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민이 물심양면 합심해 매년 행사 개최…‘향토자원 알리기’ 선구자
마을별 ‘올개심리 나눔 전통 이어가기’로 외지인·원주민 화합 도모
동백을 활용한 음식, 화장품 개발로 관광두레 사업화…신소득 창출

그 옛날 마을 공동 우물터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마을의 대소사를 의논했던 풍경들, 두레, 향약으로 이어오던 공동체의 미풍양속이 현대 사회에 접어들며 산업화와 개인주의, 핵가족화로 인해 사라짐에 따라 사회 양극화와 주민 간의 갈등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아파트’라는 공동주택에 살면서도 이웃이 누구인지 모르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안타까워한 지역민들은 더불어 함께 사는 방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민-관 협력으로 이뤄지는 ‘마을 공동체’ 사업도 그 일환이다. 광양시 마을공동체 지원센터 개소 1주년을 맞아 현재 우리 지역에 마을공동체 현황을 안내하는 기사를 시작으로, 어떤 마을 공동체가 있는지, 어떤 활동들을 하는지 매주 1곳의 마을 공동체를 찾아 탐방해본다. <편집자주>

 

#옥룡사지(국가사적 제 407호)-통일신라 말기의 뛰어난 고승이자 풍수지리의 대가인 선각국사 도선이 35년동안 머루르면서 수백명의 제자를 가르치다 입적한 옥룡사 절터.

#옥룡사 동백나무숲(천연기념물 489호)-옥룡사지(국가사적 제407) 도선이 땅의 기운을 보완하고 화재를 막기 위해 동백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100년 이상된 동백나무 1만 그루가 7만㎡에 걸쳐 숲을 이루고 있다.


옥룡(玉龍)은 ‘구슬을 갖은 용’이라는 뜻으로, 용이 하늘로 승천하기 위해 얻어야 하는 구슬을 이미 갖고 있기 때문에 소망을 이룰 수 있는 특별한 곳이라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런 지명처럼 옥룡은 이미 ‘옥룡사지와 동백나무 숲’이라는 향토자원을 갖고 있는 미래 발전 가치가 무궁무진한 곳이다.
제철과 광양항을 비롯한 각종 산업시설에 밀려 수년간 주목받지 못한 ‘옥룡의 가치’를 알아본 사람들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옥룡면에 사는 그곳 주민들이었다. 이들은 향토자원을 십분 활용해 문화행사를 3년째 진행하고 있으며 동백꽃을 활용한 음식, 화장품을 개발해 공동 수익도 창출하고 있다. 공동 수익의 기쁨을 함께 누리고자 마을의 전통인 ‘올개심리 나눔 문화 행사’도 진행하면서, 그야말로 ‘마을공동체’의 모범 답안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물심양면’ 주민 지원이 만든
‘옥룡사지 동백숲 문화행사’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2016년 어느 날, 옥룡면 청년들이 김경식(당시 옥룡면장·현 옥룡사지 동백숲 문화행사 추진위원장)씨를 찾았다. 십여 년째 계획만 세우던 ‘옥룡사지 동백숲’ 활성화 사업을 실현시키기 위한 조언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옥룡에서 나고 자란 김경식 위원장은 청년들의 취지에 공감하고 열정에 감동해 이들과 함께 지속가능한 문화행사를 기획하기 위해 힘을 보태기로 하고 각 마을 대표들을 한데 불러 의견을 교류하면서 대방마을 서병국 이장을 1대 위원장 등 면민 27명이 함께 하는 행사 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 옥룡사지 동백숲 문화행사 추진위원회가 축제와 공모사업으로 인한 수익금을 주민에게 환원하기 위해 진행한 ‘올개심리 나눔 전통 이어가기’행사의 일환으로, 지난 24일 옥룡면 갈곡마을회관에서 어르신들이 모여 올개로 밥을 지어 나눠먹으며 잔치 한마당을 벌이고 있다.

모든 행사에는 재원이 필요한 법. 시작하는 단계라 재원을 마련할 방법이 딱히 없어 모금운동을 시작했고, 옥룡면민과 출향 향우들의 정성이 모여 9500만원의 행사 추진비를 마련, 첫 번째 ‘옥룡사지 동백숲 축제’가 막을 올릴 수 있었다. 2017년 4월1일부터 이틀간에 걸친 행사는 어린이 문예대회 등 문예 행사를 중점으로 치러졌다. 여기에 동백꽃과 열매, 기름 등을 활용한 전, 비빔밥, 막걸리 등의 음식을 개발, 판매해 소득도 창출했다. 음식을 준비하는 일은 옥룡면 생활개선회 서정순 회장(항월이장)을 비롯한 여성 면민 단체들이 힘을 보탰으며 행사 진행과 잡다한 궂은일은 옥룡면 청년회(이정춘 회장)가 도맡았다.
작년과 올해는 모금 운동 없이도 자발적으로 면민과 향우들이 참여해 2억원의 재원을 마련해 더욱 풍성하게 행사를 치르면서도 잉여액도 발생했다.

