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시민신문
오피니언기자수첩
대규모 행사 때마다 ‘주민동원령’ 필요악인가?할당량 채우기식의 인원동원 곳곳서 발생
김보라 기자  |  bora1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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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0.20  21:4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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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이려고’ 과잉 충성 유발에 줄 세우기 지적
자발적 주민참여 의식 재고를 위한 민-관 노력 필요

▲ 김보라 기자

드론산업대전이 열렸던 지난 16일 광양공설운동장 옆 도로변에 십 수대의 대형관광버스가 등장했다. 광양읍, 봉강면, 중마동 등 지역 표지판이 부착된 이 버스들은 드론산업대전이 열리는 16, 17일 이틀간 해당 지역 주민을 수송하기 위해 오전, 오후 2번 운행됐다.

이에 앞서 지역 읍면동사무소에는 ‘2019 스마트 드론산업대전 참관안내’라는 공지문이 전달됐다. 공지문에는 버스 수송 계획과 함께 인솔 공무원과 시간대별 참석 읍면동이 지정되어 있었다. 하단에는 협조사항으로 ‘행사당일 참관대상자(통별 10명) 전원 참석할 수 있도록 안내’라고 친절하게 명시됐다.

일부 이‧통장들은 10명의 실적을 채우려 이웃들을 찾아가 읍소하기도 했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혹시나 나중에 동네에 민원이 생기면 잘 들어주지 않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 이날 관광버스 안에서는 몇 통 주민들이 몇 명 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참석자들에게 서명을 받기도 했다.

‘드론’이 뭔지도 모르고, 어디로 가는 버스인지도 모른 채 동원된 사람들이 허다했다.

“할머니 오늘 어떻게 오셨어요?”라는 질문에 “통장이 어디 좀 같이 가자고 하도 사정해서 병원 가야하는데 어쩔 수 없이 왔어”라는 응답이 들려왔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많은 동원객들은 행사장 한 바퀴 휙 둘러본 후 먹을거리 장터 앞 의자에 삼삼오오 모여 시간을 보냈다.

시간에 대한 보상인 양 집으로 되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점심은 드릴 수 없고 대신 간식과 기념품을 준비했다”는 한 공무원의 멘트와 함께 농협 광양시지부에서 준비한 간식꾸러미와 포스코 로고가 박힌 가위, 집게 세트를 나눠줬다.

광양시는 24대의 대형버스를 하루 35만원씩, 총 1680만원을 들여 대절했다. 1만2천여명이 행사장을 찾았노라 홍보도 했다.

드론 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시민들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지자체의 의지를 보여주는 행사를 기획 추진한 공무원들의 노고는 높이 살만하다. 개별 방문으로 인한 차량 혼잡을 줄이기 위해 대형버스를 운행했다는 해명도 설득력이 전혀 없지는 않다.

하지만 행사의 규모적인 성공을 위해 이‧통장들에게 커다란 숙제를 안기고 검사까지 철저히 하며 줄 세우기 한 행태는 다소 바람직해보이지는 않았다.

정말 주민 동원밖에는 방법이 없었을까? ‘드론 산업 대전’이라는 행사 취지에 걸맞게 전국의 관련 산업 관계자과 교육 관계자, 동아리 회원 등 정말 관심 있고 필요한 사람들을 더 많이 모이게 할 방법은 없었나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몇 달을 밤잠 못자고 준비한 관계자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보여주기식 행정, 편의주의적 행정이라는 생각을 떨 칠 수가 없었다.

비단 이번 행사뿐이 아니다. 광양시는 말로는 ‘지역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강조하지만, 여느 행사든 참여자들을 동원하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얼마 전 열린 한 대토론회 때는 참여자가 없어 ‘기관 1곳 당 대표 및 직원 2명 이상 참석하라’는 지시 같은 협조 사항이 관계자들에게 전달되기도 했다.

관계 공무원들이 무능해서가 아니다. 그들 역시 취지에 걸맞은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홍보 활동도 다각도로 전개했을 것이다. 행사 수일 전부터 시 홈페이지나 SNS, 언론 등을 활용해 행사 개최를 안내하고 참여자도 모집하는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의 무관심이 결국 ‘강제동원’이라는 구태를 반복되게 하고 있다. 사람들이 모이면 ‘광양은 뭐 때문에 살기 안 좋고, 앞으로 뭐를 해야 되고’ 이런 푸념들이 자주 나온다. 이런 푸념들보다는 광양시가 하는 일들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경험해보며 자신의 생각을 전달해 보는, 선진 민주 시민의식이 확산될 때 진정한 지역발전을 견인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더불어 행사를 추진하는 공무원들도 보다 쉬운 ‘주민 동원’보다 어떻게 하면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고민을 더했으면 좋겠다.

최근 필자가 갔었던 몇 번의 주민설명회는 진짜 정보를 들어야 하는 주민들이 일터에 나간 평일에 진행하거나 차 없는 사람들은 갈 수 없는 곳에서 진행되기도 했다. 결국 주최자들은 ‘참석자가 없다’며 그제야 여기저기 전화를 돌렸다.

이런 식으로 토론회나 주민설명회 등등 주민참여가 가장 중요한 행사들은 매번 오는 사람만 오고 했던 말만 반복하는, 그들만의 잔치에 요식행사가 되기 일쑤였다.

관계 공무원들도 수요자 눈높이에 맞춰 시간이나 장소를 고려해 행사를 기획하고 다양한 홍보 방안을 모색하는데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면, ‘진정한 의미에서의 주민과 함께하는 광양시’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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