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영 시민신문 독자위원장

※이 글은 광양읍 서천 가에 최근 조성된 ‘꽃’ 조형물에 관련된 의견 글로써 논란의 어느 한쪽 의견을 편 하려는 글이 아님을 우선 밝힙니다.

▲ 정은영 시민신문 독자위원장

빨간 튤립의 꽃말은 “사랑의 고백”입니다. 붉은 동백의 꽃말은 “누구보다 그대를 사랑합니다”입니다. 붉은 튤립과 동백은 콩닥콩닥 마음속에 간직한 순수한 사랑을 고백하고, 세상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한다는 맹세로 진실하고 영원한 사랑을 표현하는 아름다운 꽃입니다.

겨울을 앞두고 서천 가에 홀로 핀 꽃 한송이. 요즘 서천 ‘불고기 특화거리’에 조성된 ‘꽃’ 조형물을 두고 시민들 사이에서 논란이 활발합니다. 열에 아홉은 비판적 의견이 많습니다. 말 중에는 “저게 어떻게 동백이냐. 튤립이지”, “몇억 예산 들여 저런 조형물을 세울 필요가 있는가”라고 혀를 찹니다. 살펴보면 광양시보건소에서 전라남도 예산을 받아 조성한 조형물은 고민과 준비가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조형물이 어느 거리에 세워지고 시민의 사랑을 받는 것에 대해 더 붙이고 싶은 말이 많지만, 글의 중심이 아니라서 줄이겠습니다.

많은 예산을 들여 만든 조형물이 “동백이냐 튤립이냐” 논란 속에 웃음거리가 되어가는 모습이 마음 아픕니다. 그것은 그 거리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시민과 상인마저도 웃음의 거리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보이면 좋을까요?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붉은 튤립으로 보이면 좋겠습니다. 붉은 튤립 아래서 사랑을 고백하는 청춘남녀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준비한 열쇠에, 붉은 리본에 사랑을 고백하고 그 흔적들이 울타리에 걸리고, 이벤트를 진행하는 사랑꾼들이 서천 가에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벚꽃 흐드러진 봄날과 바람 시원한 여름. 낙엽 지는 가을. 음악분수가 춤추는 겨울밤. 사시사철 사랑의 고백이 넘치는 붉은 튤립의 거리였으면 좋겠습니다.

빨간 동백으로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붉은 튤립 아래 고백한 사랑이 이뤄지면, 튤립이 동백으로 변한다는 가을의 동화, 가을의 전설이 전해오는 광양읍 서천 변. 그리하여 빨간 동백 아래 영원히 그대만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가족들로, 백발의 노부부로 가득하면 좋겠습니다. 또 그 옆에 우렁찬 모습으로 서 있는 ‘희망소’를 연인이 함께 타면 모든 일이 잘 풀리며 희망하는 소원이 이루어지는 이야기들이 가득한 서천 변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은 오롯이 시민의 발걸음과 이야기의 덫입힘으로 이루어집니다. 꽃 조형물 주변에 시민의 아이디어를 더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무성한 줄기가 되고, 무성한 잎이 되고, 여러 송이 꽃으로 피어나길 소망합니다.

꽃 조형물 아래 만들어 놓은 빨간 우체통엔 시민들이 사연을 담은 편지와 함께 꽃씨를 넣어 놓습니다. 봄이 되면 꽃씨는 서천 변 하천공원에 뿌려집니다. 여름이 오면 꽃이 피고 마을방송에서는 사연이 소개됩니다. 이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의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터전에 서 있는 나무 한 그루, 조형물 하나는 우리 삶의 일부가 됩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빨간 튤립의 꽃말은 “사랑의 고백”입니다. 붉은 동백의 꽃말은 “누구보다 그대를 사랑합니다”입니다. 시민이 공감하는 조형물이 거리에 제작. 설치되고, 그 터전을 배경으로 살아온 시민들은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꽃보다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무성하게 만들어가는 건강한 공동체를 우리 함께 만들어가자는 것이 이야기의 매듭입니다. 소견이 미래로 가는 조금 더 긍정적인 우리의 대안이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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