광양교통도 마찬가지다. 주 52시간 근무제 근로 기준을 지키기 위해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해 지속적으로 버스에 채용 광고를 싣고 버스 운송인력 양성 과정 등도 운영하는 등 채용을 독려하고 있지만 현실이 녹록지만은 않다.
버스 운송업이 다소 위험하고 피곤한 업무지만 연봉이나 처우, 복지가 한없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팽배한 탓이다.

▲ 광양교통 99번, 99-1번 버스 운전원 성민호씨

이런 상황 속에서도 ‘가뭄에 단비가 내리듯’ 한 20대 청년이 ‘버스 운전사’를 자처하며 광양교통에 입사, 벌써 9개월째 신바람 나게 근무를 하며 광양시내버스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청년 운전기사’로 불리는 성민호(27)씨는 시내버스 가운데서도 가장 핵심 노선인 99번과 99-1번 운행을 책임지고 있다.


구산리에서 나고 자라 광양중-고를 졸업한 광양 토박이 성민호씨는 정말 ‘운전’을 좋아해 시내버스 운전사가 됐다. 어려서부터 시내버스를 타고 다니며 자신도 언젠가는 버스운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왔다.
마침 군대에서 운전병으로 보직을 받아 대형 면허를 취득했다. 나이가 어리고 경력 1년 이상의 숙련자들만 버스 운전을 할 수 있기에 당장 시내버스 기사로 취업은 불가능해 대학 졸업 후 산업체에 취직해 근무를 했다.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은 일을 하자니 힘든 나날의 연속이었다.


마음 한 켠에 계속 ‘시내버스 운전기사’라는 꿈을 갖고 있던 중, 성씨는 운명처럼 광양교통에서 채용 프로그램으로 버스 운전원 양성과정을 운영한다는 시내버스 광고를 접했다.
이때다 싶었다.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고, 다시 다른 길로 갈 수 있기에, 더 늦지 않은 나이에 평소 해보고 싶었던 일에 도전하고 싶었다.
그러나 가족들은 위험하고 힘든 길을 가려는 성씨를 마냥 지켜볼 수만은 없기에 반대했다. 친구들은 ‘별난 놈’이라며 마냥 신기하다는 눈초리였다. 부모님을 어렵사리 설득해 광양교통에서 운영하는 한국노총 일자리 사업단 프로그램인 ‘버스 운전원 양성과정’ 3개월 교육을 이수했다.


당시 성민호씨의 실기 교육을 담당한 한국노총 광주전남 노조 광양교통지부 박인성 지부장은 “교육 이수자 20명 가운데서도 운전을 제일 잘했다”고 회상하면서 “당시 수료자 가운데 7명이 광양교통에 취업했는데, 많은 분들이 여러 사유로 그만둔 상황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을 보면 대견하다”고 말했다.
친절하고 성실히 근무하다보니 인력배치 평가 때 점수를 잘 받아 광양시내버스의 주요 노선인 99번과 99-1번 주행을 맡았다.


성민호씨는 “사고 없이 시간에 맞춰 운행을 하고 난 후 오는 성취감과 만족감에 행복하다”면서 “타고 내리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기쁘고, 매일처럼 마주치다보니 간단한 눈인사도 주고 받는데 젊은 총각이 버스를 운전하는 것을 신기하다고 생각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칭찬의 말을 한마디씩 건네주시기도 한다”고 흐뭇해했다.


처음 버스 운전대를 잡았던 날은 어떻게 운행을 완료했을지 기억이 안날 정도로 긴장됐었다. 시민들의 목숨이 자신의 어깨에 달려있다는 생각에 중압감을 느끼는 것은 물론, 노선에 익숙하지도 않을 뿐더러 혹여 정류장을 지나치진 않을지, 앞/뒤차와의 간격도 조절해야 했기 때문에 식은 땀을 뻘뻘 흘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지금은 익숙해져서 어느정도는 여유로워졌지만 도로 공사나 각종 행사, 등하교나 출퇴근 시간 변경 등으로 도로 사정이 매일 유동적으로 바뀌기 때문에 아직도 배차간격 조절이나 안전운행에 대한 책임감은 막중하다.


젊고 건장한 20대 청년이라도 하루 14-17시간 운전만 하다보면 피로도가 쌓여 집중력과 체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성민호씨는 쉬는 날 운동으로 체력관리를 한다. 또 운전을 하다보면 얼굴과 팔 등이 자외선에 노출돼 새까맣게 그을릴 수 있기 때문에 ‘선크림’을 꼬박꼬박 챙겨바르는 등 자기 관리에 철저한 ‘신세대’다.


50-60대 버스운전원들 사이에서 20대 청년인 성민호씨는 말 그대로 ‘귀염둥이 막둥이’로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힘든 노동에 금방 그만두는 사람들이 많은데 묵묵하게 열심히 근무하는 모습을 보면 아들같은 마음에 음료수라도 한잔 더 권하게 된다는 게 주위 선배들의 이야기다.


성씨는 “대도시는 시내버스 준공영제 시행 등으로 운전기사에 대한 처우가 많아져 젊은 사람들도 많다는데 우리도 복지와 처우가 많이 개선될 예정이기에 나처럼 젊은 ‘버스 기사’들이 광양시 곳곳을 누비는 날이 멀지 않을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광양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사고 없이 충실하게 주어진 업무를 다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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