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 기간 절반 지났지만 목표판매액 25%밖에 못 채워

구입 방법, 잔돈 환급 등 불편…잦은 인식오류에 상인 기피
선 구매 후 할인액 입금 시스템…구매 심리 자극 못해
시“ 내달 14일부터 50만원권 판매, 불편 최소화에 총력”


광양시가 지난 7월부터 광양사랑상품권 10%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시민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살 수 있는 곳이 제한되어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고 선불형 충전카드의 특성상 잔돈 환급이 불편하며 홍보 부족과 잦은 인식오류에 상인들이 기피하는 곳도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제 돈 내고 산 후 며칠 뒤 할인액을 입금 받는 방식이 소비자의 구매 심리를 크게 자극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시에 따르면 골목상권 회복을 위해 지난 7월1일부터 광양을 주소지로 카드단말기를 등록한 업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광양사랑상품권’ 할인 판매를 시작했다.
개인은 월 50만원, 연 600만원 한도로 구매가능하며, 법인(단체)은 구매한도가 없으며, 오는 12월 말까지 판매액 50억원이 될 때까지 할인 이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행사가 진행된 지 3개월여가 지난 지금 상품권 할인 판매액은 12억2800만원(지난 25일 기준)으로, 이는 총 25%수준에 불과하다.

여기에 할인행사를 진행하지 않았던 지난해 판매액이 55억 7500만원을 기록한 것을 고려해보면 올해 판매 실적은 할인행사를 했음에도 지난해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금 5억원(국비 2억, 도비 1억, 시비 2억)을 풀어 시민들에게 혜택을 준다는데도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현재 광양사랑상품권 할인 판매 시스템이 가진 ‘불편함’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광양사랑상품권은 NH농협은행 광양시청출장소와 광양읍 농협본점 단2곳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 판매점이 단2곳에 불과하다보니 접근성이 떨어져 구매 욕구가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데 방해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시민은 “애들 학원 원장님이 광양사랑상품권으로 학원비를 결재하면 10%할인된다고 알려주셨는데, 사려면 은행 영업시간 내에 시청까지 가야 한다고 해서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포기했다”면서 “이미 사용하고 있는 카드도 학원비 할인 혜택이 있기 때문에 크게 아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또 시민들은 선 구매 후 할인액 입금 방식에 대한 불만도 제기했다.
할인 행사 이후 상품권을 여러 차례 구입했다는 한 시민은 “처음 사러갔을 때 할인한대서 45만원을 들고 갔는데, 50만원을 내면 2-3주 뒤 5만원을 계좌로 입금해준다고 해 당황스러웠다”면서 “타 지역은 구매 시 바로 할인해주거나 50만원을 구매하면 55만원을 충전하는 방식이어서 싸게 산다는 느낌이 바로 드는데, 한참 뒤에 돈을 돌려주니 혜택을 받는다는 느낌을 덜 받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농협에서 상품권을 구매하면 농협담당자가 시에 구매내역을 결제를 올린 후 예산을 내려 받아 구매자의 계좌로 할인액을 입금하는, 다소 아날로그적인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게 농협과 광양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국단위인 농협중앙회 기프트카드 전산 시스템을 빌려 광양사랑상품권을 발행하다보니 전산 공유를 할 수 없어 비롯된 문제라는 이야기다.

시 관계자는 “광주의 경우, 광주은행이 광주시민들을 중점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미수금 부담을 안고 선할인 판매를 하고 있지만 우리 시의 상황은 다르다”면서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수수료가 판매처 이익의 전부지만, 그마저도 카드제작·발급 비용 등으로 수익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기에 개선책 마련이 쉽지가 않다”고 밝혔다.

5만원권, 10만원권 등 소액권으로만 판매되는 것도 불편사항으로 꼽힌다.
사용자들은 큰 금액을 결제하기 위해 여러 장의 카드를 긁어야 하며, 잔액이 얼마 남았는지 일일이 기억하거나 ARS를 통해 확인하는 수고를 더해야 한다.
100원 단위로 잔돈이 남을 경우에는 쓰기도, 환급받기도 번거로워 그냥 포기하고 마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시민은 “카드에 700원이 남아 어디서 쓰기가 뭐해 환급을 문의했는데, 농협카드를 사용하고 농협계좌가 있으면 인터넷을 통해 환급신청이 가능하지만 아닐 경우 지점 창구를 방문해 환급을 받아야 한다는 설명을 들었다”면서 “은행까지 오가는 경비와 시간을 따지면 700원보다 훨씬 크기에 환급을 포기하고 지갑 속에 넣어 놨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남은 잔액은 영원히 해당 카드에 존재하며, 유효기간이 지나거나 분실할 경우 재발급을 통해 환급이 가능하다는 게 판매처의 설명이지만, 이는 다시 말해 본인이 꼼꼼하게 챙기지 않을 경우 상품권 미 사용금액은 농협도, 광양시도, 개인의 소유도 아닌 영원히 공중에 뜬 돈이 될 수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두 번까지는 충전이 가능한 선불카드기 때문에 충전해서 쓰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농협 관계자는 “만약 5100원이 남았다면, 10만원권을 기준으로 9만4900원을 충전해야 하는데, 이러면 9490원밖에 할인 혜택을 받지 못하니 10만원짜리 새 카드를 발급받는 게 이익이 더 크기 때문에 충전해서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답했다.

여러 차례 긁어야 하는 불편함과 홍보 부족, 잦은 인식 오류로 인해 카드단말기 핑계를 대며 광양사랑상품권 사용을 거절하는 소상공인도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한 소상공인은 “IC 카드만 인식되는 단말기를 사용 중인데, 광양사랑상품권은 인식이 되지 않는다”면서 사용을 거절했다.

시에서는 IC칩을 입력하는 방식과 기존의 긁는 방식 모두 사용이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지만 실상은 매장마다 카드체크 단말기가 천차만별이어서 어떤 방식으로든 인식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다른 카드를 요구하는 상황이 많다는 게 소상공인들의 이야기다.

또 다른 소상공인은 “우리한테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닌데, 바빠 죽겠는데 여러장 들고 와서 이건 얼마, 이건 얼마, 몇 번을 긁어달라고 하면 솔직히 달갑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접근과 잔액 관리가 편리한 지류상품권 발행도 검토해봤지만, 지류의 경우 인지세나 발행비용, 환급처 관리비 등 세수 부담이 있어 세수 부담 전혀 없이 시민들의 더 많은 할인 혜택을 줄 수 있는 기존의 충전식 선불카드 시스템을 활용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소액권의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다음달 14일부터 50만원 고액권도 함께 판매할 예정으로, 목표액을 채우지 못하면 국·도비를 반납해야하기 때문에 더 많은 시민들에게 혜택을 드리기 위해 문제점을 하나하나 해결해 구매 촉진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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