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에서 뛰놀며 배우는 생태와 인성교육

조용히 가을이 익어가는 지난달 30일 수요일 아침, 침묵에 졸고 있던 옥룡면 하천섬이 시끌벅적해진다. 아이들의 맑은 웃음소리 때문이다. 바로 옥룡북초등학교(교장 유병칠) 아이들의 웃음소리다.

이제 막 세상에 눈높이를 맞추기 시작한 1학년 아이부터 제법 청소년기에 접어든 6학년에 이르기까지 66명의 전교생이 바람소리만 가득하던 하천섬 숲속을 자유롭게 뛰노는 모습에 오랜 세월 하천섬을 지켜왔던 아름드리 소나무도 즐거운지 연신 나뭇잎을 털어내고 뜻밖의 침범에 놀란 여치 녀석도 아이들의 발걸음을 피해 요리조리 재빠르게 몸을 피하지만 갑작스러운 흥겨움이 싫지만은 않은 눈치다.

전교생이 이른 아침 학교 밖을 벗어나 이곳을 찾은 건 올해 들어 옥룡북초가 학교특색 사업의 하나로 진행해 온 ‘자연아, 놀자’라는 체험프로그램 때문이다.

아이들은 이날 밧줄을 이용한 8자 매듭 만들기, 옭매듭 짓기 등을 직접 해보고 나무와 교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밧줄놀이 활동을 함께 하며 신나게 놀았다. 또 전교생이 밧줄구조물에서 함께 놀며 서로가 서로를 챙겼다.

옥룡북초는 매월 마지막 수요일 아이들에게 생태 감수성을 기르고자 답답한 교실 밖을 벗어나 숲으로 간다. 학교 주변 논 습지나 동곡계곡, 옥룡사지와 동백림, 솔밭섬(하천섬), 서울대 남부 학술림, 중흥사, 서산 둘레길 등을 다니며 자연 속에서 자연과 친해지는 법을 배우고 자연을 아끼고 함께 살아가야 하는 생태를 자연스럽게 배워가고 있다.

저학년인 1~2학년은 주로 나무를 이용한 놀이를 통해 나무의 성장과 쓰임, 그리고 생태에 대한 이해를 배우거나 양서류가 많은 습지 탐방을 통해 습지생물의 다양함과 습지가 인간에게 베풀어 준 생태적 활동을 소중하게 배우고 있다.

3~4학년은 식물과 곤충을 만난다. 생물종의 다양성을 알아보고 식물과 곤충의 행동양태를 ‘자연아, 놀자’라는 활동 속에서 체험적으로 습득해 가고 있다.

고학년인 5~6학년은 학교 주변 야생동물 모니터링 등 조금 더 이론적인 체계를 배우고 있는데 숲과 교감하는 자신을 통해 동생들을 보호하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법을 배운다. 생태감성교육이 바로 사회관계 형성을 올바르게 인도하는 인성교육으로 가는 지름길인 셈이다.

이 활동은 각 담임교사와 6명의 광양만 녹색연합 생태교사와 팀티칭 수업으로 이루어지는데 현장답사나 세부 활동 계획안은 주로 생태교사가 맡지만 2주 전부터 담임교사와 내용을 공유하며 충분한 소통에 힘쓰고 있다. 생태활동가들의 전문지식과 이를 아이들이 재밌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교사와의 소통이 이번 교육을 위한 필수 전제다.

교장공모제로 옥룡북초에 부임한 뒤 ‘자연아, 놀자’라는 학교특색활동을 제안한 유병칠 교장은 현장에서 기자와 만나 “오늘은 전교생이 봄에 찾았던 솔밭섬을 다시 찾았다. 봄과 달라진 자연의 모습을 살펴보고 자연의 변화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찰흙으로 나무에 얼굴을 꾸며보고 숲속에서 뒹굴면서 계절에 따라 달라진 숲을 느끼는 시간이 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 교장은 “모처럼 교실을 나와 즐겁게 뛰어놀면서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좋다. 아이들과 아이들뿐 아니라 아이들과 교사, 교사와 교사가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이 되고 있다”며 “무엇보다 아이들이 친구들과 관계가 좋아지고 자연과의 대화를 통해 생태를 이해함은 물론 좋은 추억과 좋은 인성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5학년 이예은 학생은 “자연 속에서 뛰어놀면서 친구들과 대화도 나눌 수 있어서 너무 재미있다”며 “특히 나무 친구들과 곤충 친구들을 살펴보면서 자연과 함께 사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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