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보고에 어떤 공무원이 눈치 안 보겠나” 불만

“인사가점 없으나 인사는 시장 권한” 발언도 부담

연말이 다가오면서 위장전입 논란과 함께 인근 지자체와도 갈등을 빚었던 인구늘리기 정책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연말이면 반짝 늘었다가 이후 급격히 줄어드는 인구 요요현상이 매년 반복되고 있음에도 또다시 찾아온 ‘인구 늘리기 시즌’을 바라보는 공직사회와 시민사회의 시각은 싸늘하다. 실적까지 보고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일부 행정력 낭비도 우려된다.

현재 9월 현재 광양시 인구는 15만1240명으로 지난해 12월 말 기준 15만6천564명에 비해 5천324명이 줄어든 상황이다. 12월 말 정점을 찍은 뒤 1월 이후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인사가점 등에 따른 공무원들의 부탁을 받고 일시 광양시에 전입했다가 1월 이후 다시 전출하는 세대가 많은 까닭으로 분석된다. 수많은 전입 시책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순수 전입자가 없었다는 뜻이다.

이 같은 인구 감소세를 반전시키기 위해 광양시는 이번 달 들어 ‘2019년 광양시 전입유도 활동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현재 진행 중인 주민등록 사실조사와 연계해 실거주자 중 주민등록상 타 시군에 주소를 두고 있는 세대를 중점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11일부터 내달 26일까지 46일간 중점활동기간으로 정해둔 상태다.

광양시 전 공무원을 ‘찾아가는 전입신고 서비스 요원’으로 무장시켜 전입 예정자들에게 신속한 민원처리를 지원하는 한편 지역 밖에 거주하고 있는 기관과 업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정착시책 등을 적극 홍보해 전입을 유도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지역 소재 275개 업체를 대상으로 1기업 담당제를 활용해 기업체를 방문할 경우 임직원 대상 전입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고 지역 내 공사현장 근로자와 99개 아파트 관리사무소, 50개 초중고 교원과 기숙사 학생들을 대상으로도 전입 유도정책을 펼친다.

실적 보고회도 갖는다. 지역별, 기관별, 업체별 담당부서를 배정하고 보건위생과 251명 등 목표인원을 설정해 매주 실적을 보고토록 한다는 것이다. 특히 내달 열리는 2차 보고회는 확대간부회의를 통해 정현복 시장이 직접 챙기는 등 26일까지 모두 5750명의 새로운 인구를 확보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이 각 실과소로 전달되자 일부 공무원들은 드러내놓고 불만을 표출하는 등 부정적인 시각이 만만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정 시장이 지난 2월 신년기자간담회에서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인사가점제는 없앴지만 시장 고유권한인 인사에는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도 적잖이 부담될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전입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외면한 채 단기간 내 대대적인 전입을 유도하는 후진적 미봉책에 공무원을 동원하는 방식을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지 궁금하다”며 “공무원이 나서서 위장전입 등 불법을 조장한다는 시민사회의 비판에 사실 할 말이 없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연말이면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 상황에서 알맹이 없는 전입유도에 나서는 게 부당하다고 느끼지만 실적이 드러나기 때문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냐”며 “승진 등 인사와도 맞닿아 있기 때문에 많은 공무원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전입유도정책은 비단 광양시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국 거의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도시경쟁력과 교부금 등을 이유로 대대적인 전입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이하 노조)도 성명을 내고 “공직자들에게 불법적인 인구증가 ‘전입운동 ’을 강요하는 지방자치단체장을 규탄한다”며 “행안부는 불법적인 전입운동의 실태를 파악해 대책을 세우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지자체에서 인구감소에 대한 대책을 세운다는 핑계로 단체장이 공직자들에게 전입운동을 하도록 강요하는 사례가 있다”며 “각 부서별로 인구증가 실적을 발표토록 하고 실적이 저조한 부서의 팀장들은 단체장이 직접 불러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는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러한 전입운동은 비상식적이며 주민등록법을 위반하는 불법적인 위장전입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며 “단체장이 인구증가를 명분으로 공직자들을 앞세워 불법을 조장하는 행태는 용납되기 어렵고 이로 인해 공직자들이 커다란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내년 4월에는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다. 이런 민감한 시기에 전입운동을 강요하는 것은 주민등록법 위반 소지뿐만 아니라 선거법 위반의 가능성도 충분하다”며 행안부의 철저한 지도 감독을 거듭 촉구했다.

임채기 전략정책담당관은 “주민등록 사실조사를 실시하면서 광양에 살고 있으나 딴 곳에 주소를 둔 이들이 많다. 우선 이들을 대상으로 전입활동을 펼칠 계획”이라며 “인구는 도시발전의 지표인 만큼 광양소재 기업의 임직원 등을 대상으로 합법적인 선에서 전입유도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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