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하면 꼭 들려봐야 하는 관광명소

그 옛날 마을 공동 우물터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마을의 대소사를 의논했던 풍경들, 두레, 향약으로 이어오던 공동체의 미풍양속이 현대 사회에 접어들며 산업화와 개인주의, 핵가족화로 인해 사라짐에 따라 사회 양극화와 주민 간의 갈등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아파트’라는 공동주택에 살면서도 이웃이 누구인지 모르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안타까워한 지역민들은 더불어함께 사는 방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민-관 협력으로 이뤄지는 ‘마을 공동체’ 사업도 그 일환이다. 현재 우리 지역에 어떤 마을 공동체가 있는지, 어떤 활동들을 하는지 매주 1곳의 마을 공동체를 찾아 탐방해본다.<편집자주>

‘별을 아는 모두에게 광양의 빛을 보여드립니다. 아이부터 부모까지 별과 우주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별 볼 일 없는 현실에 지친 사람들에게 별 볼 일을 만들어 주는 곳. 손을 뻗으면 금방이라도 별이 잡힐 듯 하늘과 맞닿은 백운산 자락 깊은 하조마을에 위치한 ‘해달별 천문대’는 이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광양시 봉강면 하조마을 하조길 91-20번지에 위치한 ‘해달별 천문대’는 30년간 직장생활을 마치고 전원생활을 선택한 정호준 관장과 복채옥씨 부부가 별을 관측하고 우주를 탐색하는 즐거움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4년 전 사비를 털어 만든,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개인 천문대다.

해달 천문대는 500여평 부지에 200인치 대형 스크린을 갖춘 50평 교육관 건물, 직경 6m의 돔형 천장 스크린 구조물의 천체투영관(플라네타륨관), 직경 3.1m의 천문 관측돔으로 구성돼 있으며 총 10대의 망원경을 갖추고 있다.

4년 동안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 함께 밤하늘을 관측하고 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추억들이 쌓여 입소문을 타면서 광양하면 꼭 들려봐야 하는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해달별 천문대가 이렇게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게 되기까지 하조 마을 사람들의 도움이 컸다.

정호준 관장은 “귀촌을 결정했을 때 매스컴에서 간혹 회자되는 원 주민들과의 갈등 문제를 염려하시는 분들이 있었는데, 하조마을은 전혀 그와는 반대였다”며 “오히려 천문대 설립을 환영하며 망원경 6대를 마을에서 사주시는 등 우리에게 큰 힘이 되어 주셨다”고 말했다.

정호준 관장과 복채옥씨 부부는 이런 고마움을 마을 사람들에게 표현하고 싶었다. 하조마을 주민들은 대부분 민박이나 펜션 사업을 통해 생계를 꾸려나간다. 별다른 시설물 없이 백운산의 깨끗한 자연환경이 자랑인 하조마을은 낮이면 계곡으로, 산으로 관광을 할 수 있지만 깊은 산골이기 때문에 밤에는 딱히 할 일이 없다는 얘기가 많았다.

정 관장은 숙박객들에게 주민들이 별 관측을 안내하고 별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를 해준다면 하조마을에 대한 더욱 풍성한 추억을 안겨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정 관장은 “어두컴컴하고 깊은 산골이기 때문에 빛 공해가 없어 별을 보기에 가장 좋은 곳이 하조마을”이라면서 “별은 전문 관측 장비가 없어도 민박집 마당에서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주인이 숙박객들을 모아놓고 도란도란 별자리 이야기를 해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을 주민들과 함께 별과 우주에 대해 교육하고 연구해나가는 자리가 꼭 필요했다.

▲ 정호준 해달별천문대 관장

그렇게 ‘하조천문연구회’가 만들어졌다.

‘하조천문연구회’는 남근수, 복현옥, 정호준, 복채옥, 김세광, 복향옥, 박계수, 김정희, 신순성, 김현숙씨 등 마을 주민 10명으로 구성됐다. 해달별 천문대의 안주인인 복채옥씨 4자매는 현재 모두 하조마을에 터를 잡고 생활하고 있다.

연구회는 2019 전라남도 마을행복공동체 활동지원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매월 마지막주 목요일 저녁 7~9시 해달별천문대 교육관에서 마을 주민을 비롯한 광양시민들을 초대해 별자리 공부를 함께 했다.

저녁식사 시간에 진행하는 만큼 다과를 즐기며 교육관에서 별자리와 관련된 영상과 사진들을 감상하고 날이 좋으면 밖에 나가 함께 별을 관측했다.

달이 없어야 별이 잘 보이기 때문에 달빛이 약해지는 매월 마지막주를 모임 날로 정했지만 올해는 유독 비가 많이 와 총 8번의 강좌를 치르면서 5번은 별을 보지 못했다. 그런 날은 망원경 조립법을 알려주거나 별에 관한 이야기를 더욱 많이 할 수 있었다. 때론 영화를 함께 보거나 소소한 일상 얘기를 나누는 동네 사랑방으로 변신했다.

멀지 않은 곳에서 무료로 별을 보고 우주를 공부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중마동이나 금호동 등에서도 삼삼오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찾아온 가족들도 생겼다. 한 번 와서 별을 관측한 한 중학생 가족은 매달 함께 하기도 했다.

너무 많이 모이면 별 관측과 소통에 어려움이 있기에 15명 정도의 소규모 교육을 지향했지만 어떤 날은 문의전화가 빗발쳐 50명 이상이 모인 적도 있었다.

광영중학교 과학반 신기호 선생님과 동아리 아이들은 매달 한번 이상 해달별 천문대를 찾는다. 단골(?)이다보니 이제는 아이들 스스로 알아서 망원경을 조립해 들고 나가 자기들끼리 보고 토론하는 수준이 됐다.

연구회는 광양의 하늘이 어두운 어느 날에는 은하수를 찾아 지리산 성삼재로 밤 12시에 아이들과 함께 떠나기도, 어느 날은 보성 주월산을 찾는 번개 답사를 떠나기도 했다.

▲ 아이들이 해달별천문대를 찾아 하조천문연구회와 함께 별을 관측하고 있다.

얼마전 천문대를 찾은 20대 청년들의 밝고 순수한 마음에 감동해 몇 시간이고 별 이야기를 들려줬다는 정 관장은 “별이 너무 좋아 별과 천체에 정말 관심 있고 알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노후를 즐기고 싶다는 생각에 만들었기 때문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리면 힘들다”며 “우리 부부가 한결 같이 행복한 마음으로 소소하게 천문대를 운영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해달별 천문대는 의도적으로 홍보를 하지 않는다. 10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펜션 공간도 있지만 이는 게스트룸 수준으로, 천문대 방문자가 늘어난다고 해서 숙박시설을 확장하지도 않는다.

단체 방문객이 있을 경우에는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숙박업소를 안내한다. 마을 주민들과의 ‘상생’. 그것이 해달별 천문대가 존재하는 이유니까. 주민이 부탁하면 여건이 되는대로 천문대 문을 활짝 열어준다. 1만원의 천문대 이용료를 받고는 있지만 상황에 따라 공짜로 서비스하기도 한다.

정 관장은 “광양에서 단 1명이라도 천문학자가 나올 수 있도록 밑거름이 되고 싶다”며 “별에 대한 깊은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하조천문연구회와 함께 천문에 대한 포럼 같은 것으로 발전시켜 지속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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