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은(광양제철중학교 2학년)

▲ 박희은 광양제철중학교 2학년

영화 쿵푸펜더의 주인공인 ‘포’는 쿵푸 마스터들을 제압하며 전 세계를 위협하는 악당 ‘카이’와 맞서 싸우기 위해 친구들에게 궁극의 쿵푸 비법을 전수하게 된다. 하지만 놀기 좋아하고, 먹는 게 행복이며, 덤벙대는 게 특기인 그들에게 쿵푸를 전수 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엔 ‘나다움’을 찾아 자신이 지닌 모습 그대로를 발현하며 스스로를 완성하여 더 멋진 결과를 이루어낸다. 1940년에 발표된 김사량의 단편소설 ‘빛 속으로는’에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며 미래의 희망을 찾아가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빛 속으로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에서 살아가는 조선인의 삶을 담은 성장소설이다. 하루오는 조선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를 둔 혼혈인데 당시 상황에서 자신이 일본인이어야 보다 잘 살아갈 수 있음을 깨닫고 어머니를 비롯한 조선의 것들은 맹목적으로 부인하고 일본의 것만 따르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하루오의 아버지 한베에의 행동에 영향을 받아 자신보다 약자를 괴롭히고 학교에서 ‘나’를 비롯한 조선인을 조센징이라고 놀리며 일본인으로 거듭나려 편협된 행동을 한다.

그러나 담뱃잎을 훔쳐 자신의 엄마인 정순에게 가져다주는 과정을 거치며 하루오는 ‘조선인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자신의 정체성을 수용하게 된다. ‘나’ 또한 굳이 조선인임을 각인시킬 필요가 없다는 핑계를 만들어 일제하 조선인으로서 당연한 듯 받았을 비난에서 제외되었음을 인정한다. 선생과 제자 사이로 만난 두 사람은 서로의 정체성을 확립하며 시대적 상황과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밝은 미래를 향한 걸음을 내딛는다.

하루오와 ‘나’, 한베에처럼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인과 조선인 사이에서 아픈 삶을 살아온 이들을 재일조선인이라고 한다. 이들은 과거에 일본인이 기피하는 위험하고 불결한 일을 맡아 토목 노동자, 잡역부 및 일용 노동자, 탄광 노동자 등 밑바닥 생활을 영위했다. 임금은 모든 직종에서 일본인의 절반 밖에 받지 못했고, 일본의 최하 빈민층보다 더 열악하게 살았다.

또한 재일 축구선수인 진창수와 같은 일본 사회로부터 소외된 교포 2-3세들은 간꼬꾸진, 조센진이라며 놀림 정도는 예사로 하며 많은 무시를 받았다. 이들은 식민지 시절이나 현재, 자신을 당당하게 일본인이거나 조선인으로 밝히는데 있어 갈등을 겪고 있다. 해방 후 분단된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조선인들은 조선적으로 남아 재일교포가 되었으며 조선인이기에 무국적자로 분류되어 받는 불이익을 감수했다.

무국적자이기에 이들이 다니는 조선인 학교는 현재에도 일본 정부로부터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하며 학생들은 일본인들로부터 따가운 눈초리와 모멸감을 받고 있다. 이렇게 고단한 삶을 살아온 재일조선인들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키며 긍정적인 자세만으로 오늘날까지도 갖은 차별과 편견 속에서 이방인, 소수자가 되어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재일조선인들과는 다르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두고 어려움을 겪는 나를 비롯한 많은 청소년들이 한국에도 있다. 이들은 하루의 절반을 학교에서 친구들과 보내게 된다. 그 속에서 우린 조금씩 성장하지만 때론 친구들과의 갈등을 겪으며 여러 어려움에 처하기도 한다. 진학을 앞두고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기도 한다. 잠재된 자아를 찾기 위한 고민을 부둥켜안고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길이 값진 인생임을 알고 있기에 우리도 오늘을 노력하며 살고 있다.

무엇보다 학창시절과 사회생활을 할 때 많은 곳에서 타인 즉 나를 바라보는 이들이 존재함에 갈등을 겪는다. 타인의 시선에 스스로를 옭아매어 비틀거리지 말고 자신의 방향을 바르게 잡아 그들의 시선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스스로의 내면을 깊숙이 바라보고 자신을 비추는 형상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데 주의를 기울인다면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길에서 좀 비틀거려도 긍정적인 자아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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