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민간임대아파트 경쟁률 15:1 기록 청약조건 제한 없고 진입장벽 낮아 너도나도 신청 당첨 되자마자 웃돈 올려 시장에 풀려…실수요자 기회 뺏겨

대도시나 인근 소도시에 비해 아파트 가격이 저렴한 것으로 평가됐던 광양시 부동산 시장에 아파트 투기 광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시세차익을 노린 갭 투자나 웃돈 거래가 판을 치자 일단 당첨되면 적게는 몇 십에서 몇 천까지 벌 수 있다는 소식에 너도 나도 ‘묻지마 청약’을 하면서 신규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최근 청약을 완료한 8년 민간 임대 아파트 중마 영무예다음은 553세대 모집에 8200여명이 청약을 접수, 1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일반공급은 19대1, 특별공급은 저층 4.5대1 신혼부부 3.8대1, 산단근로자 9.5대1이었다.

청약 기간 중 1만3200여명이 모델하우스를 다녀갔으며, 지난 10일 모델하우스에서 진행된 공개추첨 현장에는 반드시 현장에 오지 않았어도 됐지만 400명 정도 몰려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영무건설 관계자는 “광양 지역 신규 아파트 공급 가운데 아마도 최고 경쟁률을 갱신한 것으로 안다”며 “지난 14일 기준 계약률은 90%를 넘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중마 영무예다음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청약 신청을 위한 진입 장벽이 낮았기 때문이다.

중마 영무예다음은 청약통장을 보유해야만 청약이 가능한 분양 아파트와는 달리 민간임대 아파트는 자격조건을 시행사 측에서 정할 수 있다는 법률에 따라 계약금 50만원만 걸면 주소지, 소득수준, 청약통장 가입 여부에 상관없이 누구나 청약을 신청할 수 있게 했다.
또 개인 간 전대가 허용되지 않는 공공임대와는 달리 민간임대는 관련 법률에 시행사 측에서 정한 규정에 따라 양도가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는 점도 투기성 자본이 몰리는 요인이 됐다. 중마 영무예 다음은 입주 전 총 3번까지 명의변경을 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아울러 계약금 50만원은 당첨되지 않거나 계약을 포기할 시 100% 다 반환하기 때문에 너도나도 50만원만 있으면 적게는 수십에서 수천까지 벌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로열동, 로열층을 노린 투기성 ‘묻지마 청약’이 엄청나게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이에 영무 측에서는 청약 조건으로 1명당 본인 1건과 대리인 1건까지 총 2건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지만 가족, 친지 등을 동원해 적게는 4명에서 10여명 이상을 등록한 사람도 있었다.

이같은 투기 광풍을 방증하듯 공개추첨과 동시에 당첨자 발표가 진행된 직후 지역 내 부동산과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중마 영무예다음 임대권 양도 글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한 부동산에서 추첨 당일 오후 관심고객들에게 문자로 안내한 중마 영무예 다음 24건의 초반 프리미엄은 100만원~800만원선이었다. 추럼 당일 여수, 순천, 광양의 부동산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에는 ‘중마 영무예다음 00동00호 양도합니다’라는 글이 도배되다 시피하기도 했다.

웃돈을 노린 ‘묻지마 청약’이 횡행으로, 정말 실거주를 원하는 사람들은 청약 당첨 기회를 뺏긴 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웃돈을 주고 임대권을 사야 한다.

한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영무 피 값 요구 너무 속보인다, 조건 없이 된 다해서 너도나도 막 찔러보고 되면 몇 십에서 몇 백까지 용돈벌이 하는 게 참 고생이 많다”는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해당 글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법 테두리 안에서 하는 건데 뭐가 문제냐”는 반박 댓글과 “타인의 기회를 뺏고 그렇지 않아도 비싼 아파트에 프리미엄까지 얹어 파는 ‘피팔이’들 때문에 집 없는 사람은 더욱 서럽다”, “민간임대 아파트 무제한 청약 조건과 양도 허용하게 한 정부 정책이 원망스럽다”는 댓글이 팽배하게 대립하기도 했다.

실거주를 위해 청약을 신청했다 떨어진 한 광양시민은 “노후된 아파트에 살다 새 아파트에 가고 싶어 청약을 넣었는데 떨어져 속상하다”며 “타지에서도 투기용으로 많이 넣었다는데, 광양도 이제 아파트가 사는(live) 곳이 아니라 사는(buy) 곳이 된 듯해 씁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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