 

공동 이익의 나눔 활동
‘올개심리 나눔 전통문화이어가기’

3회째 행사를 진행한 후 추진위는 면민들에게 받은 사랑과 관심에 보답하고 싶어졌다. 때마침 진행된 전남도 마을공동체 공모사업에 ‘올개심리 나눔 전통문화 이어가기’ 행사를 기획해 도전했고, 마을공동체 씨앗단계에 선정되면서 5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올개심리’란 호남 지방을 비롯해 논농사가 많은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을을 대표하는 세시풍속의 하나로, 조금 일찍 수확한 올벼를 쪄서 방아를 찧어 밥을 한 후 상을 차려 조상에게 감사하고 가족, 이웃과 나눠먹으며 수확의 기쁨을 나누는 일종의 추수감사 행사로 꼽힌다.
기계가 없던 시절, 마을 구성원 모두가 품앗이를 통해 농사를 지었고, 이 결과물을 서로 나누는 문화가 자연스레 이어오던 것이다. 또 예전에는 쌀밥조차도 먹을 수 없는 어려운 형편의 사람들이 많았었기 때문에 이들에게 쌀을 나눠줌으로써 어려운 이웃을 살핀다는 의미도 담고 있는 훈훈한 우리 전통의 미풍양속이다.


추진위는 지원금으로 600평의 논을 빌려 벼를 심었다. 남정마을 전 이장인 정현식 씨는 저렴한 금액으로 논도 빌려주고 무상으로 농기계도 대여했다. 추진위는 시간 날 때마다 논에 들려 풀도 베고 농약도 치는 등 한마음 한뜻으로 1년 농사를 지어 2주전 수확의 기쁨을 맛봤다. 이때 수확한 벼는 장흥 농협(광양에는 찐 쌀을 도정하는 곳이 없다고 했다)에서 찧어 600kg의 쌀로 재탄생했다.


추진위는 이를 7kg~15kg씩 소포장해 옥룡면 각 마을에 인구수별로 배정했다. 과일과 직접 담근 동백 막걸리는 덤이었다. 각 마을은 지난 21일부터 마을회관에서 모여 찐쌀로 밥을 하고, 다양한 음식을 나눠먹는 ‘마을잔치’를 벌이고 있다.
지난 28일에는 옥룡의 한 산장을 빌려 면민들과 함께 마음을 나눠준 향우들과 기업 관계자, 기타 지역민들을 초청해 올개심리를 나눔으로써 고마움을 표현하는 시간도 가졌다.

서정순 항월마을 이장은 “시골 인구가 줄고 있는 현실 속에서도 옥룡은 살기 좋다는 이미지가 알려지면서 외지인들의 유입이 점차 늘고 있는데, 이런 행사가 마련되면서 이주민들과 원주민들과의 교류와 소통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소득 창출 모델 개발
관광자원화로 미래 먹을거리를 찾다

마을공동체로서 가장 최고의 단계는 마을 공동의 지속가능한 수익원을 개발해 활성화하는 점이라고 볼 때 옥룡면 동백숲 문화행사 추진위는 이미 그 경지에 근접했다.
문화행사 때마다 동백을 활용한 음식들을 만든 경험을 살려 ‘옥룡이 나르샤’라는 이름으로, 음식자원화를 사업화해 광양시 관광두레 공모사업을 따냈다. 또 광양시의 도움을 받아 동백기름을 주성분으로 한 페이스 오일과 립밤 400개를 생산, 올해 열린 동백숲축제 행사장에서 판매해 전량 매진, 큰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앞으로 추진위는 지금껏 해온 사업들의 판을 키워 옥룡의 미래 먹을거리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 옥룡사지 동백숲 문화행사 추진위원회는 2019 동백숲축제에서 동백꽃과 열매, 기름등을 활용한 부침개, 비빔밥 등의 음식을 개발, 판매하면서 마을 공동의 이익을 도모했다.

김경식 위원장은 “옥룡사지 동백숲축제는 여느 지자체 행사와 달리 기획부터 마무리까지 면민들만의 손으로 이뤄낸 보기 드문 역작”이라면서 “축제가 점차 자리매김하다보니 시에서 지원도해주고, 더 많은 동백나무를 심어 숲을 키우는 사업도 진행하면서 100년 후에는 전국에서 가장 큰 동백숲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그에 발맞춰 주민들도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는 마을 원로들이 중심이 되어 공동체를 이끌고 청년들이 서포트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청년들이 그들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발상으로 공동체를 더욱 풍성하게 이끌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도록 뒤에서 묵묵히 지원하자는 게 마을 원로들의 한 목소리”라면서 “면민들과 함께 화합하고 조화를 이뤄가면서 옥룡사지 동백숲 축제가 광양시를 대표하는 관광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 시민 여러분들도 많은 관심 가져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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