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15일 실시되는 제21대 국회의원선거가 이제 5개월이 채 남지 않았다. 이달 17일이 예비후보 등록이니 선거 분위기가 점점 더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광양곡성구례를 지역구로 하는 우리 지역 역시 현역인 정인화(무소속) 의원에 맞서 지역구 탈환을 노리는 더불어민주당 후보 경선예정자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정의당이나 민중연합당 등 진보정당 후보자들이 이에 가세하면서 얼굴 알리기에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광양곡성구례는 더불어민주당이 20대에 빼앗긴 ‘안방’을 되찾아올 수 있을지 여부가 함께 4선에 실패한 뒤 국회 사무총장과 러시아 대사를 역임했던 우윤근 전 의원의 재도전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다. 4.15총선에 자천타천 거론되는 입지자와 총선정국을 전망해 본다. 입지자 순서는 현역을 제외한 가나다순이다.

정인화 수성 vs 민주당 탈환이냐

내년 4월 15일 치러지는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5개월이 채 남지 않은 가운데 광양·곡성·구례 지역구 총선은 현역인 정인화 의원이 재선에 성공할지, 더불어민주당이 4년 만에 텃밭을 탈환할지 피 말리는 승부가 시작됐다.

총선 결과에 따라 지역 정치권은 새로운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지역구 최대 유권자를 갖고 있는 광양시의 경우 다른 지역과는 다소 상반된 선택을 했던 과거 경험에 비추어 표심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최근 민주평화당을 탈당한 정 의원은 일단 무소속으로 재선에 도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탈당파인 대안정치가 추진하는 제3지대 신당이 전국 규모로 정치적 비전을 제시할 경우 합류할 수 있지만 아직은 합류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분석된다. 유권자들에게 인물론을 앞세워 심판받겠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원은 1982년 제26회 행정고시를 합격하고 여수시 부시장, 전남도 관광문화국장,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 행정개발본부장 등을 거친 정통 행정 관료 출신이다. 2014년 6·4지방선거 당시 무소속으로 광양시장에 도전했으나 실패했던 그는 2년 후인 2016년 총선에서 ‘녹색돌풍’을 일으킨 국민의당 후보로 나와 과반에 가까운 득표율(49.88%)로 원내대표 출신으로 4선에 도전하는 민주당 우윤근 후보(37.67%)를 누르고 당선되는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국회 입성 후 국민의당 원내정책부대표·전남도당 위원장,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에 반대한 뒤 창당한 민주평화당 사무총장·원내부대표 등을 지냈다. 이후 현 원내지도부와의 갈등을 겪으면서 민주평화당을 탈당, 가칭 대안정치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으나 전국 규모가 아닌 호남 중심의 신당이나 명망 있는 재야인사가 참여하지 않는 제3지대 통합이 불발되면 차라리 무소속으로 출마해 표심을 얻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예산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정 의원은 ‘호남 예산 지킴이’로서 지역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에는 2019년도 예산에 지역구 신규 사업 추가 8건을 비롯해 국비 4670여억원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최근에는 160억원 규모의 광양읍 농촌중심지활성화 사업을 따내기도 했다.

내년 정부 예산안에 광양시민의 숙원사업인 순천세무서 광양지서 신설 사업도 반영시켰다. 이밖에도 광양항 발전 각종 사업, 양봉사업 육성법, 여수사건 특별법,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도로교통법 개정안 등 각종 민생법안 처리를 위해 왕성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정 의원은 이 같은 공을 인정받아 호남 지역구 초선 국회의원 중 유일하게 3년 연속 국회의원 헌정대상을 받기도 했다. 정 의원은 현재 독자노선을 고수하며 지역과의 스킨십 강화 등 지역구 표심 다지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매주 지역구에 내려와 유권자들을 만나 지역현안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는 등 자신이 가진 정치의 진정성을 알리는 중이다.

정 의원의 가장 큰 숙제는 무소속 후보의 한계와 집권여당의 높은 지지율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다. 현재 정치 지형이 민주당의 높은 지지율로 인해 현역 프리미엄이 크게 작용하지 않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역정가에서는 정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한 뒤 당선되면 지역여론을 감안해 해당 정당에 입당해서 정치활동을 계속하지 않겠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반해 텃밭을 재탈환하려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의 얼굴 알리기도 분주하다. 내년 총선은 제3지대 신당창당 등 정계개편 변수가 많아 차후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할지 점칠 수 없지만 이들 신인은 유권자들에게 얼굴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호남정치복원’과 ‘민주당 심판론’으로 참패당했던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를 바탕으로 한 당지지율로 내년 총선에서 텃밭 탈환을 자신하고 있다. 실제 지역 여론도 70%를 훌쩍 넘긴 지지율을 이어가고 있는 민주당에 우호적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지역에서는 민주당 후보로 나서려는 신인들이 우선 눈에 띈다. 지지율이 한 자릿수에 불과한 야당에서는 이렇다 할 인물이 거론되지 않고 있다.

현재 출마가 예상되는 민주당 신인들은 박근표 전 YTN 시청자센터장, 서동용 변호사, 신홍섭 전 도의원, 안준노 전 문재인대통령 노동특보, 이용재 전남도의회 의장 등이다. 이들은 지역민들을 만나 1대1 홍보에 주력하는 가하면 각종 행사에 참석해 얼굴 알리기에 힘쓰고 있다.

우윤근 전 의원 출마 여부 최대 변수

이런 가운데 내년 4월에 치러질 21대 총선 최대 관심사는 우윤근 전 러시아대사의 더불어민주당 출마여부다. 지역에서 내리 3선을 한 우 전 의원이 총선에 나오면 지역 정치의 판세가 완전히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소속 입지자들이 모두 관심을 두고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일단 지역정가에서는 민주당 내 ‘인적 쇄신’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는 상황에서 우 전 대사의 출마는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내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현역 의원은 7선의 이해찬 대표와 초선인 이철희·표창원 의원이다. 노동계 출신의 비례대표 의원인 이용득 의원도 불출마를 선언했다.

