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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대의 민주주의, 수리가 필요하다”
김보라 기자  |  bora1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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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03  21:2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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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보라 기자

대의민주주의, 대한민국은 거의 모든 요소에서 불평등이 존재하지만 투표 때만큼은 만19세 이상 국민이면 모두가 평등한 한 표를 행사하며 나를 대신해 나랏일을 해주는 단체장과 나를 대신해 행정업무를 감시하고 법안이나 조례를 만들어 줄 의원들을 선출한다.

그러나 광양시의 대의 민주주의는 고장이 나도 한참 고장이 난 게 아닌가 싶다. 무시와 편가르기는 일상화됐고 이에 대한 체념과 아부로 견제와 감시기능은 거의 마비되다시피 한 실정이다. 지난달 30일 있었던 광양시의회 시정 질문은 이런 광양시 대의 민주주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소중한 내 한 표가 꾸깃꾸깃 구겨져 쓰레기통에 쳐 박히는 기분’

시정 질문을 하루 종일 참관하며 정현복 시장의 준비가 안 된 듯 한 성의 없는 답변과 시의회를 무시하는 듯 한 말투와 표정, 행동들, 도무지 소통을 하지 않은 채 자기 의견만 계속 반복하는 행태를 보면서 든 생각이다.

비단 이처럼 느낀 것은 필자만이 아니다. 이날 오전 있었던 서영배 의원 시정 질의 시간이 끝난 후 현장에 있었던 여러 참관자들은 이에 공감했고, 심지어 한 시의원은 “내가 이래서 시장님을 답변자로 채택 안 한다”는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 또 시의회를 향한 푸대접이 항상 존재해 왔다는 얘기도 쏟아졌다.

서영배 의원은 시정 질문 시작부터 국장들을 상대로 광양사랑상품권, 전선 지중화사업 등에 있어 행정의 미진함을 지적했다. 누가 자신들의 부족함을 지적하는데 기분이 좋겠는가마는, 시민의 대표인 지자체장은 지적사항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광양시 행정이 한층 발전하는 데 약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 시장은 그런 면에서 부족함을 표정과 태도로 여실히 드러냈다.

국장을 향해 조금 난처한 지적이 제기되자, 대기석에 앉아있던 정 시장이 못들은 척 했는지 서 의원은 “조는 척 하시지 마시고 그렇게 해주실 거죠?”라고 공개적으로 묻기도 했다.

어두운 표정으로 답변인 석에 들어선 정 시장은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시정 질의를 준비해주신 누구누구 감사하다 등 미주알고주알’ 질문과 전혀 상관없는 내용의 미리 준비한 원고를 한참이나 읽어 내려갔다.

한참이 지난 후 시작된 본론에서는 단답형 응답, 관련 없는 엉뚱한 얘기를 반복하기도 했다. 미리 받은 질문지에서는 검토해보겠다고 했지만 현장에서 단어를 조금 바꿔 질문하자 ‘안 된다’며 다른 소리를 하기도 했다. 지적사항에는 중간에 말 자르기, 시간됐다 짧게 한다고 성의 없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청년 예비창업자 지원 사업에 관한 질의에서는 서 의원의 질문을 잘못 알아듣고 자기 의견만 주장해 서 의원과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기도 했다.

그러나 오후에는 중마노인복지관 어르신들이 참관해서인지 태도가 180도로 바뀌었다.

의원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멘트에 중간 중간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을 지적해서 고맙다는 의연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한 참관자는 이를 두고 “오전과 전혀 달라진 모습이 오히려 더 당황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광양시의회에 대한 정 시장의 권위주의적 태도를 보며, 과연 정 시장이 자신도 역시 대의 민주주의로 시민에 의해 선출된 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는지 염려스럽기까지 했다.

정 시장이 이렇게 되기까지 광양시의원들도 책임이 자유로울 수 없다. 많은 시민들이 요즘 시의회를 두고 행정부 소속 ‘식물의회’라고 비아냥거린다.

‘예산 집행’이라는 거역할 수 없는 큰 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지자체 장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하는 것이 지방의회의 가장 큰 역할임을 잊고,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몸 사리는 형태가 만연하고 있기에 이런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몇몇 강경한 의원들조차도 어떠한 대응책 마련보다는 체념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을 보며 더 이상 한 사람의 광양시민으로, 광양시의회에 걸 희망조차 없는 안타까운 현실임을 체감했다.

이 글을 쓰면서도 필자 역시 몰려들 후폭풍에 대한 걱정을 떨쳐버릴 수 없다. 나름 광양시 언론인 가운데 자칭타칭 강경파로 분류되는 필자도, 나도 모르게 자기검열을 하고 있는 걸 보면 참, 광양시 대의민주주의가 어느 수준까지 곤두박질 쳤는지, 우리 모두가 자기반성과 함께 스스로의 역할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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