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공간 작은마을도서관에 무인 북카페 자치 운영 문화 프로그램 및 ‘마을의 옛사진’ 전시 갤러리 활용 귀농·귀촌&토착민 함께 하는 내고장 알기 문화 투어

그 옛날 마을 공동 우물터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마을의 대소사를 의논했던 풍경들, 두레, 향약으로 이어오던 공동체의 미풍양속이 현대 사회에 접어들며 산업화와 개인주의, 핵가족화로 인해 사라짐에 따라 사회 양극화와 주민 간의 갈등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아파트’라는 공동주택에 살면서도 이웃이 누구인지 모르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안타까워한 지역민들은 더불어 함께 사는 방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민-관 협력으로 이뤄지는 ‘마을공동체 사업’도 그 일환이다. 현재 우리 지역에 어떤 마을공동체가 있는지, 어떤 활동들을 하는지 매주 1곳의 마을공동체를 찾아 탐방해본다<.편집자주>

 

주민들이 마을공동체 사업을 참여할 때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각종 서류 작성에 따른 행정업무다. 주민들이 주도해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인데, 행정서식에 맞춰 계획서와 예산안, 결산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은 행정업무를 일상적으로 하는 사람들에게도 쉽지 않은 작업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행정업무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마을공동체 사업을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다수의 구성원이 고연령대인 봉강면 주민자치위원회는 공동체 사업을 마을주민들이 기획, 운영하는 과정에서 봉강면 공무원들이 행정지원이나 실무를 지원하는 ‘읍면동과 함께하는 마을공동체 사업’을 구상함으로써 이같은 난관을 타개했다.


지난해 1월 봉강면민 23명으로 구성된 봉강면 주민자치위원회는 올해 2월 마을공동체+읍면동 행정 만들기 사업 공모를 위한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서 주민들은 봉강면민들의 공유공간인 북카페를 활용해 면민을 위한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마을의 옛 사진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만들 것을 제안했다.
봉강면 주민자치위원회는 7월부터 보건소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든 작은도서관을 양심에 따라 가격을 지불하고 관리하는 무인 북카페로 자체 운영중이다.


여느 농촌이 그렇듯, 봉강면은 도심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문화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읍까지 차를 타고 나가야 했다. 인구 구성원들이 주로 장‧노년층이기 때문에 차 한 잔 마실 카페 등도 찾기 힘들다. 때문에 365일 쉬는 날 없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는 무인 북카페는 주민들이 일상에서 여유로움을 느끼고 이웃을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소통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도서, 카페테리아, 회의실, 난방기구, 어린이 놀잇감 등이 구비된 무인 북카페에서는 본인이 원하는 음료를 제조해 마실 수도 있다. 아메리카노 1000원, 아이스 아메리카노 1500원, 카페라떼, 카푸치노 1500원, 핫초코 1000원으로 찻값은 옆에 있는 양심함에 양심껏 넣어두면 된다.
개점과 폐점, 재료 수급과 청소 등의 관리는 평일에는 봉강면사무소 직원들이 맡지만 주말에는 주민자치위원들이 돌아가면서 맡는다.

봉강면 북카페는 학부모들의 만남의 장소로, 마을 버스 시간을 기다리는 어르신들의 무료함을 달래주는 공간으로 매달 1번 공짜 영화를 볼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마을 산책을 하다 우연히 만난 벗과 담소를 나누는 공간으로, 공무원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 등 다양하게 활용되면서 마을 사랑방으로써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러한 북카페를 더욱 알차게 활용하기 위해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갤러리로 사용하자는 데 주민들의 의견이 모아진 것이다.


주민들은 갤러리에 전시할 사진을 모으기 위해 지난 4월부터 공무원들과 함께 이웃들을 하나하나 찾아다니고 마을회관, 초등학교 등을 샅샅이 뒤져 마을의 옛 모습을 담은 사진을 수집했다. 어렵사리 20여장의 옛사진을 구했고 복원과 액자화 작업을 거쳐 10월 28일부터 이달 15일까지 3주간 ‘봉강면 추억과 풍경’이라는 주제로 봉강면 북카페에 전시됐다.
전시된 사진을 보며 주민들은 “여기는 어디야, 이사람 누구 아냐?”라며 옛 추억을 상기했고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데려와 마을의 옛 이야기와 역사, 자신의 어린시절 성장기 등을 자연스럽게 가르쳐주기도 했다.
주민들의 풍요로운 여가생활을 돕고 무더위도 피할 겸, 지난 여름철에는 두달간 매주 1시간씩 20여명의 주민들이 참여해 시원한 에어컨 밑에서 도자기를 만드는 취미프로그램 교실을 운영하기도 했다. 또 여성 주민 25명이 참여해 전통음식을 배우고 나눠먹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매주 한 번씩 얼굴을 마주하다보니 자연스레 친분이 생겼다. 농사와 가사로 자기 자신을 꾸밀 기회가 없었던 마을 여성 주민들은 화장하고 예쁘게 옷 차려입고 갈 곳이 생겼다며 설렌 마음으로 북카페를 찾았다.


봉강면 주민자치위원회는 마을공동체 활동으로 귀농‧귀촌인이 많은 지역의 특색을 살려, 이방인과 토착민이 어우러질 수 있는 자리도 마련했다.


지난 5월 귀농‧귀촌인과 토착민 30여명을 모집해 구봉산전망대, 윤동주 유고가 발견된 정병욱 가옥, 서천변, 망덕포구 등을 돌며 내고장 알기 광양시티 투어를 진행하고, 지난 14일에는 20명 정도가 목재문화체험장과 치유의 숲 등을 둘러보며 재밌는 추억을 쌓았다.


정현주 봉강면장은 “전형적인 농촌 지역이 갖는 문화 시설 부족과 귀농귀촌인 증가에 따른 지역민 갈등 등 당면했던 사회적 과제들이 ‘북카페’라는 공유공간과 주민들의 자발적이고 열정적인 참여로 많이 완화된 느낌”이라며 “봉강면사무소 공무원들이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가족의 일처럼 함께 적극적으로 뛰다보니 정이 많이 들어 더욱 관계가 돈독해졌다. 주민들과 직원들의 희생과 봉사정신이 있었기에 한마음 한뜻으로 마을공동체 사업을 잘 진행할 수 있게 돼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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