여기에 5선인 원혜영 의원이 불출마 검토 의사를 대외적으로 밝혔고, 초선인 김성수·서형수·이용득·제윤경·최운열 의원도 불출마 기류가 강한 상태다. 임종석 전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 민주연구원 양정철 원장과 백원우 부원장도 불출마를 선언하는 등 세대교체 및 인적 쇄신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다 ‘1천만원 취업 청탁’ 의혹으로 흠집을 입었고 지난 총선과 마찬가지로 지역 여론이 좋지 않다는 점 등 굳이 위험을 감수하며 출마를 하겠냐는 부정적인 여론까지 일고 있다. 내년 출마를 위해서는 이미 본격적으로 활동을 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거취표명을 않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다만 우 전 대사가 백재현 의원과 함께 최근 이해찬 당 대표를 만나 만찬을 가진 것과 관련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들 3명은 지난 20일 여의도 인근에서 저녁 자리를 가졌다. 우 전 대사와 백 의원은 2014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으로 호흡을 맞춘 인연이 있다. 우 전 대사가 최근에는 전남도청 등 전남 지역에서 잇달아 강연을 했다는 점도 출마 준비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게 하고 있으나 백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따라 광명갑 출마설에 불이 지펴진 상황이다.

우 전 의원은 출마와 관련해 정확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다만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만 거듭 밝히면서 출마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최근 보도된 광명갑 출마나 광양 출마를 두고서는 광양을 더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나 입각 역시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 전 의원은 “전혀 결정된 바 없다. 당과 지역민들과 상의해서 어떤 게 당에 보탬이 될지 생각하고 있다”며 “고향에 나오는 게 좋을지, 불출마할지 등등 어느 쪽이 당에 보탬이 되는지 아직 판단이 안 섰다”며 “당에서 결정한다면 따르겠다. 내 개인의 이해관계는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고 말했다. 우 전 의원은 현재 3선의 길을 터준 광양지역 정치권 인사들과 교류를 이어가면서 지역민심을 예의주시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 전 의원이 출마할 경우 그동안 텃밭을 다져온 신인들과의 경선은 불가피하다. 만약 우 전 대사가 출마한다고 봤을 때 다른 입지자들은 벌써부터 불공정 경선을 우려하고 있다. 당 지도부가 3선인 우 전 의원을 사실상 내정한 뒤 형식적인 경선을 하려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다.
당내 경선 후유증이 우려되는 이유다. 그동안 광양지역은 경선 후 민주당이 통합을 이끌어 내지 못하고 경선불복종 등의 여파로 여러 차례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패배를 맛본, 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도 민주당이 어떤 후보를 공천하느냐에 따라 풍향계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과거 지역의 투표 경향성에서 보듯이 민주당 공천은 민주당 대세냐 비민주당 세력과의 접전이냐를 가르는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현재 민주당 공천을 받기 위해 5~6명이 내년 총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박근표 전 YTN 시청자센터장은 지역 상가를 돌며 본격적인 민심탐방 행보를 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배수진’을 친다는 각오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준수한 이미지가 지역민들에게 어필되고 있다는 평가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의 서동용 변호사는 수년전부터 광양에서 먹고 자고 생활을 하면서 임대아파트 분양전환 문제를 비롯한 서민들의 법률자문을 하는 등 민심을 다져오고 있다. 그는 늦은 나이인 2002년 제44회 사법시험에 합격, 법조계에 진출했으며 19대 대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법률인권특보, 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등을 거쳤다. 중앙과 폭넓은 인맥이 강점으로 꼽힌다.

신홍섭 전 전남도의원도 19대 총선 무소속 출마에 이어 두 번째 도전에 나섰다. 그는 목포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4·5대 전남도의회 의원, 새정치국민회의 전남도당 대변인, 통일미래연구원 상임이사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광양시 5·18민주유공자회 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정현복 광양시장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기도 했다.

안준노 전 문재인대통령후보 노동특보도 지지기반 확장에 힘쓰고 있다. 동아대 법대 출신인 그는 한국노총 부산본부 상임부의장,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상임감사를 지냈으며 노무현재단 전남지역위원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은 다른 입지자들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상에 직접 문상을 다녀오기도 했다. 당시 빈소가 차려진 부산 수영구 남천성당에는 정부 5부 요인은 물론 주요 인사들의 성당 내 출입은 철저히 제한됐음에도 안준노 특보 부부는 대통령을 직접 만나 조문을 했다.

민주당 광양곡성구례지역위원장 직무대행인 이용재 전남도의회 의장은 우윤근 전 대사가 불출마할 경우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 다만 만약 이 의장이 총선에 뛰어든다면 현역의원에 대한 패널티가 적용되는 당규 때문에 경선 보다는 전략공천이 전제돼야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밖에 김재휴 전 보성부군수도 물망에 오르고 있으나 총선보다는 지방선거에 올인할 것이라는 분석이 강하다.

민중연합당에서는 유현주 지역위원장이 출마를 결정했다. 이화여자대학교 과학교육과를 졸업한 유후보는 0대 전라남도의회 의원과 전남진보연대 집행위원장을 역임했고 현재 6.15전남본부 평화통일 강사와 광양진보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정의당에는 이경자 지역위원장이 오는 17일 출마 기자회견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들 후보자들은 당선보다는 연동형 비례대표 확충을 위해 소속정당의 지지율을 얼마만큼 끌어올릴 수 있느냐가 선거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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