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손·발마사지, 이침, 네일케어 등 무료 서비스
매주 금요일 저녁, 광양읍 인덕로 1084 2층에서
수세미·목도리 만들기, 노인정 방문 봉사도
재능기부로 협력하는 행복한 마을 조성에 이바지

그 옛날 마을 공동 우물터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마을의 대소사를 의논했던 풍경들, 두레, 향약으로 이어오던 공동체의 미풍양속이 현대 사회에 접어들며 산업화와 개인주의, 핵가족화로 인해 사라짐에 따라 사회 양극화와 주민 간의 갈등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아파트’라는 공동주택에 살면서도 이웃이 누구인지 모르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안타까워한 지역민들은 더불어 함께 사는 방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민-관 협력으로 이뤄지는 ‘마을공동체 사업’도 그 일환이다. 현재 우리 지역에 어떤 마을공동체가 있는지, 어떤 활동들을 하는지 매주 1곳의 마을공동체를 찾아 탐방해본다<.편집자주>

 

매주 금요일 저녁 7시, 광양읍 인덕로 1084, 2층에 위치한 한 사무실로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인다.
이들은 오자마자 여유롭게 차 한잔을 마신 후 방으로 이동해 침대에 드러눕는다. 피부 및 손과 발마사지, 이침 전문가들이 이들에게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들이 방 안에서 마사지를 받고 있는 순간 공용공간에서는 네일케어 및 아트 서비스가 진행된다.

값비싼 뷰티샵 이야기냐고? No, No! 피부 및 손‧발 마사지, 네일아트 서비스 등은 비용이 만만치 않기에 일반 서민들은 한번 받으려면 크게 마음을 먹어야 하지만 이날 이곳을 방문한 주민들은 이 모든 서비스를 공짜로 즐겼다!

광양읍 칠성리 근처에 사는 주민들이 럭셔리 뷰티 서비스를 매주 1번씩 공짜로 즐길 수 있게 된 배경은 ‘옴서감서 마을공동체’가 진행하는 ‘건강과 행복을 찾아가는 우리동네’ 사업 덕분이다.

피부 및 손‧발 마사지, 네일아트 전문가 등 17명으로 구성된 ‘옴서감서 마을공동체’는 자신들이 가진 전문 재능을 활용해 주민들에게 봉사하고자 2019년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사업으로 ‘건강과 행복을 찾아가는 우리동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강은정 옴서감서 마을공동체 대표는 “평소 마사지나 네일케어 서비스를 접하기 힘든 노인이나 부녀회원들에게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관련 분야에서 종사하고 있는 분들이 힘을 모아 마을공동체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공짜로 고급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에 칠성아파트 노인정, 부녀회원 및 동네 어르신들의 만족도는 ‘최고’다.
옴서감서 마을공동체 회원들은 자비를 들여서라도 서비스에 사용되는 화장품과 매니큐어 등은 최고급 상품만을 고집한다.

최진화 옴서감서 마을공동체 활동가는 “일부 보조금을 받기도 했지만, 마사지 침대나 의자, 테이블 등의 비품과 화장품, 매니큐어, 네일 관련 물품 등은 회원들이 십시일반 모아 장만하기도 한다”며 “피부 마사지의 경우 30만원짜리 고가의 화장품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공짜라도 이왕이면 기존 샵에서 받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는 활동가의 신념이 강해 자비로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옴서감서의 ‘무료 헬스&뷰티케어 숍’은 한 번 문을 열 때마다 8명~20명까지 주민들이 몰려든다. 지금은 입소문이 나 많은 분들이 찾지만 처음 사업을 진행할 때는 홍보를 위해 마을활동가들이 창덕 아파트 앞 거리에서 홍보전단지를 돌리기도 했다.

활동가들이 대부분 오후에는 직장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금요일 밤에만 문을 열기에 더욱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에는 인기가 너무 많아져 주 2회(화, 금)으로 확대 운영중이다.
발마사지는 남성 활동가 3명이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한 명당 세 명 이상의 손님에게 서비스하게 되는 날이면 녹초가 되어서 집에 돌아간다는 후문이다.

그래도 이들은 나눌 수 있는 기쁨에, 서로 서로 힘을 북돋워가며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폭발적인 반응에 고마움을 표하고자, 옴서감서 마을공동체 활동가들은 오후에 짬을 내 인근 경로당을 찾아 방문 서비스를 시행하기도 한다.

강은정 대표는 “마사지나 네일케어를 살면서 처음받아보신다는 분들이 대다수였다”며 “공짜로 받아도 되냐, 너무 좋다며 황홀해하실 때 정말 보람차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숍을 찾은 마을 주민들을 위해 전문 강사를 초청해 향수나 방향제 만들기, 뜨개실로 목도리나 수세미 만들기 강좌도 개최하고 있다.

‘옴서감서’라는 마을 공동체 이름은 ‘오면서 가면서 편안하게 들를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로 한 시인이 지어줬다.
‘옴서감서’의 의미처럼, 이들이 운영 중인 ‘무료 헬스&뷰티케어 숍’은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건강한 공간으로, 활동가들이 상호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장소로 사랑받고 있는 셈이다.

강 대표는 “찾아주신 주민들의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표정에 중독돼, 무료 헬스&뷰티케어 숍 운영을 멈출 수가 없다”며 “내년에도 더 많은 프로그램과 알찬 계획으로 더욱 많은 주민들에게 일상의 기쁨을 안겨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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