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채기의 지랄발광 이야기

▲ 정채기 강원관광대학교 교수
어느 가수의 노래 중에 다음의 가사가 있다. '당신이 원하신다면 저 하늘의 별을 따다 바치오리다. 당신이 원하신다면 저 하늘에 달을 따다 바치오리다. <중략> 조금만 기다려줘. 행복하게 해줄 거야. 당신을 사랑하니까 <중략>'

나는 이런 부류의 가사나 누군가(남자)의 얘기를 들을 때마다, 뜻 모를 웃음을 머금는다. 마치 '하늘의 별 혹은 달'까지 따다줄 정도로, 여자를 위하고 사랑한다던 남정네들의 얼굴과 행보는 어떻게 얼마만큼 바뀌는가?

대부분 결혼을 분기점으로 조금씩 혹은 갑자기 달라지는 모습에, 서운함을 넘어 실망과 분노의 종국에 이른다. 물론 예외적으로 결혼 전이나 후가 한결 같은, 그야말로 금슬이 돈독한 모범적인 부부들도 있겠지만, 이것이 좀처럼 쉽지 않음이 사실이다.

결혼 전(남자친구로서) 멋있기 그지없고 만능해결사처럼 여겨지던 사람이 그 후 야누스처럼 바뀌어 나타나는 남편들의 <절정>을 일본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연애시절 위의 노래 가사처럼 뭐든지 다 들어주고 다 해줄 것 같은 사람이 결혼 후 (갑자기 혹은 서서히) 달라진 끝에 직면하는 극단을 보고자 한다.

‘나리타 이혼’은 신혼여행 중 성격이 맞지 않아 귀국하는 나리타(成田)공항에서 그대로 헤어져버리는 신 이혼풍속도를 가리키는 것이다. 지금도 심심찮게 드라마에 등장할 만큼, 대부분 젊은 커플인 2·30대 신혼부부들 사이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이들의 󰡐결혼무효 선언󰡑에 대한 이유를 명확히 집어보면 다음과 같다.

①결혼 직후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가부장적인 태도인 남성우월(중심)⋅권위주의 ②신혼여행 때조차, 자기들의 일정을 어머니에게 낱낱이 보고하는 마마보이 모습 ③신혼 여행지에서 쫀쫀하고 쩨쩨하게 돈을 쓰고 독단적으로 행세하는 유치함 ④결혼 한 부부로서 친밀감 있는 대화를 못하고, 심하게는 대화의 창을 닫음 ⑤여행 중의 '섹스트러블'로서, 전체 이혼율의 5%를 차지할 정도 ⑥ 남자 친구를 지나서 이제는 신랑인 가운데, 이 같은 돌변한 남편을 대하는 아내인 여자들은 반면에, 지난 시대와는 다르게 자기감정에 지나치리만큼 충실한 변화된 모습의 틀로써, 극단적인 이혼을 반기로써 불사하는 것이다.

또 다른 ‘나리타 이혼’은 막내아들의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을 보낸 후, 나리타공항에서 갈라서는 중⋅노년 부부의 이혼을 말한다. 이 황혼녘의 이혼은 남편이 퇴직하기를 기다려 퇴직금을 위자료로 받고 헤어지는 ‘정년 이혼’과 함께, 1990년대 일본의 커다란 사회 문제였다.

정년이혼의 특징은 평소에 현모양처로 주변의 칭찬이 자자했던 주부들로부터 제기된 이혼이라는 것과 또한 남편이 한번쯤 외도를 했거나 주사 등 어떤 형태로든지 부인이 고통을 받으며 결혼생활을 했다는 것이 사유의 공통점이다.

이 같은 이혼들은 초로의 일본남성들을 혼비백산하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것들로, 전체이혼의 15%를 차지하는데 거의 대부분이 아내로부터 일방적인 요구를 받는다.
이 유형의 이혼들은 결국 신혼을 지나 정년 혹은 황혼기 까지 너무도 누적된 갈등, 상처 등의 앙금이 이혼이라는 결정체로써 결말을 보는 형국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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