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강산업 노조 광양시청 앞 시민광장서 천막농성

“분사 없는 매각, 고용보장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만드는 겨울 초입, 포스코케미칼 협력사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섰다. 포스코케미칼 협력사인 세강산업 한국노총 노동조합은 지난 18일 광양시청 앞 시민광장에 천막을 치고 고용안정 촉구 철야 대기 중이다.

이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노조에 따르면 세강산업은 1996년 8월 포스코케미칼에서 분사한 협력사로 산업용 오픈이나 노, 노용버너 제조를 하고 있는 업체다. 주로 포스코 케미칼 현장에서 용고로를 제작하거나 비계구조물 해체공사를 하고 있다. 현재 60여명의 임직원이 근무 중이다. 분사 이후 23년 동안 포스코케미칼로부터 99.9% 협력계약을 통해 회사가 운영돼 왔다. 여기까진 아무런 변화가 없다.

다만 올해 1월 주먹구구식 회사경영에 염증을 느낀 이 회사 노동자 20여명이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내외부적으로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것이 유일하다.

김재식 노조위원장은 “그동안 사장들이 회사를 어떻게 운영하고 경영했는지 잘 모르고 살아왔다”며 “(그러나 조합 활동을 하면서)자기 사람 봐주기식 인사정책과 경영에 많은 의구심을 가지게 됐고 노동법이 보장한 테두리 안에서 정당한 조합 활동을 해오고 있다”고 전후 사정에 대해 입을 뗐다.

이후 포스코케미칼과 회사 대표이사 간 분쟁이 발생했다. 단순히 시기가 겹친 것인지는 명확히 알 수 없지만 노조설립 이후 포스코케미칼 측이 현 대표이사의 임기 만료를 이유로 후임 사장을 인선해 내려 보냈으나 현 김 아무개 대표이사가 이를 거부하면서 분쟁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자 포스코케미칼 측은 결국 올 12월 말을 끝으로 내년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통보를 해왔다. 원하청 경영진 사이의 갈등이 결국 회사 문을 닫을 지경으로까지 치달은 형국이다. 애먼 하청 노동자들만 실업자가 될 처지에 놓인 셈이다.

김 위원장은 “이것이 누구를 위한 분쟁이냐”며 “우리 노동자들은 현 사태로 인해 극심한 고용불안과 물적, 정신적으로 패닉상태에 빠졌다. 특히 현 김 아무개 사장의 처사에 실망과 배신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것과도 싸워 이겨내고 우리의 고용과 생존권을 지켜 낼 것”이라며 “분사 없는 매각과 전 조합원 고용보장을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젊은 시절 열정과 청춘을 바꿔가며 지켜낸 이 회사를 떠나서는 그 어느 곳도 갈 수 없다”며 “창립 후 단 한 번의 안전사고도 없이 지내온 우리들의 노력과 청춘, 힘든 땀방울이 아무런 의미도 없이 허공에 묻히게 할 수는 없다”고 시민사회의 관심을 부탁했다.

그러나 속내는 좀 복잡하다. 포스코케미칼과 하청업체 대표이사와의 갈등 이면에는 그동안 노조설립에 부정적인 시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포스코의 경영방침이 존재한다는 의심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세강산업 노조의 상급단체인 한국노총 포스코 하청노조협의회도 이 같은 시각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협의회는 지난 6일 세강산업 사태에 대해 “광양제철소 포스코케미칼 하청인 세강산업 노동자 20여명은 올해 초 노조를 만들어 한국노총에 가입하자 포스코케미칼은 올해 12월까지 계약을 유지하고 내년부터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한 상태”라며 “세강산업은 20년이 넘게 모든 일감을 포스코케미칼에서 받아 왔는데 계약을 해지한다는 것은 사실상 폐업을 의미하는 것으로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하청업체에 노조가 설립되면 도급계약을 해지해 공중분해시키는 것은 전통적인 포스코식 노무관리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사태의 이면에 노조를 바라보는 포스코의 시각이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한 셈이다.

협력업체에 대한 포스코의 계약방식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한 협력사 관계자는 “과거 포스코는 임원을 역임했던 포스코 OB(퇴직자)들을 협력사 대표이사로 선임할 경우 해당 협력사의 지분 50% 이상을 가지도록 하고 있다”며 “이처럼 협력사 지배를 위해 대표이사를 이용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문제지만 현 대표이사가 이를 거부할 경우 마땅한 방법을 찾을 수 없도록 포스코 스스로가 만든 구조적 문제도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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