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자전거 타다 횡단보도서 시내버스와 충돌 숨진 A군

교통사고사실확인원엔 ‘차대차 사고, A군이 사고 가해자’
A군 가족 “고통 속에 숨졌는데, 왜 가해자인가요” 호소

지난 5월 광양읍 용강리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초등학교 5학년 A군이 시내버스와 부딪혀 숨진 사고와 관련 최근 당시 교통사고의 가해자가 숨진 A군이라는 결론이 나와 가족들이 또다시 충격에 빠졌다. A군 가족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청원글을 게시하는 등 억울함을 호소하며 자전거도로 설치의무와 관련 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A군은 스승의 날이던 지난 5월 15일 오후 2시 15분경 광양읍 용강리 광양농협 하나로마트 인근 횡단보도에서 시내버스와 충돌했다. A군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심각한 뇌 손상 등으로 7시간여 만에 숨졌다.

광양경찰에 따르면 이날 사고는 갓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달리던 A군이 갓길이 끊기자 반대편 인도로 가기 위해 횡단보도를 건너려 핸들을 꺾었고 광양읍 방향으로 주행 중이던 시내버스가 이를 미처 발견하지 못해 부딪히면서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횡단보도에는 신호등이 있었으나 점멸 상태였다.

그런데 최근 발급된 교통사고사실확인원에는 숨진 A군을 사고 가해자로 지목했다. 현 도로교통법상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도 ‘차’에 해당되고 대형버스도 같은 ‘차’이기 때문에 ‘차 대 차’ 사고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니까 A군이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자전거에서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차’로 인정된다는 것이다.

A군이 숨진 지 6개월이 지나서 이 같은 결과를 받아든 가족들은 또다시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A군의 누나는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자전거 사고로 세상을 떠난 초등 5학년 제 동생을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을 글을 올려 고통을 호소했다.

A군 누나는 청원을 통해 “횡단보도를 건널 때 자전거에서 내려서 끌고 가지 않은 동생의 잘못은 인정한다”면서도 “(사고 당시)버스는 황색점멸등의 신호를 지키지 않았고 시속 50km 제한구역에서 55km의 속도로 운행하는 등 횡단보도 앞에서 서행하지 않았다. 그리고 당시 사고 시간은 낮이었고 직선도로이었으므로 시야에 어려움이 전혀 없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런데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점멸신호등)에서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도 ‘차’에 해당되고 대형버스도 같은 ‘차’라는 차대차 사고라는 이유로 동생이 가해자로 돼 있다”며 “버스가 횡단보도 앞 정지선에서 서행하고 황색점멸등의 신호를 지키는 등 교통법규를 준수했더라면 이 끔찍한 사고는 분명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단지 횡단보도에서 자전거를 끌고 가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어린 제 동생이 사고의 원인이며 이 사고의 가해자라고 말하고 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또 “야간에 위험하게 대로를 무단횡단하고 술에 취해 대로에 누워있어도 보행자라는 이유만으로 피해자가 되는 게 현실”이라며 “일반도로에서 무단횡단을 한 것도 아니고 횡단보도에서 자전거를 내려 끌고 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상처가 없는 곳이 없고 장기가 모두 파열되는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한 제 동생이 왜 도대체 가해자인가요”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횡단보도에서 노면에 다리가 닿았는지 안 닿았는지에 따라 자전거, 퀵보드, 전동휠체어 등을 보행자인지 차인지 구분하는 기준이 과연 우리나라에 현실에 맞는 걸까요”라고 거듭 반문한 뒤 “이런 기준과 법을 적용하려면 적어도 자전거 전용도로와 횡단도로를 그에 맞게 구분하고 설치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A군 누나는 “자전거 이용을 권장하면서 정작 자전거 이용자들에 대한 관련법들은 미비하고 자전거를 안전하게 탈 수 있는 환경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며 “우리 가족과 같은 고통과 억울함을 그 누구도 겪지 않기를 바라며 자전거도로의 설치와 관련법들이 개정되기를 요청한다”고 글을 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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