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반짝 여행칼럼 -19

▲ 컬쳐메이트 이영석 여행전문가
우리나라를 여행하는 국내여행과 외국으로의 국외여행을 비교하다 보면 가이드의 동행 유무에서 비롯되는 차이가 가장 큰 것 같다.

문득 생각해보니 필자가 지난 10여년을 여행업에서 종사하면서 국내여행으로 여행계획을 짜거나 아니면 실제로 국내여행을 떠나면서 필자에게 가이드 배정을 요구하는 고객들은 지금껏 단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

물론 현지에서 가이드가 배정되는 제주도나 울릉도를 제외하고 말이다.

독자들도 한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당일 버스여행은 물론이고 경주나 유명 관광지 등으로의 1박 2일이나 2박 3일, 심지어 서울권과 동해안을 아우르는 3박 4일 코스로 여행을 가도 운전기사가 직접 운전하면서 가는 여행패턴을 아무도 이상하지 않게 생각할 정도이다.

하다못해 아이들의 배움을 위한 여행, 즉 관내 학교에서 실시하는 수학여행의 경우에도 전문 인솔자인 가이드를 배정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수학여행업체를 선정하는 학교 또한 단 한곳도 없었던 것 같다.

좀 이상한 현상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이런 가이드 없이 진행돼 왔던 패턴의 국내여행에도 고객들 또한 그다지 크게 불편함이 없이 국내여행을 다녀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독자들이 해외로 떠나는 여행에서 만약 현지에서 발생하는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갑자기 현지 가이드가 없이 여행이 진행되었다고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아마도 여행을 계약한 여행사에 대하여 컴플레인의 성토는 물론이고 전체 여행대금의 환불까지 요구하는 사태가 발생할 정도의 있을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일 것이다.

이처럼 국내로의 여행에서는 없어도 되는 가이드의 존재가 왜 하필 해외여행에서만 요구되는 것인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여행을 하면서 외국에서는 필요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굳이 가이드가 없어도 되는 이유로 몇 가지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첫째, 우리나라 버스에 장착된 음향기기의 사운드는 웬만한 동네 노래방 수준보다 좋고 특히 노래를 부를 때는 노래방인지 버스 안인지 알 수 없을 정도여서 노래를 부르다 보면 가이드의 존재감을 필요치 않기 때문이다.

둘째, 도로 위를 100km 이상으로 달리는 버스 안에서도 평소에 하지 못했던 운동, 즉 온 국민이 알고 있는 관광버스 춤을 통하여 버스 여행을 통한 다이어트를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차량 내 쇼백 등의 안전장치가 전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셋째, 특히 캄캄한 밤이 되어도 안개, 반짝이 등 버스 안에 설치된 나이트클럽의 조명시설, 속칭 사이키가 현란하게 돌아가서 여행을 하는 것인지 나이트에 온 것인지 구별 하지 못할 정도여서 나이트클럽과 국내여행을 동시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가이드보다 더 재미있는 농담을 잘하며 특히 한손으로는 핸들을 잡고 또 한손으로는 기어를 넣어가며 운전을 하면서 어느 때 보면 음악 테이프나 CD를 교체하고 있는 생활의 달인 급의 운전기사의 묘기를 보고 있노라면 가이드가 없어도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다섯째, 가끔 테이프를 틀었는지 노래를 직접 부르는지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의 수준급 가수들이 직접 운전까지 하면서 노래를 불러주는 등 즉석 라이브 콘서트를 해주기 때문에 여행지 설명을 해주는 가이드의 부재에도 전혀 불만을 토로하지 않는다.

필자가 웃자고 한 이야기지만 마음 한켠 뭔가 씁씁함을 지울 수 없는 기분이 드는 것은 독자들도 마찬가지 일 듯 싶다.

가이드 없이 진행되는 우리나라 국내여행 패턴이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외국사람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면 너무나도 이상하고 신기해서 외국 방송사에서 우리나라 춤추는 관광버스를 취재 하고 간 적도 있다고 한다.

마치 국내에서 인기가 있는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이런 변형된 형태의 ‘춤추는 관광버스’형 국내 여행문화의 책임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아마도 국내여행을 가면서 진행을 맡길 가이드를 구하고자 해도 구할 수 없는 국내 여행업 전체의 구조적인 문제가 가장 큰 것 같다.

일본을 여행하다 보면 아직까지도 유니폼을 입고 관광버스에서 승객을 인솔하는 가이드들을 흔히 볼 수 있다.

1980년 후반까지 우리나라 관광버스회사에도 분명 이러한 가이드들이 존재했었다.

소위 우리가 안내양이라고 추억하는 사람들. 지금 외국에 가서 만나는 가이드들에게는 ○○가이드님이라 높여 호칭하지만 당시 우리는 그냥 안내양이라고 호칭했던 바로 그들이 소위 국내 가이드였던 것이다.

당시 어디가서 자신의 직업이 안내양이라고 자랑스럽게 소개하지 못했다던 그들이 다시금 가이드라는 호칭으로 돌아온다면 우리나라 국내여행패턴도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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